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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저널 조영훈 기자] 최근 '천원의 아침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전북대에서는 오픈런이 있었고, 경희대에서는 30분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강원대에서는 대기줄이 건물 밖으로까지 이어져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물가는 연일 고공행진중인데, 돈 1000원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으니, 학생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천원의 아침밥. 너그럽지 못한 사회에서의 한끼는 단순히 높은 물가에 한 끼를 제공하는 의미뿐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각박한 사회에 부유하는 현시대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식구를 마련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라져버린 식구
식구(食口). 말 그대로 밥을 같이 먹는 사람. 단순히 밥만 먹는 관계가 아니라 매일 밥을 함께 먹을 정도로 가까운 사람, 곧 가족을 뜻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은 타인을 가족의 범위로 끌어 올 만큼 친밀한 관계라는 뜻을 가지기도 한다. 한솥밥으로 공동체를 형성해온 것이다.
“식사하셨어요?”, “언제 밥 한 번 먹자” 같은 흔하게 말하는 인사말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보통 식탁에 같이 둘러앉는 방식으로 공동체의 범위를 넓혀왔다. 식사로 이어진 공통체는 비교적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함께 밥을 먹는 것은 단순 생존을 위해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 행위로, 밥상에서의 대화를 통해 공동체 구성원의 안녕을 알아갔던 것이다.
과거에 흔했던 식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21년 기준 1인 가구 비중 33.4%로, 나홀로 사는 가구가 주류가 된 것이다. 이런 추세를 증명이나 하는 듯 혼술, 혼영, 혼행 등 ‘혼’자 돌림 단어가 유행처럼 번졌다. 혼밥도 마찬가지였다. 1인용 학교식당 식탁, 쏟아지는 혼밥 콘텐츠 등이 혼밥의 인기를 보여줬다. 서울시가 작년 5월 발간한 '서울시 1인가구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1인 가구의 일주일 전체 식사횟수에서 약 70% 이상을 혼밥이 차지했다. 기존에 사회적 행동이었던 ‘섭취’라는 행동이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들어간 것이다.
사회가 이렇게까지 혼밥을 환영했었던 이유로 ‘너그럽지 못한 사회’가 있다. “시간과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배를 채울 때 잠시 동안 우리는 이기적이고 자유로워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으며 음식을 먹는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중진 최고의 치유활동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오프닝 내레이션이다. 지나치게 각박한 사회에서 자칫 나다움을 잊게 되기 일쑤이므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을 혼밥으로 확보한다는 것이다.
경계에 선 청년들
하지만 식사시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기’로 극강의 만족감을 줄 것만 같았던 예상치 못한 청구서를 내밀었다. 홀로 밥을 해결하다 보니, 대충 먹거나 결식을 하게 된 것이다. 경희대 연구에 따르면 하루 두끼를 혼자 식사하는 사람은 비만 등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함께 식사하는 사람에 비해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세끼 모두 혼밥으로 해결하는 사람은 특히 고혈압 발생 위험이 높았다. 특히, 논문에서는 혼밥을 자주 하는 것은 ‘우울증’과 관련이 있었다며 혼밥이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에게 애쓰느라 나를 잃어버린 당신에게’, ‘냉담한 현실에서 어른으로 살기 위한 방법’ 작년 홀로 쓸쓸하게 세상을 등진 청년 집에서 발견된 책들이다. 각박하고 너그럽지 못한 사회에서 잘살아보려 했던 것이다. 취업난과 경제난이 겹치면서 혼자사는 청년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연거푸 취업에서 탈락하고 물가마저 고공행진하고 있으니, 청년들은 무기력과 우울감에 휩싸이는 것이다.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들도 생활고에 따른 청년 고독사는 계속 증가 추세라고 강조한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고독사 현장의 20~30%는 청년이다.
각박한 사회는 청년들을 경계에 서게 한다. ‘각박한 사회로 나를 잃었다’는 부재감은 학생들이 다시금 기존의 식구로 걸어 들어갈 용기를 거세시킨다. 그렇다고 나홀로 살자니 고독하고 외롭다. 역시 각박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을 이 경계 어느 사이에서 부유하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이 소개한 새로운 식구
천원의 아침밥은 경계 어느 사이에서 둥둥 떠다니는 대학생들을 위로한다. ‘새로운 모습의 식구’를 소개한 것이다. 기존의 식구처럼 말을 섞지 않아도 좋다. 굳이 인사할 필요 없다. 피상적인 관계여도 좋다. 그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식사를 공유하기만 해도, 얼굴만 아는 학우에게 눈도장 찍기만 해도, 내일 어떤 메뉴가 나올지 공동의 궁금사를 공유하기만 해도 교감을 느낀다. 천원의 아침밥이 정서적 교감의 장을 선사한 것이다. 1000원으로 소속감을 느끼게 됐고, 사회로부터 따뜻한 온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천원의 아침밥이 소개한 피상적 식구 형태는 부유하고 있는 현 대학생의 수요와 맞아 떨어진다. 얄팍한 교감으로 교감을 느끼긴 하지만 그렇다고 관계에 지나치게 시간을 빼앗기지도 않는다. 나를 충분히 지키면서도 외로움은 어느정도 덜 수 있는 것이다.
딸린 식구가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당정은 사업을 전 대학으로 확대키로 했고, 서울시는 서울 시내 54개 대학에 추가로 1000원을 지급한다는 방식으로 동참한다고 밝혔다. 제1일 야당은 1500~2000원까지 지원금을 늘리라고 주문까지 했다. 그러나 딸린 식구는 여전히 많다. 한정적인 지원금으로는 좋은 식단은커녕 흉내내기도 부담스러워하는 대학도 여전히 많기 때문. 또한, 전문대 200여 곳은 실시조차 못했다. 방학 중에는 몇몇 부유한 대학교만 실시하고, 적지 않은 학교에선 방학 중 운영이 요원해 보인다.
각자도생(各自圖生). 너그럽지 못한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대학생들에겐 천원의 아침밥은 끼니 해결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보다 포용력있는 규모로 사업이 확대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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