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에 제시된 문학작품 이해 단계

백두산 | bds@dhnews.co.kr | 기사승인 : 2022-03-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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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활용 방법

[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논술 제시문에서 문학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거의 모든 대학의 논술 시험에서 문학작품이 출제되며, 학교에 따라서는 문학작품의 해석 능력을 집중해서 물어보기도 한다. 문학작품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 안에서 개인의 내면이나 사회에서 사람들 사이 겪는 사건을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 비문학 제시문과 내용상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문학작품은 비문학 제시문과 달리 구체적이고 특수한 상황을 다루므로 글을 읽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문학작품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은 문학작품이 다루는 내용의 난해함에서 비롯되기보다는 문학작품을 읽어나가는 기술적 측면의 부족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주의를 기울여 문학 제시문을 보는 연습을 한다면 논술에서 출제되는 문학 제시문에 대한 이해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STEP 1. 제목을 알면 문학작품이 보인다


모든 문학작품에는 제목이 있다. 그리고 모든 작품의 제목은 주제를 암시하거나, 주제 그 자체이므로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은 결국 작품의 제목을 이해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보자. 학생들 가운데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라는 시를 모르는 학생은 없다. 하지만 시의 시대적 배경, 작가의 의도, 표현 방법 등의 기계적인 내용이 아닌 시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파악하고 있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다. 시의 제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바다와 나비의 대비 구도에 있다. 흔히 바다를 떠올리면 하얀 백사장과 파란색의 낭만적 배경의 이미지를 연상하곤 한다. 하지만 불과 한두 세대 전까지만 해도 바다는 파란색의 낭만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죽음과 공포의 새까만 이미지였다. 이제는 나비를 떠올려보자.


나비는 아이처럼 연약한 샛노랑색 파스텔의 느낌을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죽음의 캄캄한 바다의 이미지와 만지면 바스러질 듯한 나비의 연노랑 이미지의 대비를 느껴보자. 흡사 어두운 밤길을 연약한 아이유가 걷고 있고, 그 주변에 시커먼 건달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장면처럼 불안함과 불길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김기림의 작품 ‘바다와 나비’에서 이러한 대비 구도와 긴장감을 읽어나갈 수 있다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이해한 것이다. 지금 다시 ‘바다와 나비’를 읽어보면, 차가운 바닷물에 날개가 절고 허리가 꺾인 나비가 고통스럽게 보일지도 모른다.



STEP 2. 장면을 시각화하라


관념적인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문학작품은 구체적인 장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소설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인물, 사건, 배경을 배우는 이유는 바로 작품이 전개되는 구체적인 장면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시든 소설이든 제시된 장면이 어느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누가 등장해 어떤 사건을 서술하는지 충분히 시각적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시각화는 녹화된 영화의 필름을 재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호로 나열된 문학작품에 생생한 체험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희고 거대한 서류뭉치로 변해갔다
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춥고 큰 방에서 서기(書記)는 혼자 울고 있었다!
눈은 퍼부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중지시킬 수 없었다
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밖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지금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
밤은 깊고 텅 빈 사무실 창밖으로 눈이 퍼붓는다
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논술에서 제시문으로 종종 인용되는 기형도의 ‘기억할 만한 지나침’은 시의 내용이나 형식 등에서 만만찮게 까다로운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시각화해보면, 시의 대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우선 시간과 공간적 배경을 가장 바깥에 그리고, 그 안에 등장인물과 인물 사이 발생한 특징적인 사건을 간단히 그려 넣어보자. 1연과 2연은 장면이 다른 만큼 아래와 같은 두 장의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이 작품은 눈 오는 밤 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진 비슷한 2개의 장면을 병치하고 있다. 1연에서 화자는 우연한 계기에 관공서 안에서 홀로 남아 울고 있는 서기를 목격하며 그의 슬픔에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서기의 슬픔을 목격한 화자는 낯선 타인의 슬픔에 개입하지 못하는 고통과 함께 그의 슬픔에 온전히 감정을 이입하고 있음이 느껴지는가?


장면이 바뀌어 2연에서 화자는 눈 오는 밤 홀로 사무실 안에서 우연히 목도한 ‘서기’의 슬픔을 떠올리고 있다. 그는 그때 그 ‘기억할 만한 지나침’ 안에서 마주친 ‘서기’와 마찬가지로 깊은 슬픔에 잠겨 펑펑 울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이선균)은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눈물을 꺽꺽 삼키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선균을 도청하고 있던 ‘이지안’ 역의 아이유는 박동훈의 슬픔에 공감해 함께 눈물을 흘린다. 이 장면을 TV로 지켜보는 누군가는 박동훈처럼, 이지안처럼 소리죽여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장면의 시각화는 문학작품을 생생한 체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문학적 상상력을 구체화하는 유용한 방식이다.



STEP 3. 관점과 연계하라


문학작품은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논술에서 문학작품은 논제에서 주어진 관점과 연계해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즉, 국어에서 문학은 독자의 다양한 경험에 의해 감상을 확장할 수 있는 대상이지만, 논술에서 문학은 주어진 관점을 적용해 분석할 대상일 따름이다. 논술은 배경지식을 서술하는 시험이 아니라, 제시된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재구성하는 시험이다. 당연히 문학작품도 배경지식이 아닌 주어진 관점을 활용해 서술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예전 경희대 논술에서는 ‘공감의 양상’을 활용해 앞에서 언급한 기형도의 시 ‘기억할 만한 지나침’을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 문제가 까다롭고 어렵게 인식되는 이유는 추상명사인 ‘공감’을 마치 눈에 보이는 사물인 것처럼 ‘양상’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서 장면을 시각화하는 과정을 거치면 의외로 간결하게 답변을 구상할 수 있다. 시각화한 그림을 들여다보면, 화자가 서기의 슬픔에 공감하고 독자가 화자의 슬픔에 공감하는 장면은 공통적으로 슬픔을 인식하는 주체와 슬픔의 대상이 분리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즉 공감의 주체는 대상의 슬픔에 감정을 이입하는 방식으로 공감하고 있다. 또한 공감의 주체는 대상의 슬픔에 절대 개입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공감을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공감의 양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시에서 언급할 수 있는 공감은 공감의 주체가 공감 대상에 대해 일방적으로 감정을 이입하는 동병상련 정도로 제한해서 해석될 따름이다.


문학작품의 감상은 타고난 감수성의 영역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타고난 감수성’이라고 말하는 순간, 문학작품은 감수성을 가진 누군가에게 전유되는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시공간 안에서 사람 사이 발생하는 구체적인 사건을 생생하게 다루는 것이 문학작품이라고 한다면, 문학 제시문이 비문학 제시문과 다른 내용을 다뤄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 장면을 시각화해서 제목의 의미를 밝혀보자. 그리고 주어진 관점과 대응하는 내용에 주목해보자. 논술에서 문학 제시문을 포함한 문제는 수준 높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의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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