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취업난 심화와 평생학습 시대 전환으로 전문대학의 고등직업교육·평생교육기관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와 장기간 등록금 동결 등으로 인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생교육이 대두되면서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의 거점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평생교육 수요를 어떻게 담당해야 할 지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대학저널은 창간 12주년을 맞아 10월 13일 본사 회의실에서 ‘고등직업교육 · 평생교육 활성화 구심점으로서의 전문대 역할 확충 방안과 향후 과제’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고등직업교육 · 평생교육기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하며, 대학 재구조화를 통해 전문대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석자
▲강문상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
▲김정숙 대전보건대 교수(한국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장)
▲김용진 인하공전 교무처장(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실무회장)
▲최창식 대학저널 편집국장(사회)
최창식 대학저널 편집국장(이하 사회) “이번 좌담회는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등 대학의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대학의 위상을 정립하고, 나아가 고등직업교육·평생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어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지 들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우선 고등직업교육·평생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의 현 주소에 대해 말씀해 주길 바란다.”
강문상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이하 강문상) “평생교육·직업교육 중심에서 말한다면, 과거에는 직업이나 진로에 대해 뚜렷한 방향성이 있는 학생들은 직업계고나 특성화고에 진학하고 전문대에 입학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대보다 일반대를 선호하는 추세다. 또한 직업교육이 연계가 안 돼 있다. 최근 제한적으로나마 마이스터대가 생겨 중등과정부터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석사과정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됐지만, 더 이상의 직업교육은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전문대는 평생교육기관으로 인가를 받으려면 일반 사설 학원이 받는 교육기관의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일반 사설 학원과 전문대를 동일한 기관으로 분류, 관리한다는 의미다. 학원이 받는 절차를 다 거치려면 대학 기본체계부터 교수·강사의 경력·질, 교재까지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어느 전문대가 학원과 동일한 취급을 받으며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겠나.
물론 많은 대학이 평생교육원을 통해 어려운 절차를 거친 뒤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대는 주기적으로 대학 평가를 받으며, 교육부로부터 철저하게 검증을 받고 이를 통해 국고 사업을 지원받는데, 평생교육기관으로 평가를 받기 위해 일반학원처럼 운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문대는 전국에 많이 퍼져있고, 폴리텍대 등에 비해 기술교육 중심으로 잘 운영되고 있어 평생교육기관으로 적합하지만, 이같은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평생교육기관으로 활성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용진 인하공전 교무처장(이하 김용진) “전문대는 고등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1960년대부터 만들어진 고등직업교육 대표 기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전문대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에 많은 역할을 했다는 점을 정부나 사회에서 인정해야 한다. 다만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전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는 있다.
또한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 역할을 논하기 전에 우선 평생교육과 평생직업교육의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평생교육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다. 현재 대학 평생교육원과 일반학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이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두되고 있는 평생교육은 평생직업교육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볼 수 있고,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전문대에서 학점을 이수하면 바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면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사회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숙 대전보건대 교수(이하 김정숙)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을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문사회나 자연과학, 공학, 예체능 등 각 분야에서 훌륭한 인재를 양성해 사회 발전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최근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정체성이 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이미 정체성은 확립돼 있다. 실무중심 교육과 역량 중심 교육을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취업률 등에서 일반대학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청년 실업난 해소 등에 기여했다고 본다.
일반대를 나온 학생이 전문대에 다시 들어와 학업을 이어가는 ‘유턴학생’과 ‘만학도’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역할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전문대는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또한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 구심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역량이 갖춰져 있다. 학사제도를 유연하게 하고 집중이수제 등을 통해 학위를 주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전문대가 산업계 수요와 미스매칭되지 않는 우수한 모델을 창출한다면 전문직업평생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반학원과 동일하지 않은 기관으로 분류해
심사 없이 쉽게 교육과정 개설,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사회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평생직업교육기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도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마련돼야 할까.”
강문상 “가장 큰 문제는 졸업한 학생들이 최신 기술에 대한 교육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AI)과 신산업,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이 주목받고 있지만 졸업생들은 이런 기술을 배우지 못하고 졸업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최신 기술을 익히려면 학교나 평생교육기관에 가서 배워야 하는데, 그럴 여건이나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 모교에서 재교육을 받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최신 기술은 1~2년 장기간 배워야 하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단기간에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학이나 학과에서 쉽게 개설할 수 있다면 졸업생 재교육이 충분히 가능한데, 제도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전문대를 일반학원과 동일하지 않은 기관으로 분류해 기본적인 조건만 통과하면 심사 없이 쉽게 교육과정을 개설,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정부가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 사업과 연계해 재교육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 “현재 고등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육성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나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태다.”
강문상 “정부는 일반대보다 전문대가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인식해 전문대를 평생교육기관으로 활성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평생교육 수요를 전문대에서 충족하면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대학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학도 지난해까지는 충원율에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재교육과 평생교육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올해 본격적인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재교육과 평생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평생교육이 확대될 것이므로, 수요가 느는 만큼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용진 “고등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육성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제4차 산업혁명 도래 등 시대가 급속히 변화함에 따라 고등교육 체계를 손 볼 때가 됐다. 앞으로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지금은 일부 구조조정과 기타 방안 등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계속 이런 방안들이 효과가 있을까. 따라서 앞으로는 100년 미래를 보는 고등교육 체계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직업교육에 대한 정의와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약간의 변화로는 먼 미래를 바라보기 어렵다. 지금이 직업교육을 활성화시키고, 이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할 시점이다.
국가 경제 활성화의 주축은 젊은이들이다. 학생들이 전문 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문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하고, 학제 개편 등 대학의 전면적인 변화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전문대에 대한 정의도 명확히 해야 한다.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응용 방법을 연구하는 대학도 필요하고, 산업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도 필요하다. 전문대에는 후자의 개념을 적용해 목적에 맞는 정책을 수립, 지원해야 한다.”
“전문대, 실무중심교육 인프라 잘 갖추고 있어
고숙련 직업인 양성에 제격”
사회 “전문대 마이스터대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많았는데.”
김용진 “일반대에도 학생이 없는데, 전문대에서 마이스터대를 하는 것이 맞느냐는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전문대는 두 가지 길로 방향을 정해야 한다.
첫 번째는 학생들을 빠른 시간에 교육시켜 바로 산업체에 취업시킴으로써 산업화에 기여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취업한 학생들을 전공심화 혹은 마이스터로 인도해 재교육을 진행해 기술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했으면 하는 것은 시간표를 공개해 일반인이든 졸업생이든 원하는 분야의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하공전에서는 졸업생이 직무를 하다 최신 기술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면 모교에서 청강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개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야간 강의를 개설해야 하고, 강의는 누가 할 지, 실습 사고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할 지 등 뒷받침해야 할 사항들이 논의돼야 한다. 이런 사항들이 조율돼 ‘전문대에서 누구든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재정적으로, 운영상으로도 좋은 모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문상 “예전에는 산업대학이 많았는데, 현재는 2개대 밖에 없다. 산업대학에 개설된 수업은 대부분 야간에 진행돼 직장인들이 학업을 이어가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학업을 이어가려면 회사를 그만두고 주간에 운영되는 일반대학원에 가야 한다. 집안에 여유가 있거나 부모가 도와주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마이스터대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산업 발전에 따라 기본교육의 질도 올라가야 하는데, 중소기업에서는 교육을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급 인력을 채용하면 되지만 석·박사 학위를 가진 고급 인력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중소기업에서는 내부 인력을 고급 인력으로 키우는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 대학이 주간에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마저 여의치 않다. 그래서 증가하는 대학원 진학 수요를 충족시킬 기관의 역할을 하기 위해 전문대에 기술전문석사과정을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 일반대학원은 연구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논문을 쓰고 평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에서는 지원을 하더라도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는 것보다 회사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이스터대를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 줬으면 한다.”

김정숙 “요즘 평생교육기관을 찾는 분들 대부분은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을 받기 위해 온다. 이런 분들은 다른 직업을 선택할 때 실무중심적이고 전문적인 직업을 찾는데, 일반대보다 전문대가 실무중심교육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고숙련 직업인을 양성하는 마이스터대는 직업교육을 완성하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대학의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고, 재정이 투자된다면 평생교육기관으로 심사를 받지 않아도 수요층이 전문대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 국가적인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고등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의 구심점 역할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 “최근 전문대의 평생직업교육이 활성화 되려면 각 대학의 경험과 우수사례를 공유해 함께 ‘윈-윈’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김정숙 “전문대는 공학과 간호·보건, 예체능 등 특성화된 계열이 있다. 이에 맞춰 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우수한 교육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계열들은 사회수요도 많은 편이라 평생교육을 진행하기에 적합한 분야이기도 하다.
전문대들이 이같은 특성화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우수 콘텐츠를 공유하고, 공동학습장을 잘 활용하면 평생교육 수요자들에게 전문적인 고등직업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경력단절 여성, 노동력 있는 노령층 등
현장 투입 가능 인력 재교육 위한 체계 구축해야”
사회 “전문대들이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입학자원이 줄어 학생들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입학 자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입학자원을 어떻게 다각화할 수 있을까.”
강문상 “지난해 관계부처에서 나온 ‘저출산과 고령화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 인력, 그 중에서도 경력단절 여성과 노동력이 충분한 60대 이상 노령층 가운데 10%만 경제 인력으로 끌어들이면 그 인원이 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여성이나 노령층은 대학을 나온 분들이 많다. 특히 젊은 여성은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하면서 경력이 단절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재교육을 받고 충분히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인력들이다. 노령층 역시 노동력이 있지만 정년퇴임으로 실업을 한 경우가 많아 재교육을 받으면 충분히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 전문대는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이런 분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지방의 경우 대학은 물론 지역사회 역시 외국인 학생의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에 들어오지 못해 타격을 입고 있다. 문제없이 들어왔다 하더라도 전문대에서 학업에 열중하지 않고, 불법체류하며 돈을 버는 일이 허다하다. 학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불법체류를 하더라도 돈을 버는 것이 더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외국인 학생들에게 전문대에 합격해 2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 졸업하면 국내에 정식으로 취업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하면 불법취업을 하거나 도주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김정숙 “지방 대학은 새로운 전형으로 만학도와 성인재직자 과정을 많이 만들어 일반 기업에서 정년퇴임한 분들이 인생 이모작을 할 수 있는 과정을 전문대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전보건대의 경우 장례지도과가 만학도 과정으로 개설돼 있다.”
김용진 “수도권 집중현상이 문제라고 이야기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수도권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전문대교협 자료에 따르면 대도시일수록 전문대 비율이 적고, 지방일수록 전문대 졸업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지역 학생들은 지역 전문대에 들어가고, 졸업한 후에도 해당 지역에 남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이 지역과 전문대는 상생하는 구조를 띤다. 전문대 하나가 무너지면 해당 지역 경제가 무너진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특성화, 학과의 특성화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전문대를 중심으로 해당 지역의 뿌리 산업을 특성화해 지역 인재를 길러내는 것에 집중하면 대학의 경쟁력도 갖추고, 평생교육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등교육 재정립을 위한 대학 재구조화 필요”
사회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과 평생교육 활성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 앞서 고등교육체제를 학문연구중심 대학과 직업교육중심 대학으로 나눠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강문상 “1980년대만 해도 학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학생은 일반대에, 취업을 원하는 학생은 전문대에 진학하는 등 구분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일반대와 전문대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현행 고등교육법 제28조에 일반대는 심오한 학술 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론을 가르치기 때문에 실험·실습이 거의 없고, 대학원에 가야 해당 분야에서 필요한 실험을 진행한다. 반면 고등교육법 제47조에 전문대는 국가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 직업인을 양성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무중심교육을 통해 현장에 바로 투입하는 인력을 길러내기 때문에 실험·실습교육 비율이 높다.
하지만 현재 일반대와 전문대 교육에는 큰 차이가 없다. 전문대에서 최초로 시작한 학과들이 일반대에도 개설돼 있다. 올해 기준 115개 일반대에 개설된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학과가 520개다. 우리나라 정서상 전문대보다는 일반대를 가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있어 동일한 교육을 한다면 학생들이 일반대를 선택한다.
이렇다 보니 2년 과정이면 마칠 수 있는 교육을 4년간 하고, 미지급해도 되는 국가장학금이 연간 300억원 이상 지급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는 이미 15년 전부터 이 문제를 지적해 왔다.
대학 재구조화는 학문연구 중심 대학과 직업교육중심 대학으로 나눠 이런 상황을 재정립하자는 것이다. 핵심 내용은 주요 사립대와 거점 국립대 등 20~30개 대학을 연구중심 대학으로, 나머지 대학을 직업중심 대학으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직업중심의 기준은 의대로 잡고, 의대에서 연구는 안하고 의사만 길러낸다면 직업중심, 관련 연구를 진행해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많이 내면 연구중심 대학이 되는 것이다. 법대도 마찬가지다. 법관을 양성하면 직업중심, 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면 연구중심 대학이다.
연구중심 대학은 박사과정까지 갈 학생들을 모집하면 지금처럼 많은 학과와 정원도 필요하지 않다. 이렇게 기준을 세워 대학을 분류하고 정원을 줄여 핵심인재 양성에 지원해야 한다.”
김정숙 “대학의 재구조화는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이 되지만 소외되고 있는 계열을 활성화할 수 있는 동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공학계열의 경쟁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정원을 줄인 대학이 많다. 하지만 공학은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라도 많은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계열이다. 정부에서 비선호 계열도 정책적으로 재정을 지원해 뒷받침했으면 좋겠다.”
사회 “향후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기관과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한다고 보는지, 또 이를 위한 향후 과제는.”
김용진 “평생교육기관은 산업 기술 변화에 맞춰 빠르게 변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교수들도 그 시대에 맞게 재교육을 받고, 정부에서 이같은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정숙 “지금까지 전문대는 산업체와 많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통해 적재적소에 인력을 공급하고, 평생교육도 잘 해왔다. 하지만 집중이수제나 유연학기제 등 이미 있는 제도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대학이 열린 마음으로 기존에 구축된 제도를 잘 활용한 뒤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청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전문대가 평생교육기관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산업체 요구를 제대로 교육과정에 반영, 교육해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기업 간 산학협력이 활성화돼야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도, 평생교육기관으로서도 성공할 수 있다.”
강문상 “전문대가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재정 지원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과 연계를 통해 평생교육기관으로 자리를 굳건히 해야 한다. 지역에는 지자체와 지역 기업 등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다양한 기관이 있다. 지역 평생교육기관으로 방향을 바꿔야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중심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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