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 2화 -
[연재]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 2화 -
  • 대학저널
  • 승인 2019.08.12 16:4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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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 저마다의 사연, 노을 속 약속

 

 장현장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했다. 현장실습이란 학교에서 경험해보기 어려운 직장생활을 체험해보고,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일정하게 활용해보는 좋은 기회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단기처럼 단기현장실습을 다녀왔던 학과 동기에게선 ‘회사라는 공간의 분위기도 파악해보고, 선배 직장인들에게 따듯한 지도도 받으며 실무 업무 경험도 해봐서 매우 좋았다’는 후일담을 들었던 터였다. 김단기가 말을 이어갔다.

 “물론 단기 실습을 하고 온 친구들 중에는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체계적으로 관리가 안 되다 보니까, 회사에서도 대학생들을 부담스러워 하는 거 같았어요.”

 장현장은 자신이 선배라는 점을 은근히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 짐짓 어른스러운 말투로 조언을 했다. 

 “어휴 고생 참 많았네요. 현장실습에 대해서는 경험한 사람마다 소감이 다른 거 같은데….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참 어려운 여건에 있어요. 학점도 잘 따야 하고, 취업 준비도 잘 해야 하는데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괜찮은 일자리는 너무 경쟁이 치열하고…. 이게 다 대학 교육과 기업 현장이 요구하는 인력 수요의 괴리 때문이죠. 그렇다고 동료들은 모두 좋은 곳에 취업하려 아등바등인데, 아무 것도 안하고 지낼 수도 없고….”

  게다가 묻지도 않았는데 신세 한탄을 이어가며 은근슬쩍 말을 놓았다.

 “난 대전에서 왔는데, 서울 안에 있는 대학 도전에 실패하고 재수를 거쳐 이 대학에 입학했지. 가정 형편도 넉넉지 않아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열심히 했지만, 성적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더라고. 입학할 때만 해도 수도권 대학에 합격했다고 집안에 경사가 났어. 5년 전 일이네. 근데 나처럼 재수를 하지 않은 고교 동창들은 서울의 좋은 대학에 다니며 대기업에 합격한 친구들도 있더라고. 난 이제 3학년인데, 베토벤이 불행은 남과의 비교에서 생겨난다고 하는데…. 그래도 현실은 현실이지 뭐.
 참, 다음 주에 장기현장실습 설명회에 나도 꼭 참여할려구.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특강도 하신다고 하고.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

  “네 선배님도 마음고생이 많으시군요….”
  
 가정 형편이 안 좋기로는 김단기도 사실 마찬가지였다. 
단기가 고교 2학년 때만 해도 아버지는 사업을 하고 있는 터라, 수입이 항상 넉넉했다. 학원은 원 없이 다닐 수 있었고, 그 덕인지 몰라도 항상 반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친구의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수십 년 동안 성실히 일구어온 사업을 접어야 했고 집조차 경매에 들어가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됐다. 아버지는 채권자들에게 쫓기는 도망자 신세가 됐다.
 지방 지인의 집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아버지와 가끔 전화통화를 하는 어머니는 처음에는 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하고 위로하려 애쓰는 모습이었으나, 아버지의 공백이 길어지자 전화상 다툼이 잦아지곤 했다.

 오빠는 군대로 피신을 가고, 대학 진학을 앞둔 고 3생인 단기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없어진 것에 대한 실망감보다는 심리적인 상실감과 낭패감에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했다. 성적은 당연히 추락했다. 그나마 수능을 석 달 앞두고, 채무가 정리가 되고 아버지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면서 가정이 안정을 찾게 됨에 따라, 단기는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미칠 듯이 공부에 매진해 어느 정도 성적을 만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에 와서도 학비와 생활비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까지 병을 앓게 되면서, 어렵게 재취직으로 직장을 얻은 아버지의 월급으로는 가정을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기는 대학에 입학하고 3학년 1학기 까지, 방학기간을 허투루 보낸 적이 없다. 과외와 편의점 알바, 그리고 교내 행정부서의 근로장학생 활동까지....차라리 남자로 태어났으면 오빠처럼 군대로 떠나 있을 텐데…하고 생각한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알바비를 차곡차곡 모아 3학년이 돼서 자전거를 한 대 산 것은 유일한 자신에 대한 투자였다. 

  가끔씩 자전거에 몸을 싣고 성남의 탄천 자전거 도로에서 시작해 강남의 올림픽 경기장을 지나 팔당 저수지까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라이딩을 할 때만큼은 적어도 온전한 젊고 풋풋한 대학생다운 시간이었다.
 
  어느덧 뉘엿뉘엿 먼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고, 구름들은 저녁노을로 시나브로 붉게 물들어 갔다. 

 커피숍을 나와 기숙사로 향하는 두 사람의 긴 그림자는 마치 남매처럼 다정스럽게 더운 아스팔트 길 위를 장식했다. 캠퍼스 곳곳에서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또는 쌍을 이루어 재잘거리며 각자의 길을 향하고 있었다.

  저만치 기숙사 벤치에서는 남녀 대학생이 앉아 있었는데, 남자의 긴 팔은 여자의 오른쪽 어깨를 타넘어 허리춤까지 내려와 있었다. 여자의 얼굴은 남자의 가슴에 파묻혀서는 야릇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장현장과 김단기는 애써 민망한 장면을 짐짓 외면하며 빠른 걸음으로 기숙사 동 입구 쪽에 다다랐다. 장현장이 무겁게 말을 꺼냈다. 

 “단기. 우리 앞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만나면 좋겠어. 담 주에 보자고.”

  “네. 그럼 다음 주 설명회 때 같이 가기로 해요. 저도 뭔가 장기현장실습이 구세주가 될 것 같은 기분이에요”라며 환한 미소로 화답하며 쓸어넘기는 김단기의 머리카락은 저녁놀을 받아 주황색 톤으로 물들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

 

< 연재 보기 >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3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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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렬 2019-08-16 22:22:00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선량 2019-08-13 12:24:13
구포세대라 해서 연애까지 포기할 순 없죠!
청춘남녀의 건승을 기원함돠!~

이상호 2019-08-12 20:55:32
장현장과 김단기의 청춘과 미래를 응원합니다! !!

요리조리 2019-08-12 17:09:09
ㅎㅎ 현장실습 설명회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