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주의 목요에세이] 커다란 것이 아름답다

황혜원 | yellow@dhnews.co.kr | 기사승인 : 2022-05-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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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지상주의라는 말이 공공연한 진실인 양 통용되는 우리나라에서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에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비만은 질병이라고 규정되면서 날씬한 몸매를 가지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데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난 솔직히 이날 이때까지 단 한 번도 날씬했던 적이 없다. 물론 초등학교 건강기록부 상으로는 초등 저학년까지 지극히 정상이었고 심지어는 허약하기까지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과거 건강기록부에 ‘가나다라마’로 표현되던 신체충실지수가 정상인 ‘다’로 기록됐고 심지어는 4~5일 장기 결석도 잦았다.


이러한 허약함을 심각하게 걱정하셨던 어머니께서는 용하다는 한의원을 수소문해 문제의 녹용을 지어오셨다. 그것은 기가 막히게 약발이 잘 받았다. 녹용을 밥 먹듯 먹어온 나는 어느새 나도 모르게 한 살 위의 사촌 오빠와 ‘누가 밥을 많이 먹나?’와 같은 내기를 시작했다. 이어 초등학교 4학년 때 신체충실지수가 ‘라’로 올라버렸고, 5학년 때부터는 ‘마’로 최고치를 찍어 중학교에서부터 이날 이때까지 과체중, 비만, 고도 비만의 굴레를 벗어날 길이 없었다.


오죽하면 몸무게로 인생의 절정기였던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친구가 우연히 길에서 나를 알아보며 “넌 어쩜 고등학교 때랑 변함없이 그대로니?”라며 큰 소리로 반가워했다. 지나가던 모르는 여자들이 순식간에 훑어보며 흘리는 희미한 미소를 ‘그래! 친구야. 몸매가 그대로라 단박에 알아본 것이 아니라 난 아직 주름이 많지 않은 얼굴을 가진 게로구나. 고오맙다!’라고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친구를 꼬옥 끌어안았었다.


그런데 이런 내가 유일하게 내 몸에 즐거웠던 나날들이 있었다. 바로 임신 기간이다. 아이가 뱃속에 있었을 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아이 핑계를 대면서 떡볶이, 순대, 피자와 같은 고칼로리 음식들을 아이가 원한다면서 죄의식 하나 없이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


맞는 사이즈가 없어 항상 주눅 들었던 옷가게에서 원 없이 까탈스러운 고객 코스프레를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나날들이었다. 버스와 지하쳘 같은 대중교통에선 임산부 자리에 우선권을 가질 수 있었다. 요새는 지하철에 서 있으면 내 배를 보고 일어날 듯 하다가도 얼굴을 보고는 갸우뚱하며 안절부절한다.


몸집이 큰 것은 죄는 아니다. 인기 드라마를 통해 한창 유행했던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라는 말처럼 말이다. 대학생이 된 딸들이 만날 풀만 씹으며 유전적 장애를 극복하기 힘들다고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볼 때마다 마른 것보다 운동 많이 해서 허벅지도 굵고 근육이 많은 과체중이 장수한다며 애써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100살이 넘도록 장수할 거 같아 걱정이라고 한다. 오히려 장수를 원망하고 있으니, 이건 뭔가 좀 이상하다. 꾸역꾸역 건강하게 이 몸매를 유지해 100살이 되는 날 딸들에게, 그리고 이 세상에 증명해야겠다. 커다란 것이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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