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 4화 -
[연재]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 4화 -
  • 대학저널
  • 승인 2019.08.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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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 우여곡절 속 쾌거

며칠 후. 
서울의 한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학 동기 교수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부생 시절은 물론이고 대학원 과정 때까지 줄곧 동고동락한 B교수였다. 그는 박 교수보다 두 살 많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고 항상 든든한 동료 역할을 해주는 좋은 친구였다. 

 “박 학장. 잘 지내요? 뭐가 그리 바빠?” 지난겨울 동계 학술대회에서 만난 뒤로는 바쁘다 보니 소식이 뜸했던 동료 교수의 연락에 박 교수는 반가움이 컸다.
 
 “다른 게 아니라 정부에서 장기현장실습제도 참여 대학 공모를 한다는 소식이 왔어. 이거 잘하면 최대 5년간 수혜 받을 수 있는 제도라고 하는데… 박 학장 대학도 요즘 대외 평가 때문에 나름 고전하는 거 같아서, 내가 미리 정보를 좀 알려주는 거예요. 다음 주 공고가 나오면 한번 보시고 응모해 봐요.”

  “교수님 감사해요. 그렇잖아도 우리 대학의 성장 동력을 찾고 있었는데, 잘 참고할게요. 잘되면 한 턱 낼게요~”

  박 교수는 교내에서 단기현장실습을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에서 단기가 아닌 장기현장실습제도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공모를 한다는 점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장기현장실습이라....” 박 교수는 구글 스칼라 사이트와 한국학술재단 사이트를 통해 바로 검색을 해보았다. 관련된 논문 정보를 서치해서 사전 지식을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3개 정도의 국내 학술지 논문 외에는 이렇다 할 자료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거라도 출력해서 읽어 봐야겠다”며 커서를 클릭하는 박 교수 입에서는 큰 하품이 연거푸 쏟아졌다. 

 여러 논문자료를 통해 박 교수는 장기현장실습제도가 사실상 미국의 코업(Cooperative Education Program. Co-op)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발견해 냈다. 박 교수 연구실에서만 불빛이 새어나오는 8층짜리 공대 건물을, 맑고 선명한 밤하늘의 푸른별들이 비추고 있었다.

  일주일 후. B교수의 말대로 중앙언론 매체를 통해 장기현장실습제 참여 대학 모집 공고가 큼지막하게 났다. 관련 심층 보도도 여러곳에 실렸다. 참여 희망 대학들이 사업계획서와 제안서 등을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광역도시별로 4~5개 대학을 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에서도 청년실업을 해결해야 하는데, 대학생들에게 체계적인 현장실습 기회를 제공해 취업률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듯했다. 대학 역시 재정지원을 통해 교육과정을 보다 산업 지향적으로 개선하고 학생들의 전공 및 취업역량을 강화할 수 있어 대학 위상을 강화하는 데도 좋은 계기로 작용하는 이점이 있다.

  박 교수는 총장 보고를 마친 후, 관련 내용을 교수들에게 공지하고, 행정부서를 통해 사업계획서 작성 TF를 구성하게 했다. 대학 현황을 비롯해 그간의 산학협력 실적, 장기현장실습제도에 대한 운영 방향과 기대효과 등 채워야 할 내용이 많았다.

 이전부터 이와 유사한 정부 재정지원사업 신청을 할 때도 참여 경험이 있는 박 교수였기에 자신감이 있기는 했지만, 혼자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야심 차게 공모 자료 작성을 추진하는 즈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박 교수가 여학생을 희롱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식사자리에서 동료 교수의 귀띔으로 소문을 접한 박 교수는 그저 황망할 따름이었다. 연구실에서 학생 면담을 할 때면 여학생의 경우 여럿이 있더라도 반드시 문을 절반 이상 열어 놓는 그가 아니던가. 더구나 남녀 할 것 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경청을 잘해주는 교수님으로 인기가 높았던 그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희롱이라니?

  순간 박 교수는 한 달 전쯤, 자신을 찾아왔던 대학원 휴학 여학생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여학생은 지도교수도 따로 있었는데, 어떤 연유인지 갑자기 휴학을 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학생은 박 교수를 찾아와서는 진로문제로 잠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박 교수는 10분가량 시간이 되니 잠깐이라도 들어주겠다고 했다. 여학생은 다른 대학원에 진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박 교수는 타 대학정보를 일정하게 설명해주고 나서는 왜 휴학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지도교수님도 찾아가 뵈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여학생은 얼굴색이 변하더니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리며 “교수님, 갑자기 죄송해요, 말씀 고맙습니다”는 짤막한 인사말을 남기고는 도망치듯 뛰쳐나갔는데, 반쯤 열려 있던 연구실 문 닫는 소리가 크게 복도를 울렸다.

 여학생이 눈물을 흘리며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갈 즈음, 때마침 한 교수가 강의를 마치고 여학생을 향해 걸어왔는데,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선 흠칫 놀랐다. 여학생이 휴학하기 전 지도교수였다. 여학생은 아주 짧게 기계적으로 목례를 한 뒤 쏜살같이 복도를 빠져 나갔다. 

 그 교수는 평소 주변으로부터 그다지 신임을 얻지 못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박 교수에게 항상 경쟁심을 품고 있던 터여서, 박 교수가 학장으로서 주재하는 회의 등에도 갖은 핑계를 대며 불참하기 일쑤였다.

  다음날부터 그 교수는 자신이 목격한 장면을 주변 사람들에게 왜곡해서 조금씩 흘렸는데, 예를 들면 “자세히 본 건 아니지만...학부생이면 혼이 나서 그럴 수도 있다지만....여자 대학원생이 교수방에서 울면서 나오고...좀 그렇지 않아요?”식으로 은근슬쩍 박 교수가 잘못된 행동이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를 지어냈다. 

 하지만 박 교수가 누명을 벗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발생했다. 
 교내 인권위원회에서 교수의 인격적인 모독 등으로 고통을 받다 휴학을 한 여자 대학원생의 신고가 접수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공대 모 교수가 평소 여자 대학원생에게 폭언을 일삼고 연구지도보다는 개인적 심부름, 심지어 자녀의 과외 지도까지 시키는 등 비서처럼 부렸고, 이러한 부당한 대우를 참다못한 대학원생이 휴학을 하게 됐다.”

  문제의 교수는 바로 박 교수를 만나 상담을 했던 대학원생의 지도교수였다. 대학 측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당사자 조사를 벌이고, 교수협의회측과도 협의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당 교수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징계조치를 내림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될 수 있었다. 피해 학생에게도 공식 사과한 것은 물론이었다.

  박지도 교수는 장기현장실습제도 관련 국내 논문은 물론이고, 제도가 발생한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 학술 사이트에도 접속해 수십 편의 논문을 검색해 봤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사학위 논문을 쓴 사람과의 미팅을 통해 논문을 쓰게 된 배경과 연구의 핵심 내용, 그리고 연구 소감 등을 경청했다. 

  박 교수는 짧은 시간임에도 50여 편의 논문 탐독을 통해 제도의 원리와 특징, 효과 등을 어느 정도 스터디하고, 이 제도를 대학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청사진도 세밀하고 야심차게 그려 나갔다.

 박 교수가 이끄는 TF는 꼬박 2주간 제안서와 사업계획서 작성에 매진하여  접수를 했다. 그로부터 3주 후 장기현장실습 운영대학 심사 결과가 발표됐고, 이내 대학 현관에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축, 한미래대학 장기현장실습제 운영대학 선정! ○년간 ○○억 지원”

기쁨도 잠시, 제도 운영대학으로 선정됨에 따라 박 교수는 더욱 바빠졌다. 장기현장실습제도 운영을 위한 포털사이트 구축, 센터 등 기구 신설, 산학협력 교수 등 인력 충원 등 사업 론칭을 선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었기 때문이다.
   
                                                                                    - 다음 화에 계속 -
 

< 연재 보기 >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2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3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5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6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7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8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9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0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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