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대학 교육, "혁신과 변화의 미래교육 체제로 전환해야"

이승환 | lsh@dhnews.co.kr | 기사승인 : 2022-03-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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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체제 재구조화 본격 공론화
전문대교협, 학문연구와 직업교육중심으로의 재구조화 제시
한계대학 구조개혁, 공유대학 육성 통한 단계적 체제 개편 필요 주장도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일반대와 전문대 중심의 고등교육 체제를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교육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이에 걸맞은 미래 고등교육 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의 재구조화를 대선 공약과제로 제시했고, 국가거점국립대 총장들은 기존의 거점국립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탈바꿈하는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한국 고등교육 체제 재구축 방향과 과제를 담은 보고서를 통해 상생·발전하는 고등교육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체제 재구축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1월 24일 열린 ‘고등직업교육 발전 대토론회’ 참가자들이 전문대학 발전을 기원하는 ‘고등교육체제 혁신으로 능력중심사회 구현’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대학저널 DB
지난 1월 24일 열린 ‘고등직업교육 발전 대토론회’ 참가자들이 전문대학 발전을 기원하는 ‘고등교육체제 혁신으로 능력중심사회 구현’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대학저널 DB

환경변화 대응 고등교육 체제 전환 필요성 제기
대학의 기능과 목적 확장, 다양화 요구


학령인구 급감과 기술·산업 환경의 급변,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인해 고등교육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한편으로 뉴 노멀 시대와 고등교육의 보편화는 고등교육의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고등교육 체제로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미래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유형별 주요 의제 분석 – 한국 고등교육 체제 재구축 방향과 과제’ 보고서는 “미래 고등교육이 무엇보다도 공급자 중심에서 학생이라는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고서는 이어 “학생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살아가는 능력, 기본적인 학습역량을 갖추고 지식 전문가로 지식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하고, 대학 교육도 학생 개인의 교육적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고, 사회에 대응하기보다 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대학의 기능과 목적의 확장, 다양화가 요구되고 있고, 전통적인 교육 기준과 가치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덧붙였다.


대학교육의 정형화와 대학의 서열화
코로나19로 체제 전환 요구 환경 조성


현재 한국의 고등교육 체제는 양적 측면에서는 70.4%의 진학률로 보편적 고등교육 단계에 도달했다. 하지만 4년제 일반대학 중심, 사립대학 중심의 서열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들이 백화점식 형태로 학과를 개설함에 따라 학생들은 특성화된 전공 선택 기회를 갖지 못하고, 유사한 성격의 대학들 간 서열화는 입시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대학 내부적으로도 학과 간, 전공 간 교류와 협력이 용이하지 않고, 소규모 학과 체제로 인해 통합적이고 유연한 교육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토대 위에서 고등교육 기관의 역할과 기능의 재정립, 재구조화는 필수적이다.


4년제 일반대학 중심의 구조는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수여 학위의 수준과 교육 특성을 기준으로 하는 고등교육 단계의 학제를 벗어난 기관들이 설립·운영되고 있고, 기존 고등교육기관의 변화와 혁신도 엿보인다.


전문대학은 2년제 전문학사 직업교육 기관에서 전문학사, 학사, 전문기술석사 등 다양하고 단계별로 학위 수여가 가능한 직업교육기관으로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고등교육 체제의 전환을 더욱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등록금 반환 요구는 고등교육의 질과 가치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이며, 대학졸업장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사라질 수 있음을 극명히 보여줬다. 온라인 수업의 급증으로 인해 일반대학과 사이버대학의 구분도 모호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단기 비학위과정(자격증 연계/자격증 무관), 준학사과정, 전문기능학위과정, 학사과정, 석사과정, 박사과정 등으로 구분하고, 어떤 프로그램의 비중이 높은가에 따라 전통적 기관유형을 병행하는 방안이 제시된다”며 “산업대학과 기술대학, 사내대학 등의 대학을 포함해 전문대학과 기능대학(폴리텍)의 역할 재정립 및 통합화 등이 요청된다”고 제시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 위기를 가장 강하게 느끼고 있는 전문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문대교협, 대선 공약과제로 체제 전면 재구조화 제시
거점국립대, “지역 특화 연구중심대학 육성 필요”


이와 관련,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전문대학 제20대 대선 공약과제’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고등교육체제 혁신을 제시했다. 이 안은 가칭 ‘직업교육기본법’을 제정해 고등교육체제를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는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실무중심 학문 체제를 갖춘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경계를 확실히 하고, 현재 520개 중복학과가 운영되는 비효율적인 대학 운영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가 특성화된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전문대교협의 과제처럼 전면적인 체제 개편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재구조화를 위한 하나의 단계로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협의회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중심의 대학서열 구조를 탈피하고, 지역에 특성화된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며 “거점국립대학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하는 것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4년제 대학 총장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대선 후보자들에게 전한 ‘2022 대학 발전을 위한 건의문’에 권역별 ‘글로벌 한국대학(GKU, Global Korean University)’을 집중 육성, 지원할 것을 제안해 결을 함께 했다.


한계 · 부실대학 구조개혁 선행 과제
공유대학 육성 통한 상생체계 구축 등 단계적 접근 의견도


고등교육 체제 재구조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선행 과제도 있다. 우선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한계대학이나 부실대학에 대한 구조개혁이 우선돼야 한다.


이들 대학의 퇴출과 그에 따른 사후 조치 등이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시장원리에 맡기는 방안과 적극적 퇴출 경로 마련을 통한 자발적 퇴출 유도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두가지 방안 모두 장단점이 극명하고, 기존 대학 폐교로 인해 지역 경제가 크게 타격을 받은 사례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고등교육 체제 재구조화는 일부 한계·부실대학의 퇴출을 제외하고 현재 전국 모든 대학의 상생과 발전 생태계 구축을 최우선 목표로 정해야 한다. 최근 정부의 주요 정책이나 재정지원사업 중 급부상하고 있는 공유대학은 고등교육 체제 재구조화와 병행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사업으로 주목받는다.


한국교육개발원은 보고서에서 “상생・발전하는 고등교육 생태계, 공유성장형 고등교육체제 구축과 관련해서는 단기적, 일회성 사업적 접근보다는 연계・협력 수준부터 연합, 통합까지 다양한 수준의 논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국가 정책 로드맵 설계를 통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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