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올해 고3 문과 학생들은 두 가지 우려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정시 진학의 폭이 좁아졌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문해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과 수험생들이 이 현실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내는 일이다. 논술을 위한 ‘다독’, ‘다작’의 의미와 방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2023학년도 대입을 치르는 고3 문과 학생들은 현재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인한 어려움과 문해력 저하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2022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인문·사회 계열 합격생의 44%가 이과 출신이었고, 연세대와 고려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났다. 이과로 건국대에 진학 가능한 점수를 받은 학생이 연세대에, 동국대 진학을 바라보던 학생이 고려대에 입학한 사례도 보고됐다. 예년 문과생들이 선호하던 자리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EBS에서 방송된 ‘당신의 문해력’에서는 ‘가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랍스터’라 답하던 고2 교실 풍경이 상당한 충격을 줬다. 당시에도 최소한의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이 27%에 달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으로 누더기 학창시절을 보낸 올해 고3 학생들의 문해력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문과 수험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분명하다. 문과는 ‘문(文)’으로 승부해야 한다. 문과는 수학을 못해서 문과가 된 것이 아니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원리와 가치에 대한 민감성이 문과의 정체성이다. 이러한 가치와 역량은 수식으로는 제대로 표현되거나 전달되지 않는다.
다독(多讀)
문과라면 무조건 많이 읽어야 한다. 문(文)의 힘을 키우는 데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논술은 사고력 시험이다.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령과 기술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논술 역량의 절대적인 부분은 학생의 사고력, 그중에서도 제시문을 정확하게 읽어 내는 독해력이 차지한다.
평균적인 문해력이 떨어진 지금이 바로 문(文)의 힘을 발휘하기에 적절한 때다. 비대면 수업과 파행적인 학사 운영 속에서 고등학생들의 독서량은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를 기회 삼아 독서량을 늘린다면, 적은 노력으로도 큰 성과를 볼 수 있다. 글은 많이 읽을수록 잘 읽게 된다. 기존의 지식과 결합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읽지 않는 학생들은 점점 더 읽을 수 없게 된다. ‘당신의 문해력’에서도 많이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은 아예 뇌의 활성화 부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동영상만 보고 읽지 않는 사람은 고차원적 사고를 할 수 없다. 이미지에 매몰돼 스스로 사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글을 읽으면 좋을까? 논술과 수능이 겹치는 영역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현행 논술은 ‘공교육 정상화법’에 따라 고등학교 교과 범위 내에서 출제되고 있으므로 논술의 영역은 수능과 분리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22학년도에 연세대는 ‘정의와 불평등’을 주제로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통합사회’ 교과서의 내용 등을 제시문으로 출제했는데, 연세대가 밝혔듯 이는 ‘생활과 윤리’나 ‘윤리와 사상’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자 텍스트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논술 제시문을 읽는 것이다. 논술 제시문은 텍스트 자체가 훌륭할 뿐만 아니라 다른 제시문과의 관계를 파악하면서 읽어야 하므로 입체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데 유용하다. 당연히 논술 시험을 준비할 수험생들에게는 이러한 논술 제시문 독해와 분석이 필수다.
다작(多作)
읽은 만큼 써야 사고력이 향상된다. 읽기만 한 상태에서 쓰지 않으면 생각이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리되지 않은 창고는 비어 있는 창고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글을 읽었다면 반드시 자신의 글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쓰기는 독서에 비해 학생들에게 더 생소하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정규 교과에서는 정제된 글쓰기의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SNS에서 하루에도 수많은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이것은 단순히 말을 기호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사고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흐름을 정돈하고 적절한 개념을 배열하면서 글을 써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근래 고등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은 매우 취약하다. 빈약한 어휘, 맞춤법 오류는 물론 가독성 떨어지는 초등학생 수준의 글씨도 문제다.
이러한 성향은 대학에 가서도 이어진다. 이연정 서원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무릎이 붓는다’는 말을 ‘무릎이 불어나고’라고 쓰거나, ‘낡고 오래된 편의점’을 ‘썩어가는 편의점’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 이후 학생들 모바일에 집중, 언어생활 오류 많아져”, 경향신문 2022.2.18.)
그러므로 생각을 정리하고 정확한 어휘를 익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말로,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글을 적는 연습을 해야 한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기존에 습득한 지식이 자기 것으로 완전하게 흡수되는 것은 물론, 기존에 생각해 보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이 과정에서 추가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논술은 어떻게든 글을 써내야 하는 과정이므로 다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대학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논술 시험에서는 대개 100~120분 동안 1천~2천자 정도의 글을 써내야 한다.
평소 손으로 글을 쓰는 연습이 돼 있지 않은 학생이 시간 내에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적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대로 평소 꾸준히 연습을 해 온 학생들에게는 그리 부담되는 수준이 아니다. 이러한 경험과 자신감은 논술을 직접 해 본 학생만이 느낄 수 있다.
2023 논술의 문(門)
올해는 논술전형에 유리한 변화도 상당히 있다. 논술을 시행하는 대학들은 논술점수가 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기 위해 내신의 반영 비중을 낮추거나 수능 최저 요건을 완화하는 추세다.
예컨대 성균관대는 올해부터 내신 반영을 없앴고, 한양대와 중앙대는 논술의 반영 비율을 각각 90%, 70%로 높였다. 논술전형에서는 수능 최저 조건만 맞춘다면 논술로 승부를 보게 하겠다는 뜻이다.
또 논술이 축소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논술로 선발하는 학생의 수가 적다고 볼 수도 없다. 전국 단위로 보면 수시에서 논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3% 남짓이지만 서울 소재 주요대로 좁히면 8% 이상으로 높아진다.
학생부 교과가 11.1%, 실기로 학생을 선발하는 모집하는 비율이 7% 가량인 것과 비교하면 논술은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다. 실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예술적, 신체적 재능으로 대학에 진학하듯, 논술을 준비하는 문과 학생들은 문(文)의 재능을 키워 대학으로 가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투자의 핵심은 남들이 뛰어들기 전에 기회를 선점하는 것이다. 간혹 학생 또는 학부모로부터 ‘주변에 논술하는 사람이 적어 논술에 뛰어들기 겁난다’는 말을 듣곤 한다. 하지만 투자의 원리에 비춰 보면 이러한 생각은 전략적이지 않다. 코로나19로 전체적인 문해력이 떨어지고 이과의 정시 지원으로 상위권 대학의 진학 가능성이 줄어든 지금이 바로 논술에 뛰어들 적기다.
서두에서도 강조했듯 문과의 힘은 문(文)에서 나온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원리와 가치를 글로 담아 표출하는 문(文)의 힘으로 문과인 여러분 혹은 여러분의 자녀들도 당당히 대학에 진학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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