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를 넘어선 전문대]대구보건대학교에 고학력자들이 몰려든다!

이원지 | wonji@dhnews.co.kr | 기사승인 : 2013-07-03 17: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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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 유리한 전문대로 재입학하는 ‘학력유턴’의 대표대학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4년제 대졸자나 석·박사학위 소지자들이 취업에 유리한 전문대로 재입학하는 ‘학력유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전문대의 높은 취업률이 그 이유다. 고학력 청년 실업 문제가 심화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학력과 진로를 과감히 바꾸는 추세가 학벌사회의 견고한 틀을 허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취업을 위해 전문대에 재입학하려는 고학력자들이 제일 선호하는 전문대는 어디일까? 학력유턴의 대표 대학이라 불리고 있는 대구보건대학교를 찾아가 봤다.


대졸 이상 고학력자들이 재입학하는 현상이 매년 계속되면서 ‘학력유턴 대표대학’으로 자리매김한 대구보건대.

이 대학은 2013학년도 모집전형에서 대학원 졸업자를 포함한 대졸자가 모두 488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지원자 중에는 박사가 1명, 석사 9명, 4년제 대학 이상이 168명이다.(전문대 졸 310명) 특히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고려대 대학원) 및 지방국립대(경북대 대학원) 대학원 출신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입학정원이 2518명(주간 2282명, 야간 236명)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숫자다.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던 2010년(1020명)에 비해 감소했지만 여전히 많은 수다. 학과별로 살펴보면 간호과가 213명, 물리치료과가 137명, 방사선과 30명, 치기공과 22명이 지원했다. 예상대로 취업이나 창업에 유리한 보건계열학과에 대거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김기형 대구보건대 홍보팀장은 “청년실업문제와 전문대학 보건 특성학과의 인기가 꾸준한 것이 이 같은 현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간호과, 물리치료과 등 인기학과에서는 대졸자 전형 경쟁률이 10:1을 넘어 전문대학에 재입학하기 위해서 대학졸업자들끼리 다시 한 번 높은 경쟁을 치러야하는 상황이었다.


“2000년도 넘어서면서 학력 유턴 현상 본격화”

대구보건대의 학력유턴 현상은 2000년도를 넘어서면서 본격화됐다. 김 팀장은 “IMF 이후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게 됐고 연이어 청년실업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문취업과 창업이 유리한 보건계열에 고학력자가 몰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보건대는 2001학년도에 189명, 2003학년도에 560명, 2006학년도에 620명이 지원하는 등 해마다 그 수가 급속하게 늘어났다. 또 2008학년도 780명, 2009학년도에는 830명, 2010학년도 1020명으로 역대 최고로 지원하는 등 대졸자의 전문대학 지원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학내 내부사정으로 홍보에 다소 소홀했던 2012년도와 2013년도에는 지원자 수가 다소 줄어든 경향이 있었지만 2014학년도에는 다시 경쟁률이 급상승할 것으로 김 팀장은 예상했다. 이들 지원자 중 최종 합격자는 매년 180명에서 200명 선이다.


“목표의식 분명, 어린 동기들에게 모범 보여”

학력유턴자로 전문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생활이나 성적이 우수하고 대학이 지원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 팀장은 “학교 자체나 교육부 등에서 지원하는 해외인턴십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 중에서 30% 정도가 학력 유턴자들”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이 대학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 10명 중 5명이 4년제 대학(대구교대, 영남대, 경기대, 울산대, 계명대)을 다니다가 중퇴하고 재입학한 학력 유턴자들이다. 이들은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신입생 및 내방객 안내, 블로그 활동, 대학 홍보모델 등 대학의 홍보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기형 팀장은 “이른바 학력 유턴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목표의식이 분명하고 학교생활에도 열심이라 나이 어린 동기들에게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며 “최근 평생직장의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현직장 퇴직 후나 노후의 경제활동을 위한 대안으로 이러한 학과들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진로를 바꿔 성공한 학력 유턴자들


학력 유턴자로 자신의 진로를 바꿔 성공한 경우도 있다.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를 지난 2011년 졸업한 윤선아(33) 씨는 4년제인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안정적이고 전문 직업을 얻기 위해 대구보건대에 진학했다. 윤 씨는 학과졸업 평점 4.43(4.5만점)으로 학과 졸업 수석을 차지하고 2010년 물리치료사 국가고시에서 3451명 응시생 중에서 300점 만점에 286.5점으로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윤 씨는 졸업과 동시에 대구보건대병원에 물리치료사로 취업했다. 윤 씨는 “원하던 일을 하게 돼서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국내 유명 사립대인 연세대를 졸업하고 안경광학과에 재입학한 박 모(36) 씨는 안정적인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학력유턴을 한 경우다. 박 씨는 지난해까지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 지역아파트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야간을 다녔다. 박 씨는 대기업이지만 미래가 불안전하기 때문에 직장퇴직 후 창업을 위해 전문대학에 다니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올해 63세의 나이로 물리치료과에 입학한 최 모 씨는 경북대 석사와 동아대 박사출신이다. 최 씨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아서 퇴임 후 물리치료사로 새 길을 찾기 위해 입학했다”며 “나이가 많아도 얼마든지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의 사례는 나이는 새로운 도전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김 팀장은 “매년 취업을 위해 많은 고학력자들이 우리 대학을 찾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진로를 결정했다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목표를 뚜렷하게 정하고 대학을 선택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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