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이스트, 총장이 책임져야"

정성민 | jsm@dhnews.co.kr | 기사승인 : 2011-04-08 16: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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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4명 자살..'서남표식 개혁' 문제점 드러나

카이스트가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학생 4명이 자살했기 때문이다. 서남표 총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차등 수업료 부과제도를 폐지하겠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 총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자살, 또 자살 = 지난 7일 오후 인천시 만수동 모 아파트 주차장에서 카이스트 2학년 박상훈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아파트 CCTV를 조사한 결과 박 씨가 19층에서 뛰어 내려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박 씨는 한국과학영재고등학교 출신으로 지난 6일자로 휴학을 한 상태다. 박 씨는 결국 휴학 하루 만에 목숨을 끊은 것이다.


박 씨의 자살로 카이스트는 올해 들어 벌써 4명의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을 맞았다. 그 시발점이 됐던 것은 지난 1월 자살한 조민홍 씨. 전문계고 출신으로 '로봇영재'로 불리며 화려하게 카이스트에 입학했던 조 씨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조 씨는 당시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합격했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전형의 모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또한 조 씨에 대한 아픔이 가시기도 전 지난 3월에는 두 명의 카이스트 학생이 연이어 자살했다.


과도한 경쟁 시스템이 자살 원인? = 이처럼 카이스트 학생들이 연이어 자살하자 원인을 두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그 중 가장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차등 수업료 부과제도.' 이 제도는 원칙적으로 수업료를 내지 않는 카이스트 학생들이라 할지라도 총점 4.3점 만점에 3.0점 이상을 획득하지 못하면 한해 최저 6만 원에서 최고 600만 원의 수업료를 납부하도록 한 제도다. 지난해의 경우 카이스트 재학생 7805명 중 12.9%에 해당하는 1006명이 1인당 평균 254여만 원의 수업료를 납부했다.


2007년 신입생부터 적용된 이 제도는 한 때 대학가를 강타했던 '서남표식 개혁'의 대표적 모델이다. 서 총장은 취임 후 '미래 지도자가 될 학생들이 주어진 책임을 다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이 제도가 돌연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연이은 학생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직 정확한 경찰 조사가 나오고 있지 않지만 자살한 학생들은 대부분 이 제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7일 자살한 박 씨의 경우 휴학신청과 함께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으며 지인들에게 학업을 이어갈 의욕이 없다고 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남표 총장이 기자회견 중 고심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서남표 총장, "징벌적 수업료 폐지" = 차등 수업료 부과제가 학생들의 자살 원인이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카이스트는 제도 중단 의사를 밝히며 즉각 사태 진화에 나섰다. 서 총장은 지난 7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연이은 사건으로 지금 카이스트는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유를 불문하고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카이스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학부모님들께, 학생들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저를 비롯한 카이스트 구성원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있으며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애통함을 느끼고 있다"며 "총장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 일을 되돌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총장은 "2007년부터 학부 신입생을 대상으로 적용해 온 징벌적 수업료 부과 제도를 2011학년도 2학기부터 없앨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남표 총장 책임론 확산, 퇴진 목소리도 = 서 총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카이스트에 대한 비판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서 총장의 무리한 개혁시스템이 현재의 비극을 초래했다며 카이스트 안팎에서 서 총장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카이스트 한 재학생은 지난 6일 교내 학부식당 앞에 대형 대자보를 부착하고 서 총장의 차등 수업료제를 비판했다. 이 학생은 대자보에서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지급하는 미친 등록금 정책,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재수강 제도가 말도 안 되는 학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우리는 진리를 찾아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학점 잘 주는 강의를 찾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KAIST 학생이 네 명 자살한 후에야 서남표 총장은 차등수업료제 폐지를 발표했다"면서 "학생을 공부기계로 만들려고 수업료로 위협하며 비극을 낳게 한 장본인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고 영재의 요람에서 영재들의 무덤으로 전락한 카이스트. 한 때 대학가를 강타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서남표식 개혁은 이제 본격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또 다른 자살이 나올 수도 있다는 예측이 분분한 시점에서 서 총장의 용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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