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류 닷새 째.
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으로 수학을 공부하려고 했던 어리석음을 깨닫고 밤새 잠을 못 이뤘다. 요리의 재료를 맞춰야 하는 국어 문제 풀이와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수학 문제 풀이. 월리 덕에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지만 왜 여태까지 이런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 참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지는 하루하루다.
표류 닷새 째 아침
수학에서 재료는 뭐지?
어렴풋하게 알 것 같았지만 월리에게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오고 갔다.
수학 문제 풀이가 요리 만들기라면 재료는 뭐지?
그건 바로 ‘정의’와 ‘공식•법칙•성질•정리’라고 할 수 있어. 이런 개념들이 없으면 절대로 문제를 풀 수 없어. 요리를 만들 때 재료가 없으면 어떤 종류의 요리도 만들 수 없다는 사실과 똑같은 맥락이지.
그럼 지금까지 열심히 이해하고 암기했던 각종 수학 공식들이 문제풀이의 재료였구나.
가끔씩 문제가 풀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공식’을 제대로 암기하지 않았던 때문인 경우가 있었다. 공식을 외우지 않으면 당연히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확한 이유는 문제풀이의 재료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좀 더 명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공식’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암기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표류 닷새 째 점심
문제풀이의 요리법
재료만 갖고 요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요리를 만들려면 요리법이 필요하다. 수학 문제풀이에도 요리법이 필요한데 그 요리법은 과연 뭘까? 재료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요리법이 더 중요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월리가 말하는 수학 문제풀이의 요리법은 무엇일지 정말 궁금하다. 월리는 대답 대신에 다음과 같은 그림을 그렸다.
처음부터 그랬지만 월리는 항상 알 수 없는 그림을 자주 남긴다. 이번 그림도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표류 닷새 째 저녁
수학에서 요리법은 프레임이다.
월리의 표현에 의하면 수학 문제풀이법의 핵심은 프레임이라고 한다. 공식을 잘 요리할 수 있는 프레임이 있어야 문제의 정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그렸던 그림이 바로 그 프레임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영역규명, 정의, 공식•법칙•성질•정리, 조건, 식•그래프•표 생성 및 변형, 결론도출
알 수 있는 단어라고는 정의와 공식, 조건 정도다. 수학 문제를 푸는데 저 정도의 과정이 필요한지 처음 알았다. 그리고 또 알게 되었다. 저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그동안 수학을 못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나머지 궁금한 부분을 월리에게 물어봐야겠다.
Q : 영역규명은 뭐야?
A : 영역규명은 처음 문제를 봤을 때, 이 문제가 도대체 어떤 단원에서 출제되었느냐를 밝히는 거야.
Q : 조건은 대충 알겠지만 정확하게 뭐지?
A : 문제를 풀 수 있게 제시된 또 다른 재료지. 조건은 문제에서 주어진 경우도 있고 숨겨진 경우도 있어. 조건을 놓치면 문제를 풀 수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해.
Q : 식•그래프•표 생성 및 변형은 뭐가 복잡한데 구체적으로 의미가 뭐야?
A : 모든 수학 문제풀이에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식을 세워서 풀어야 해. 문제풀이 마지막에 방정식과 부등식을 푸는 과정을 생각하면 돼. 그래프나 표도 식과 비슷한 문제 푸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거야.
Q : 결론도출은 혹시 계산을 의미해?
A : 응. 계산을 의미하는데 정확하게는 연산이라고 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할 것은 구한 답 중에서 문제의 조건을 만족시키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해.
이제 월리가 그렸던 그림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월리가 왜 그림으로 그렸는지도 알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수학 공부에서 한도 끝도 없이 표류해 온 이유를 이제는 명확히 알았으니 월리의 조언을 바탕으로 열심히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 표류에 마침표를 찍는 그날을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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