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대학 재정상황 악화와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 위기가 날로 심화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학 정책 혁신이 새 정부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대학 사회는 고등교육에 대한 안정적 재정지원과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국립대‧지방대 육성, 불합리한 대학평가 제도의 개선과 대학 운영의 자율성 확보 등을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대학 정책으로 줄곧 제안해 왔다. 오는 5월 새 정부 출범에 앞서 고등교육 발전과 지원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법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학 재정상황 악화…국제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OECD 평균 교육비 수준 도달 위한 투자 절실”
대학 사회가 우선적으로 꼽는 새 정부의 대학 혁신 주요 과제는 재정지원 확대다. 그만큼 현재 대학의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영양실조에 걸린 환자와 다름 없다’는 총장들의 토로는 대학이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14년 간 등록금 동결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국가장학금 확대는 오히려 대학에 대한 정부의 실질 지원이 감소하는 현상을 불러왔다. 대학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요인인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현상은 앞으로 심화할 것이 자명하다.
대학경쟁력 하락은 이미 시작됐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세계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018년 27위에서 2021년 23위로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교육경쟁력은 25위에서 30위로 하락했다.
특히 IMD가 올해 실시한 조사에서 대학 교육 경쟁력은 64개국 중 47위로 하위권으로 처졌다. 경제 지표 선진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순위다. 미국과 일본,독일, 영국, 프랑스 등 G5 국가에 한국과 중국을 더한 7개국 중 영국의 세계적 대학 평가기관인 QS의 세계 대학 순위(World University Rankings)에서 종합 300위 내에 속한 우리나라 대학은 9곳으로, 7개국 중 가장 적었다.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 등 지명도 높은 매체 논문 게재 실적이 높은 세계 300위 대학 중 우리나라 대학은 5곳뿐이었다.
국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투자는 미흡하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2021년 기준 1만1290달러로 초등학생 1인당 교육비(1만2535달러)나 중학생 1인당 교육비(1만4978달러)보다도 적다.
대학 공교육비 공공투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낮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0.6% 수준이고,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30위권 밖으로 OECD 평균의 66.2%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우리나라의 국가 위상을 감안해 대학 공교육비가 최소한 OECD 대학생 1인당 평균 교육비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GDP의 1.1% 고등교육재정 확보 위한 특별법 제정
대교협 등 고등교육세 전환 · 신설 요구
대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를 선도할 나라의 공기(公器)이자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다. 이같은 대학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 대학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와 실질적인 재정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새 정부 또한 이를 감안한 대학 교육 혁신과 과감한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대학 사회는 대학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와 OECD 평균 수준 이상의 안정적 재정 지원을 위해 초·중등교육 중심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대학이 포함되는 교육재정교부금법으로 개정하거나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 제정이 필요함을 줄곧 주장해 왔다.
특별법 제정은 현재 대학 재정지원이 연차성 사업으로 진행돼 재원 확보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나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 등 제정을 통해 내국세 일정비율을 대학에 투자한다면 보다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해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같은 방안에 대해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2019년 발간한 ‘고등교육 정부재정 확보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사립대학이 약 84%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사학에 교부금을 지급하는 방식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69.7%인 점을 감안하면 국가 차원에서 고등 인재양성을 위해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 가능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등은 국회 차원에서도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 서동용 의원은 고등교육을 위한 교부금 총액을 GDP의 1.1% 이상이 되도록 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을 대표발의했고, 유기홍 의원은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를 설치해 지원이 시급한 대학에 5년간 한시적으로 재원을 투입하도록 하는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안을 발의했다.
특별법 제정과 동시에 현행 국세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 신설하는 방안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1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고등교육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고등교육세 신설을 대학 재정지원 확대 방안으로 내놓았다.
현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를 합쳐 충당하는데, 이 중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 보다 명확한 목적을 두고 목적세로서 활용하자는 것이다. 대교협에 따르면 이렇게 할 경우 2021년 기준 5조3천억원의 교육세를 고등교육세 몫으로 대학 재정지원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세제 개선 등 간접적 대학 재정지원 병행
대학 지원 강화는 당선인 공약…새 정부 정책적 노력 기대
대학 사회는 이같은 직접적인 대학 재정지원 확대와 함께 대학에 부과되는 재산세 과세와 지방세특례제한법에 의한 한시적 면세를 개선하는 등 세제 개선을 통한 간접적 대학재정 지원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새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대학 사회는 새 정부와 국회의 입법 노력 등으로 재정지원 확대의 토대가 갖춰진다면 재정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확보로 대학 교육과 연구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이는 곧 대학 교육의 질 제고를 통한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학 교육과 관련한 공약이 턱없이 부족하고 부실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학에 대한 지원 확대는 공약으로 명확히 한 만큼 대학 사회도 이에 대한 새 정부의 가시적인 정책 변화 노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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