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 3화 -
[연재]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 3화 -
  • 대학저널
  • 승인 2019.08.15 16:3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3화 > 학장이 된 박 교수의 미션
 
 금요일 오후 한미래 대학 기계공학부 박지도 교수 연구실.
 
 동그란 테이블에 남녀 학생 세 명을 앞에 두고 박 교수의 상담이 한창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2~4시에는 교수와 학생 간 미팅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 고민이나 학과 수업의 어려움 등을 경청하고 해법을 찾아주는 ‘교수-학생 커뮤니케이션’ 무대가 열린다.
 
 박 교수는 이 제도가 시행된 작년부터 거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학생들과 상담을 해왔다. 주말 학회를 앞두었을 때나, 연구보고서를 마감하는 날과 겹칠 때도, 이 시간만큼은 철저히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다시피 했다.
 딱 한번 지난겨울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 큰할머니의 부음을 받고 장례식에 달려갔을 때를 제외하고 말이다.
 
 “교수님 저는 어느새 3학년 되었는데, 그동안 학점 관리를 위해 전공에만 매달리다보니, 정작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는 막연하고 막막해요.”
 
 “교수님, 저는 솔직히 전공이 아무래도 적성에 맞지 않는 거 같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고, 무엇보다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하게 돼요....”
 
 “제가 가정 형편이 어려워 휴학을 고민하고 있는데요....학교에서 봉사활동이나 대외적으로 명성을 높이는 활동을 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제도가 있다고 들었는데...교수님께서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꼬박 두 시간 동안 학생들의 다양한 고민을 경청한 박 교수는 교수로서, 또는 사회 선배로서 성심을 다한 설명과 안내를 해주고 학생들을 돌려보낸 후, 미니 냉장고에서 더치커피를 꺼내 아끼던 후학이 졸업하면서 선물한 머그커피 잔에 물을 타 마른 목을 적셨다.
 
 “학생들이 고민이 많아 안타깝군.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지...”라고 독백을 하며 연구실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높은 하늘 아래에는 수많은 집들과 건물이 촘촘하게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멀리 산등성이 위로는 뜨거운 햇살을 받는 구름들이 정처 없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화들짝 놀라고는 급히 서류를 챙겨 회의실로 향했다. 자신의 주재로 열리는 ‘교과과정 혁신위원회’ 회의 시간이 10분 지났기 때문이다.
 
 박지도 교수는 올봄 교원 인사위원회를 통해 공대학장으로 승진했다. 이 대학에 부임한 지 15년 만에 학장의 자리에 오른 사실은 교내외 여러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외국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박 교수는 소위 국내파인데다가 나이가 더 많은 다른 교수들을 뒤로하고 다소 일찍 영전을 했기 때문이다. 박 교수가 학장이 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연구분야에서 매년 높은 실적을 올렸다. 국내 학술저널지뿐 아니라, 해외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에 대한 좋은 평가로 세계 인명사전에도 연거푸 세 번이나 등재돼 타 교수들의 부러움과 시기를 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학생지도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세심한 배려로 학생들로부터도 ‘가장 존경받는 교수’로 입소문이 났다. 대학원생들에게도 소위 지도교수로서의 ‘갑질’은 적어도 박 교수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학술논문을 낼 때도, 제1저자의 몫은 최대한 공로가 큰 대학원생들에게 돌아가게 했다. 그러다 보니 박사학위 제자를 배출한 실적도 가장 높았다.
 
 더구나 정부에서 공모하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에서도 위원 내지는 위원장으로 참여, 쟁쟁한 경쟁대학들을 따돌리고 선정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은 기업체와도 원만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상생 모델을 만듦에 따라, 대학의 위상 향상에 기여를 한 점 등 여러 가지가 영전에 작용했다. 
 
 어엿한 학장임에도 학생과 교수들을 만날 때마다 ‘제발 그냥 교수로 불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다닌 건, 그의 인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박 교수가 이 대학 김총기 총장실을 찾은 건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저녁 8시. 
 낮에는 수업과 회의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박 교수의 사정을 알고, 김 총장이 교내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박 교수를 부른 것.

  “박 학장님. 요즘도 많이 바쁘시죠?”
  “네, 학장이 되고 나서 회의가 좀 많아졌습니다. 그렇다고 수업이나 연구 등 기본 업무를 게을리 할 수 없다보니...괜찮습니다. 총장님.”
 
  김 총장은 잠시 숨을 돌린 후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학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우리 대학도 매년 상황이 좀 어려워지고 있어요. 특히 공대의 경우 정부나 언론기관 평가에서 조금씩 하락하고 있는 추세여서요. 물론 학장님처럼 연구실적과 학생 지도 능력이 뛰어난 분들이 많아서 다행이지만... 교육프로그램 개선과 취업률 향상이 큰 과제입니다....”
 
  다소 어두워진 표정의 김 총장을 향해 박 교수는 잠시 고민을 한 후 답했다.
 “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학령인구도 줄어가고 입학생 유치를 위한 대학 간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구요...뭔가 혁신적인 개선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내부 자원과 동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고, 필요하다면 외부의 지원 같은 것도 고려해 보겠습니다.”
 
  학장실로 돌아온 박 교수는 창가에 놓여 있는 여려 개의 난들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자신을 지도해준 원로 교수님을 비롯해 기업체 CEO, 타 대학에서 선전하고 있는 대학 동기 교수들, 그리고 졸업 후 창업에 성공하거나 어느덧 중역의 자리에 올라선 후학들이 보내온 난들이 옹기종기 줄을 맞춰 도열해 있었다. 
 
 심신이 피로할 때마다 주기적으로 물을 주며, 잠깐이나마 힐링의 시간을 가졌을 뿐인데, 몇몇 난들은 함초롬히 앙증맞은 꽃들을 피워내고 있었다.
 
  “내부 교수님들을 독려해서, 교육과정을 혁신해야 하는데...”하며 내뱉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오늘만 해도, 교육과정 혁신위원회 회의에는 10여명의 학부장들이 참여해야 했지만, 절반 정도만 참석했다. 불참한 교수들은 조교수나 대학원생을 통해 ‘학회 일정이 있다’ 거나 ‘급한 개인 일정이 있다’는 등의 사유를 전해 왔다. 
 
 하지만 여기에는 박 교수가 자신들보다 앞서 학장으로 승진한 것에 대한 시기심이 일정 부분 깔려 있다는 것을 그는 육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

 

< 연재 보기 >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2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4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5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6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7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8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9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0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1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선량 2019-08-16 00:16:37
존경받기에 부족함없는 교수님이시네.
프로젝트 추진할 때도 질투하는 이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걱정되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