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전하는 '발명 레시피(Recipe for Invention)'
학생들에게 전하는 '발명 레시피(Recipe for Invention)'
  • 대학저널
  • 승인 2019.12.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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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일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
이일구 교수

프로젝트 기반의 공학 수업에서 ‘창의적 공학 설계 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다 보면, 발명에 있어 세 가지 큰 편견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는 창의성에 대한 오해다. 상당수 학생들이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원천 아이디어만이 우수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프로젝트를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가 실생활에서 널리 사용하는 유용한 아이디어들을 비롯해 혁신적인 기술들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아이디어들을 결합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설명하면 의아해한다.

창의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에 관한 문제를 기존에 이미 있었던 B를 연결해 푸는 것이 창의적 문제 해결의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기존에 이미 있었던 A와 B의 연관성을 사람들이 인식 못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A의 문제를 풀기 위해 적합한 B를 발견하고 A에 연결해 문제를 푸는 것이 창의성이라고 정의해준다. 예컨데 신호등에 타이머나 게이지 아이디어를 더해 건널목을 건널 수 있는 잔여 시간을 알 수 있게 해주도록 한 아이디어 사례를 설명해 주면 비로소 이해한다.

둘째는 진보성에 대한 오해다. 많은 학생들은 기발하고 진보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위해 남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와 알고리즘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려고 애쓴다. 이때 발명에 있어서 구성 요소가 증가하면 권리 범위가 축소되어 활용 가능성과 특허의 가치가 떨어지는 원리를 설명하고, 공학이 추구하는 단순화로 얻을 수 있는 편의성·확장성·보안성·효율성 등을 설명해주면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이해한다. 또 중요한 문제를 도출하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까지 깊이 파고들어 분석해야 하며, 단순하고 효율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후보 아이디어를 다각적인 관점에서 평가하는 과정이 부단한 노력과 인내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주저하게 된다. 

다각적인 관점의 발명 가치 평가는 무엇일까? ‘슈퍼스타K’처럼 아이디어 후보들의 경연도 한 방법이다. 가수 지망생들이 가수로서 경쟁력이 있는지 여러 가지 관점에서 평가 받는 것처럼, 발명가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들은 특허성, 산업성, 상업성, 학문적 가치 관점에서 치열하게 경합해야 한다. 수많은 연습생 중 선택된 일부만 데뷔할 수 있듯이, 무수히 많은 가능한 해결책 중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Best Practice)만 특허화 할 수 있고,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

셋째는 발명가의 자질에 대한 오해다. 위대한 발명을 하는 사람은 선천적으로 발명 유전자를 타고 났으며, 특별한 재능을 소유하고 있다는 편견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아인슈타인도 “It’s not that I’m so smart, it’s just that I stay with problems longer” 라고 말했듯, 역사적으로 위대한 발명들은 남들이 의식하지 않았던 문제들을 중요하다고 믿었고 다른 사람들 보다 조금 더 오랫동안 깊이 생각해 해결책을 제시한 결과였다. 상상의 자유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며 권리이다. 또한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유희다. 상상과 발명의 세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공평하다.

우리는 지식재산 전쟁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총과 칼이 아닌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싸우는 지적 전쟁 즉,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전쟁이기도 하다. 골리앗 기업을 대상으로 거액의 특허 로열티를 받는 개인 발명가들과 NPE(Non-Practicing Entity) 벤처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고, 지식재산 기반의 기술 창업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성공 기업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지식재산 전쟁시대에 일류 창작자가 되어 우수한 발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노력하면 발명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생각하지만, 생각하는 방식이나 효율은 모두 다르고 다양하다. 인간의 생각은 원래 무질서한 혼돈의 상태이다. 훈련이 안 된 사람은 명상의 시간에 한 가지 주제에 대해 5분도 집중하기 어렵다. 생각의 흐름을 통제하기 위해 생각하는 연습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규칙적인 근력 운동에 의해 특정 부위 근력이 강화되듯이 생각도 발명을 위해 훈련될 수 있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끈질기게 파고들어 효과적인 해결책까지 연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 생각하는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생각 근육’이 강화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훈련을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발명을 위한 생각이 습관화된다. 걸을 때, 식사할 때, 쉴 때, 샤워할 때, 심지어는 잠을 자는 순간에도 문제를 푸는 해결책을 생각한다. 중요한 점은 그러한 순간들이 게임하듯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자신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는 믿음이 이러한 도전과 고통의 순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생각 훈련을 지속하다 보면 주어진 문제에 따라 ‘몰입’의 상태를 경험하기도 한다. 한 가지 중요한 문제를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을 고민하다 보면, 일상이 생각이 되고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한 가지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어느 순간 중요한 깨달음을 얻으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아이디어를 신나게 정리하느라 밥 먹는 시간도 놓치고 잠을 안 자고 생각만 하는데도 피곤하지 않다고 느끼는 특이한 절정의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필자는 지난 20여 년 간 연구소, 기업체, 학교에서 엔지니어이자 발명가로서 160여 건의 특허를 출원∙등록했다. 이 중 많은 수의 특허를 기업체에 이전했고 또 일부 특허를 통해 적지 않은 기술 로열티도 받고 있다. 국제 표준화 회의와 학회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안하는 일류 발명가들과 경쟁하고 주변에 많은 엔지니어, 과학자, 발명가들과 함께 하며 우수한 발명가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지 탐구해왔다. 다년간 연구의 결과 일류 발명가와 그렇지 않은 발명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근성’이었다. 중요하다고 믿는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생각이 더 이상 진전이 안 될 것 같이 큰 벽을 만난 느낌을 받는 경우들이 있다. 또는 모든 경우를 다 생각해봤는데 이제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주변인 모두가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일류 발명가는 초인적인 근성을 발휘해 분명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멀리, 더 다양한 생각을 시도한다.

일류 발명가는 자기만의 ‘발명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일류 요리사가 요리 실력을 갈고 닦듯이, 일류 발명가도 수많은 편견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훈련을 한다. 일류 요리사가 자신의 혼을 담아 자신만의 레시피로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듯이, 일류 발명가도 근성을 발휘해 자신만의 발명 레시피로 새롭고 진보한 발명을 이뤄낸다. 누구나 일류 발명가가 될 수 있지만, 노력 없이 얻을 수는 없다.

끝으로 발명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만의 발명 레시피를 갖고 싶다면, 미래융합기술 분야에서 실사구시의 융합적 공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전공과 학교를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대학 입학 전에는 생활 속의 중요한 문제를 찾아 깊이 생각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연습을 하고, 관심 분야의 책을 다양하게 읽으면 꿈을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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