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글 쓰는 스타일에 잘 맞는 대학은 어디인가요?” 수시 원서 접수기간이 다가오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 다음은 “많이 뽑는 학과에 지원하는 게 유리하겠죠?”이다. 이건 사실 질문이기보단 자신의 생각을 확인 받으려는 의미가 더 강할 것이다. 평소엔 굉장히 합리적인 모습을 보이는 분들도 자녀의 입시 앞에선 논리에서 벗어나 미신과 요행을 찾는 경우가 흔하며, 논술(논리적 글쓰기)을 1년 가까이 배워온 학생들도 원서 접수와 관련해선 논리가 아닌 느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전에 쓴 칼럼에서도 강조했던 부분인데, 입시는 확률이며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합리적 사고가 필요하다.
논술전형 지원 대학 선택
논술전형에서 지원할 대학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하는 건 ‘글 쓰는 스타일’이 아닌 수능 최저기준이다. 수능 최저기준을 맞추지 못 한다면 아무리 내 스타일에 맞는 대학일지라도 어차피 자격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그간의 모의고사 성적 추이를 면밀히 분석하여 실전 수능에서 어느 정도의 등급을 받을 수 있을지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예상해보아야 한다. 특히 수능 3개 영역 합으로 수능 최저를 맞출 수 있는지 아니면 2개 영역 합 정도로만 맞출 수 있는지 엄밀하게 따져보아야 실컷 논술 준비했는데 수능 최저 못 맞춰서 시험장 갈 일도 없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
논술전형은 선호도가 높은 상위권 대학이라 해서 합격하기가 더 어렵거나 그보다 낮은 대학이라 해서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이 논술전형이 학생부전형이나 정시모집과 가장 다른 부분이다. 학생부전형이나 정시모집에선 내신이나 수능 성적에 따라 선발하기 때문에 상향 지원을 할수록 붙기 어렵고 하향을 할수록 붙기 쉬워진다. 그러나 논술전형에선 상향을 한들 수능 최저만 높아질 뿐이고 하향을 해봐야 수능 최저만 낮아질 뿐이다. 또한 소위 높은 대학이라고 해서 논술문제 난이도가 더 높지도 않고 낮은 대학이라 해서 논술문제가 쉽지도 않다. 따라서 수능 최저를 충족했다는 전제 하에서는 상향이든 하향이든 결국 논술시험을 잘 봐야 합격할 수 있으므로, 상향 지원이 더 붙기 어렵지도 하향 지원이 붙기 쉽지도 않다.(그러니 사실 논술전형에선 상향, 하향의 개념이 성립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인생역전’ 수준의 상향 합격사례가 논술전형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한편, 나름 안정적으로 낮춰 지원했음에도 하나도 합격하지 못하는 사례 역시 흔한 것이다.
수능 최저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소라 해서 소위 ‘글 쓰는 스타일’이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진 않다. 다만 학생의 글 쓰는 스타일에 맞춰 그에 적합한 대학을 찾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약점을 피해 단점이 최소화되는 대학을 찾는 것이라 봐야 한다.
대표적인 고려사항이 답안 분량이다. 논술답안의 분량을 크게 보았을 때 500자 분량과 1000자 분량이 있으며, 대학에 따라 500자 이하의 더 짧은 문제를 출제하기도 한다. 사실 1000자라고 해봐야 논술이 아닌 일상의 다른 글과 비교했을 땐 턱 없이 짧은 분량이지만, 논술시험을 치르는 학생들 입장에선 문제당 500자 이하는 여차저차 금방 채울 수 있다고 생각되는 반면 900~1000자를 쓰는 건 길고 굽은 도로를 가는 것 같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짧은 분량으로 출제하는 대학들(중앙대, 한국외대, 동국대 등) 위주로 지원한다면 학생의 심적 부담을 줄여 더 수월하게 논술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고려사항은 표나 그래프에 취약한 경우이다. 표, 그래프 문제 풀기 싫어서 수능에서 사회문화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이 뜬금없이 논술 때문에 표, 그래프를 다루려 하면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표, 그래프를 잘 출제하지 않는 대학들(서강대 사회, 인문, 중앙대, 경희대 인문, 이화여대 인문I, 한국외대, 인문, 동국대 등)에 지원한다면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답안분량이나 표, 그래프 등은 사실 논술문제풀이 전반을 좌우할 정도의 중요한 요소가 아니며, 조금만 신경 써서 대비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무조건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 극복하길 권한다. 그래야 다른 고려사항 없이 수능 최저만으로 대학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이 선호하는 대학들 중심으로 입시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논술전형 지원 학과 선택
대학을 정했으면 그 다음은 학과다. 학과는 학생의 진로와 관련이 깊으며 논술전형에선 전공적합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이 원하는 학과에 지원하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으니 이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사항이 모집정원이다.
아무래도 많이 뽑는 학과에 붙기가 더 수월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이 뽑는 학과에는 그만큼 훨씬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결국 많이 뽑는 학과이든 적게 뽑는 학과이든 경쟁률이 같다면 합격확률도 같으며, 모집정원이 큰 학과에서 추가합격이 많이 나오는 타 전형과 달리 논술전형은 추가합격 자체가 별로 많지 않기 때문에 굳이 경쟁률을 무시하면서까지 모집정원이 많은 학과에 지원할 까닭은 없다. 따라서 단지 모집정원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학과를 고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모집정원보다는 경쟁률을 우선 살피는 것이 좋다. 다만 논술전형에서 경쟁률이 낮은 학과는 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경쟁률이 유독 높은 학과들은 존재하기 때문에, 학과 선호 없이 입시의 유불리만을 따진다면 경쟁률이 너무 높은 학과를 피하는 전략 정도가 가능하다.
수시 원서 접수기간 동안 실시간으로 경쟁률이 제공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시장 원리에 따라 비슷한 경쟁률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 와중에도 이유 없이 유독 치고 나가는 학과들이 존재한다. 이 경우 결국 가장 높은 경쟁률로 마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학과에 대한 선호가 강하지 않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주의할 것은 접수기간 중 경쟁률이 가장 낮은 학과이다. 이 학과들은 접수마감 직전 실시간 경쟁률이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 ‘블랙아웃’ 시간 동안 쏠림현상이 나타나 마감 후에는 극적으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각 대학이 평균적으로 보이는 경쟁률 정도는 받아들이고 실력으로 이겨낼 각오가 필요하며, 그 와중에 경쟁률이 조금이라도 더 낮은 학과를 찾겠다고 무리할 경우 오히려 가장 경쟁률이 센 학과에 지원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으므로 경쟁률에 대한 고려는 적당한 선에서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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