[연재]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 10화 -
[연재]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 10화 -
  • 대학저널
  • 승인 2019.09.09 14:2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10화 > 학생들과 산학협력교수의 인연

산학협력관 5층 복도 한 가운데 마련된 ‘장기현장실습센터’ 사무실. 
창가 모서리쪽에 자리한 황상무를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나란히 줄지어선 책상에는 모두 7명의 산학협력교수가 학생들과 진지한 상담을 벌이고 있다.

  교수들은 50대 초반에서 후반 연령대의 남성들이다. 외국계기업, 대기업, 중견기업에서 20년 이상 근속 경력의 소유자들이었으며 대부분 임원 자리에까지 오르고 명예퇴직을 한 이들이다.

  IT, 기계, 전자, 경영 등 다양한 업종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미래대학의 학과를 나누어 맡아 장기현장실습 상담을 위해 찾아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도에 대한 설명을 비롯, 원하는 기업과 근무조건 등을 1:1로 상담해주는 게 이들의 업무였다.

  장현장과 김단기는 나란히 장기현장실습센터에 들어섰다. 
“저 장기현장실습에 대해 상담하려 왔는데요....혹시 황교수님을 뵐 수 있을까요?” 
 장현장은 안내 데스크에서 여직원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얼마 전 장기현장실습 프로그램 설명회 때 제도에 대해 설명해주고, 질의응답에도 성심껏 대답해준 황상무를 만나뵙는 게 필요할 것 같았다. 
  
 “학과별 담담 교수님이 따로 계시는데...마침 전화 상담을 마치신 거 같네요. 저 안쪽에 계시니 찾아가 뵈세요.”라는 여직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명은 황상무쪽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장현장, 이쪽은 김단기 학생입니다. 며칠 전 설명회 때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어요. 저희가 고학년인데 취업도 그렇고 진로문제도 그렇고...고민하다가 장기현장실습제가 마음에 들어 교수님께 조언을 얻고자 찾아왔습니다.”
 
 황상무는 인자한 표정과 미소를 지으며 두 학생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 두 학생 모두 지난 주 설명회 때 좋은 질문을 했던 학생이죠? 하하. 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황상무에게도 장현장보다 서너 살 많은 아들이 있다.
 장남인 아들은 수도권 대학을 졸업했지만 2년간 취업 재수를 한 끝에 어렵사리 성공했다. 입학할 때만도 주변에서는 좋은 대학에 합격해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황상무 역시 어깨가 으쓱했다. 마치 아들의 영예가 자신의 성공인 듯 여겨졌기 때문이다. 황상무 아들은 나름대로 대학생활을 열심히 했다. 미국으로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학점과 외국어성적도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취업을 위해 분주해진 4학년 때부터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다. 수차례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입사원서를 넣었지만, 면접 과정에서 번번히 미끄러지고 말았다. 아들 친구들 가운데는 졸업 전 취업에 성공한 이들도 있었는데, 그런 이들이 많아질수록 아들은 점점 초조해지게 됐다.

 공채 시기가 마무리되는 12월을 보내고 나서, 취업재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졸업을 하고도 취업을 못하니 주변에서는 ‘얼마나 취업이 어려우면 그럴까?’라든지 ‘좋은 기업을 가기 위해서는 더 내공을 쌓아야 한다’는 등의 위로를 들었으나, 황상무 기분은 편치 않았다.
  
 아들은 자기소개서 쓰기, 면접스킬 향상 등을 가르쳐준다는 취업 학원을 다니는데 매달 수십만 원의 비용을 들이면서도 취업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조금 눈높이를 낮추면 취업이 좀 더 수월했지만, 아들의 자존심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취업 재수 시절을 2년간 꼬박 보낸 후에야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외국계 회사에 입사하게 됐는데, 실상 이러한 사례는 황상무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4년간 비싼 등록금을 대며 공부했는데도, 졸업 후 다시 큰 돈을 들여가며 취업을 위해 시간과 금전적 비용을 대야만하다니...’하며 황상무는 대졸자들의 취업 현실을 개탄했었다. 
  
 “학생들. 지난주 설명회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장기현장실습은 여러분들의 전공능력을 실제 기업 현장에서 최대한 발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요. 더불어 여러 선배직원들과의 소통과 회사생활을 통해 인간관계 형성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고, 기업조직의 풍토와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구요. 
 또한 해당 기업의 조직문화가 마음에 들면 취업을 할 수도 있어요. 요즘 대학 졸업을 하고 나서도 취업재수를 하며 비용을 소모하는 대학생들이 참 많죠.
 장기현장실습을 하면 이러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답니다. 여기 학부 및 전공별로 상담해 주는 교수님들이 계시니 잘 상담하고, 또 본인들이 원하는 기업 리스트를 포털사이트를 통해서 신청하면 교수님들이 여러분들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기업과 매칭을 해주실 겁니다.”

교수들의 무장 

 장기현장실습센터 사무실. 시계 바늘은 오후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회의 테이블에는 6명의 산학협력교수와 부센터장을 맡고 있는 황상무가 둘러 앉았다. 

 “지난 주 설명회를 마치고 교수님들 일주일간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기업체에서 수십 년 간 조직을 위해 희생하시면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계신 분들입니다. 이 대학에 오신 사연과 배경은 다들 있으시겠죠.

 이제 우리는 모두 장기현장실습을 운영하는 공동체입니다. 그간 쌓아오신 캐리어를 최대한 발휘하시어, 이 대학의 성장을 돕고, 또한 여러분들 모두 보람과 성취감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황상무의 모두 발언에 산학협력교수들은 짐짓 겸연쩍어 하면서도 편안한 얼굴표정을 지었다.

 “네 부센터장님 좋은 말씀이십니다. 제가 볼 때 우리가 아들 딸 같은 학생들의 진로탐색이나 취업 역량을 돕는 조력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꼭 학교에서 요구하는 미션이 아니더라도, 그간 쌓아온 기업체 네트워크도 그렇고 사람을 다루고 코칭하는 스킬도 그렇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학생들 이야기를 진솔하게 경청하다보면 정말 잘 되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최대 조선소 기업체에서 공장장을 지낸 A교수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런데 우리의 역할이 광범위한 것 같아 솔직히 부담이 큽니다. 학생 상담도 해야 하고, 기업체와 매칭도 시켜야 하고, 또 기업현장에서 잘 근무하고 있는지 관리도 해야하고, 또 기업체에 학생들 잘 관리해 달라고 부탁도 해야하고...” 외국계 기업에서 생산관리사업부 임원을 지낸 B교수가 다소 경직된 얼굴로 문제제기를 했다.

황상무는 가만히 뭔가를 생각하다가 무겁게 말을 꺼냈다. 
“네 맞는 말씀입니다. 제가 미국과 캐나다 출장을 다녀왔는데요. 세계 최대 장기현장실습 실적을 보유한 캐나다 워털루 대학만 해도, 사실상 역사도 그렇고 장기현장실습 운영조직체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계적이고 거대합니다.

 우리는 이제 걸음마 수준밖에 되지 않죠. 우리나라도 장기현장실습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발전해야 대학의 전담조직 규모나 위상도 커질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러한 결과에 다다르기 까지는 우리 교수님들이나 대학이나, 또 기업체나 많은 성찰과 고민, 소통이 필요할 거라 봅니다.

 다행히 이 대학 총장님이나 학장님 모두 매우 합리적인 사고와 더불어 대학 교육의 철학에 장기현장실습제의 중요성을 매우 깊게 담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우리들의 역할이 방대하고 막연합니다. 학생들 상담하고 기업과 매칭시키는 일이 보람되지만, 한 두 학생도 아니고, 또 대학 학부과 교수님들과의 협업도 그렇고, 끝이 없는 느낌이 들어요.” 다시 B교수가 볼멘소리를 냈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긴 호흡을 한 후에 황상무는 말을 이어갔다.
“네 교수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역량을 모두 발휘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의 자녀나 후학 같은 학생들이기 때문에 아직 미성숙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제대로 됐으면 일찍부터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에 대한 목표를 설정했겠지만, 잘 아시다시피 입시위주의 교육에 길들여져 있다보니 대학에 와서야, 그것도 고학년이 되어서야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느라고 애를 씁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과 역량을 파악해서 자신에 맞는 진로를 찾아주셔야 합니다. 또한 기업 현장에 가서 일하며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도 경청하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측과 긴밀하게 상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정해진 기간 동안 보람있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게 바로 상담자 역할이죠.”

 산학협력교수들 모두 상기된 표정을 짓자, 황상무는 말을 이어갔다. 

 “또 코칭 역할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들 기업에 계실 때 후배들에게 업무를 가르치고, 성과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해주는 역할을 많이 하셨잖아요? 장기현장실습제도 마찬가지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학생들도 월별로 자신이 한 업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기업과 대학에 제출합니다. 우리 교수님들께 전달되는 것이지요. 그 내용을 보고 일정하게 평가를 해주시고 더 분발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조언과 피드백, 코칭을 해주셔야 합니다.”

 “네 부센터장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소 업무가 벅차더라도 사회에 공헌한다는 심정으로, 학생들을 최대한 성심껏 지도해 보겠습니다.”

 일제히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난 산학협력교수들의 얼굴엔 젊은이들처럼 발그스레 홍조가 생겨났다.

-다음 화에 계속-

(11화는 9월 16일 게재됩니다)

< 연재 보기 >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2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3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4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5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6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7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8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9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1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선량 2019-09-09 19:13:21
사고의 전환,
관행에서의 탈피는 대단히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