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학부 교양교육 전담하는 ‘후마니타스 칼리지’ 설립

한용수 | hys@dhnews.co.kr | 기사승인 : 2010-11-01 18: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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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미 넘치는’ 학생이 참 인재 우리나라 대학 교양 교육의 큰 방향 제시
▲ 지난 9월 16일, 17일 경희대 서울캠퍼스 평화의전당에서 ‘후마니타스 칼리지’ 출범식이 열렸다. 출범식에는 조인원 경희대 총장, 마츠우라 前 유네스코 사무총장, 김진경 시인, 최재천 교수, 노숙인 출신 안승갑 작가, 홍진화 경희대 재학생, 김상영 포스코 부사장 등과 교내외 인사 3,000여명이 참석해 출범식장을 가득 메웠다. 사진은 16일 마쓰우라 고이치로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후마니타스 칼리지 출범 기념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경희대 학부 교양교육 ‘확’ 바꾼다
“사회 곳곳에서 이런 말들이 들려옵니다. ‘대학교육이 당장 써먹을 실용교육을 외면한다’, ‘대학은 기업과 사회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현실세계에서 성공하려면 전공교육은 더 한층 강화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육이 대학에서 지나치게 강조되면 균형감을 잃게 됩니다. 대학이 자칫 개인과 경제 성장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17일 경희대 평화의전당. 조인원 경희대 총장은 이날 학부 교양교육을 전담하는 ‘후마니타스 칼리지(Humanitas College)’ 출범식에서 ‘경희의 길, 그 꿈과 소명’을 주제로 한 인사말을 통해 대학 교양교육이 가야할 방향을 설파했다.

그는 “우리 사회엔 개인적 욕망과 성취, 경제발전 외에도 소중히 가꿔야 할 가치가 많다”면서 “녹아내리는 빙하, 세계 도처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기아와 질병, 예측하기 쉽지 않은 지구 생태계 변화, 자원고갈과 환경파괴 등은 개인의 경제적 욕망의 극대화를 넘어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할 지구적 삶의 의제다”고 말했다.

출범식에 참석한 고이치로 마츠우라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도 대학 교육이 사회와 인류를 위해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고이치로 사무총장은 ‘인간과 문명’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인류가 문명발전을 주도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지구 자원을 사용했다”며 “이제 인류가 삶의 지속가능한 양태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데, 여기에 대학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가 대학 교양교육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했다. 교양교육을 전담하는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설립해 흩어져 있던 교양학부를 하나로 통합, 다양한 교양과목을 개발하는 등 다방면으로 교양교육의 수준과 효율성 상승을 꾀할 예정이다. 대학이 전공교육과 취업교육에 휘둘리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대학 교양교육을 이제는 성찰할 때가 됐다고 보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이런 변화는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경영학을 선도하는 미국 대학의 MBA에서 전공 위주의 오랜 전통을 깨고 인문학을 필수 커리큘럼으로 넣었으며,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이 발표한 MBA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스페인이 ‘IE 비즈니스 스쿨’에 사회봉사와 인문학 강의를 포함한 커리큘럼을 시행하고 있다.

경희대의 ‘교양교육 실험’은 현재 대학 교양교육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 기업과 사회가 원하는 실용적 직업 교육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대학들에게 화두를 던진 것. ‘후마니타스 칼리지’ 설립은 작년 8월부터 본격 논의됐고, 조인원 총장의 적극적인 지지로 속도감 있게 진행돼 본격 논의 1년 만에 교양교육에 대한 청사진이 나오게 됐다.

후마니타스 칼리지 설립위원장을 맡은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는 “지금의 대학 교양교육은 빈곤하고 체계가 없으며 원칙과 목적 없이 그저 수 백개의 과목을 펼쳐놓고 이수하라고 한다”면서 “미국의 하버드대, 예일대엔 각각 하버드칼리지, 예일칼리지 처럼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단과대학이 따로 있다. 교양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고 강조했다. 경희대는 이와 함께 ‘경희지구사회봉사단’도 발족했다.
그 동안 교내 구성원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사회공헌 봉사활동을 통합해 전담하는 기구다. UN, 국제기구, 정부, 기업, 시민사회, 언론 등과 교류해 대학의 사회공헌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겠다는 각오다.

경희대 교양교육 어떻게 바뀌나
‘인간’·‘세계’ 이해 필수 2과목 신설
5개 영역 선택해 4년간 자유롭게 이수
신입생 연간 40시간 사회봉사 필수

경희대는 우선 내년부터 국내 대학 최초로 신입생 전원이 1년 동안 공통필수로 이수하는 두 개의 ‘중핵과목’을 설치한다. 각각 3시간 3학점으로 신설된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과목으로 1학기에는 ‘인간의 가치 탐색’, 2학기에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필수로 수강해야 한다. 전공과 상관없이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내용으로 교양교육이 다루어야 할 핵심 주제다.

주제별 7개의 카테고리로 나뉜 선택교양 영역에서는 5개 영역을 선택해 4년 동안 자유롭게 이수하도록 했다. 7개 주제 영역은 ▲생명·몸·공생체계 ▲자연·우주·물질·기술 ▲의미·상징·공감 ▲사회·공동체·국가·시장 ▲평화·비폭력·윤리 ▲세계·문화·소통 ▲논리·분석·수량세계 등이다. 모든 교육은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다양한 접근법으로 이뤄지는 융합교육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각 영역마다 주제별로 6~10개의 강좌가 개설된다. 교육의 본질 목적을 되찾는다는 취지로 인간, 사회, 문명, 세계를 폭넓게 이해하는 능력과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게 된다. ‘시민교육 교과’도 신설된다. 합리적·비판적 민주시민, 공동체 삶의 유지, 지구사회를 생각하는 세계시민을 주제로 한 과목이다. 사회적, 정치적, 도덕적, 지적 능력과 덕목을 함양시켜 공동체 삶을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책임 있는 시민’을 길러낸다는 취지다.

이 교과는 특히 경희대가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우선 교육 차원에서 수행하려는 특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교과는 2학점이며, 사회봉사 1학점과 연동해 운영된다. 경희대가 그동안 중점 추진해 온 사회봉사 프로그램도 강화된다. 이 프로그램은 공통필수 ‘중핵과정’과 연계 운영된다. 예를 들면 ▲평화·비폭력·윤리 영역을 수강한 학생은 학교가 마련한 다양한 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봉사하게 된다.

신입생의 경우는 1년간 40시간의 봉사활동을 필수로 하도록 했다. 4년간 120시간까지 봉사활동을 하면 3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경희 지구사회봉사단’ 발족과 함께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또 그동안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구성원들의 대내외 봉사활동을 통합 지원하게 된다. 특히 자율전공학과는 ‘후마니타스 칼리지’로 이관되어 학생들의 자율적인 ‘융복합 자율전공’을 지원하게 된다.

학부생들은 자기 전공 외에 교양과정의 학제적 과목들을 중점 수강하면서 자유교양학 자체를 공부할 수 있도록 ‘자유교양학 복수전공제’도 신설된다. 이밖에 소수 수강자를 위한 ‘고전 읽기 자유이수제’, 제2, 제3의 외국어 습득을 위한 ‘국제화 언어교육 프로그램’이 신설되고, 한 학기 3시간 3학점이던 글쓰기 교과는 두 학기 6시간 4학점 과목인 ‘글쓰기/독서토론’으로 강화된다.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교양교육 7대 주제
1. 생명, 몸, 공생체계
2. 자연, 우주, 물질, 기술
3. 의미, 상징, 공감
4. 사회, 공동체, 국가, 시장
5. 평화, 비폭력, 윤리
6. 역사, 문화, 소통
7. 논리, 분석, 수량세계



※ 경희대는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교양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학부생들이 공부해야 할 7개의 주제 영역을 선정했다. 학생들은 학부 4년간 이 중에서 최소 5개 영역을 반드시 이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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