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팔찌, 성폭력 예방교육 등 건전하고 알찬 행사 진행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지나친 음주와 불필요한 군기 잡기 등 부작용을 양산했던 대학 신입생 사전교육(오리엔테이션, 이하 OT)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그간 신입생 OT 행사는 사건·사고로 얼룩져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2017년 2월 모 교대 OT 행사에서는 술에 취한 학생이 기계실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채 발견돼 논란이 됐다. 교육부 조사 결과, 해당 대학은 OT에 쓸 주류로 소주 약 7800병, 맥주 약 960병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모 공대 신입생들은 행사 장소로 향하던 중 타고 있던 관광버스가 추락해 운전기사가 사망하고, 학생 4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2014년에는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이 무너져 부산외대 OT 행사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목숨을 잃고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안전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 신입생 환영회 준비과정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환영회가 취소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OT 행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대학들은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당일 교내행사로 축소하고, 단과·학과별 행사로 진행하는 등 가급적 당일치기 교내 행사 형태로 변하는 추세다. 또 술을 강권하는 문화나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장기자랑, 게임 등을 자제하는 ‘착한 신입생 OT’가 확산돼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로 발전해 가고 있다.

숭실대는 총학생회는 지난 1월 동계 전체 간부수련회에서 ‘술 강권 금지 팔찌’를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행사에 모인 학생 100여 명은 노란색, 분홍색, 검은색 등 본인의 몸 상태가 기호에 따라 술을 마실지, 말지 표시하는 팔찌를 차고 즐겁게 행사에 참여했다.
우제원 숭실대 총학생회장은 “수련회에 이 제도를 활용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며 “향후 단과대별로 열리는 수시생 환영회나 신입생 환영회, 새터, 개강총회 등 행사에서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숭실대 총학생회는 오는 25일 시작되는 주요 단과대 신입생 OT에도 ‘술 강권 금지 팔찌’ 제도를 권장하기로 했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술 강권 문화를 근절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 적극 동조하는 분위기인 것을 알려졌다.
앞서 동국대는 신입생 OT를 포함, 신학기에 건강한 음주문화를 조성하고자 2017년 ‘인권팔찌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인권팔찌’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거나 거부의사가 있을 때 착용하며, 신입생들이 선배의 술 권유를 거절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성신여대는 ‘술 없는 OT'를 2012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학과장과 재학생들이 함께 학과별 대화 시간을 갖고 ▲’성신 핵심역량 진단 온라인 검사‘ 분석 결과 설명회 ▲5분 안에 하는 첫 수강신청 ▲성폭력 예방교육-20세의 책임 ▲우리문화 속의 한자어 등 술·오락 중심이 아닌 대학생활 설계와 적응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다.

세종대는 2017년 신입생 OT 행사의 일환으로 ‘성폭력 및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권송자 강사를 초빙해 진행한 행사에서는 대학의 성희롱·성폭력 실태를 설명하면서 현재 대한민국 대학생 4명 가운데 1명이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는 정보를 공유하며, 2011년 K대 의대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비롯한 육군사관학교 성폭행 사건, 데이트 폭력에 따른 K대생 살인사건 등을 예로 들며 올바른 성 인식과 대처방법을 소개해 호응을 얻었다.
연세대도 올해 신입생 OT 프로그램 중 하나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추가했다. 또 장애 인식 개선 교육 등을 실시해 학생들의 관련 사고 사전 예방 교육에 힘을 실었다.

교육부도 대학가의 노력에 발맞춰 OT 운영 지침·건전한 집단 활동 운영 대책·대학생 운영 안전 확보 안내서 배포, 현장 안전점검 실시 등 대학생 집단 활동이 건전하고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교육부는 14일부터 신입생 OT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올해는 신한대, 서강대, 동아대, 부경대, 가톨릭대, 숭의여대, 광운대, 경기대, 경희대, 인천대 현장 안전점검이 실시된다.
주요 점검항목은 음주강요·성폭력·가혹행위 등에 대한 학생 사전교육 실시 여부, 숙박시설과 교통수단의 안전성, 단체 활동 보험가입 여부 등이다. 안전점검 결과 미흡한 사항에 대해서는 즉시 현장조치를 요구하며, 점검결과 분석·대학 직원들의 신입생 OT 운영 관련 의견을 수렴해 다수 지적된 사항은 향후 안전 확보 안내서 개정 시 반영을 검토할 예정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오리엔테이션으로 신입생들이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고, 즐겁고 활기찬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각 대학에서는 건전하고 안전한 행사를 위해 노력해주길 요청드린다”며 “교육부 역시 대학생들의 건전한 대학생활 및 안전한 집단 연수를 위해 적극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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