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국내 대학을 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 등 5개 등급으로 평가해 하위 4개 등급 대학에 대해 2015년부터 강제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구조개혁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학 입학정원이 입학자원보다 많아지는 ‘학령인구 역전현상’이 2018년부터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당장 급한 불부터 끄자는 발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학령인구 역전현상에 대비해 대학평가를 통한 차등적인 재정지원과 대학 퇴출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왔다. 재정지원제한대학, 학자금대출제한대학 지정에 이어 부실이 심각한 대학에 대해선 퇴출이라는 극약을 처방했다. 그 결과 아시아대, 명신대, 성화대, 건동대, 벽성대, 선교청대 등 6개 대학이 퇴출됐다. 이들 대학은 교육의 질이 현저히 낮거나 부정과 비리가 있는 경영부실대학이 대부분이었다. 규모도 신입학정원이 1000명 내외의 소규모 지방 대학이었다.
대학 평가와 퇴출 방식에 대해 지방의 작은 대학들의 반발이 거센 이유는 그동안의 평가가 취업률과 충원률 등 대학의 정량적인 평가방식이 소규모 지방대학에게 불리했기 때문이다. 지방대학들이 ‘지방대학 육성방안’이나 ‘특성화 전문대 100개교 육성방안’ 등 정부가 내놓는 정책마다 색안경을 낀 눈으로 쳐다보는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가 그 정도인 때문이다.
요컨대, 지금까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을 보면 고등교육의 질을 끌어올린다기보다는 ‘무자격’ 고등교육기관을 끌어내린 것에 불과했지만, 앞으로의 대학 평가와 퇴출은 교육의 질적인 수준을 향상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단순히 대학 입학정원을 고교졸업생 수준으로 낮추는 데에 그친다면, 앞으로도 대학의 인위적인 퇴출은 반복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부가 대학의 특성과 지역여건 등 정성평가를 가미한 절대평가로 대학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정성평가가 얼마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특히 평가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정부나 대학 양측으로부터 독립된 대학평가 전담기구가 어떤 식으로 구성될지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모든 대학이 만족하는 대학평가 방식은 없다. 각 대학마다 고유의 설립취지가 있고, 이공계열이나 인문사회계열, 예체능계열 등 특성화 분야 또한 다르다. 이런 측면에서 대학의 성격에 따라 평가방식도 달리해야한다. 모든 대학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귤과 오렌지 가운데 어떤 것이 맛있는지 묻는 것처럼 상식적이지 않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수요에 맞춰 각 대학의 여건에 맞는 대학 분류가 평가에 앞서 선행되어야 한다.
또 한가지 교육당국이 유념해야 할 것은 대학 졸업자들의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다. 직업인을 육성하는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수많은 박사 학위자들이 시간강사 자리에 전전하는 고학력 실업자 문제 또한 크다. 특히 이들 대학은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을 독식하면서 대학 퇴출의 무풍지대였지만, 우리 고등교육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고학력자들을 양산하는 연구중심대학들의 석·박사학위 남발에 대한 재점검 또한 필요하다.
정부의 대학 퇴출은 암 선고를 받은 환자를 수술대 위에 올리는 일이다. 환부는 과감하게 도려내야 하겠지만, 멀쩡한 생살을 헤집어서는 안된다. 아울러 암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생활습관과 식이요법 등 새 살이 나고 인체에 활력을 주는 수술외적 처방이 필요한 것처럼 대학 사회에도 활력을 주는 처방 또한 강구해야 한다.
일단 정부가 내놓은 대학 구조개혁 방안은 2018년 고교졸업생 수가 54만여 명으로 감소함에 따라 전문대를 포함한 입학정원(55만9036명)을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 고등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명확한 목표 설정과 합리적인 평가방식,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책이다. 2023년 고교졸업생 수가 40명 선으로 급감한다고 보면 현재보다 약 16만여 명의 정원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이번 대학 구조개혁이 단순히 숫자 맞추기에 급급 한다면 앞으로도 대학 평가와 퇴출 등 불필요한 시간과 인력 낭비는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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