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교수, e메일 잘 못 보냈다가 직위해제

한용수 | hys@dhnews.co.kr | 기사승인 : 2012-01-26 18: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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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장이 마치 완장찬 기업 부회장처럼 행동한다" 메일에 발끈
교수협의회 26일 성명 "교수들을 잡상인만도 못한 취급...더 이상 참고 견딜 수 없다"

중앙대학교(총장 안국신) 한 교수가 메일 한 통을 잘 못 보냈다가 직위해제 됐다. 이 교수는 조만간 본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26일 중앙대 교수협의회(회장 김누리·이하 교협)에 따르면, 지난 2일 중앙대 인문사회계열 서헌제 부총장이 계열 전체 교수에게 메일을 보냈고, 연구년 중이던 S 교수가 다소 격하게 반박하는 메일을 보냈다.


S 교수가 서 부총장에게 보낸 메일은 '부총장이 마치 완장찬 기업부회장처럼 행동한다'는 요지의 세 줄 분량으로, S 교수는 서 부총장 개인에게만 보내야 할 반박 메일을 전체 교수에게 발송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S 교수는 뒤늦게 전체 교수에게 메일이 발송된 사실을 확인한 후 다시 메일을 통해 전체 교수에게 공개 사과했지만, 서 부총장은 S 교수를 징계해 줄 것을 총장에게 요청했고, 대학 본부는 S 교수를 직위해제 시킨 후 징계위원회 회부 절차를 밟고 있다.

S 교수의 반박 메일을 야기한 서 부총장의 메일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앙대 교협 측은 문제의 메일에 대해 "그간 책임부총장제가 노정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소통을 활성화하기를 바라는 대다수 교수들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여전히 고압적인 관리자의 태도가 느껴지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앙대 교협은 26일 본부측의 S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와 징계위원회 회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S 교수의 직위해제를 철회하고, 인문사회계열 부총장은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작성해 전체 교수에게 발송했다.


교협은 성명서에서 "부총장의 주장을 다소 격하게 반박하는 메일을 보냈다고 교수를 마음대로 직위해제 시킬 수 있는가!"라고 반발하고 "S 교수의 직위해제를 즉각 철회하고, 인문사회계열 부총장은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누리 교수는 26일 대학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학칙과 사립학교법을 봤더니 형사제소를 당하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에 직위해제시킬 수 있다. 이를테면 교수가 아직 유죄로 판결받지 않았지만 범죄를 저지른 경우"라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처분"이라고 비판했다.


사립학교법은 교수의 직위해제 요건을 원칙적으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에 준하는 사안에 대해 적용하도록 해, 교수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사립학교법 56조는 '사립학교 교원은 형의 선고·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 또는 면직 등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중앙대는 지난해 초 국내 대학 처음으로 학내 단과대를 5개 분야로 묶어 계열별로 부총장을 임명하는 책임부총장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각 계열별 예산진행과 교수인원 배정 등을 총괄하는 일종의 계열별 총장제도로 중앙대 교협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다.

중앙대 교협은 지난해 12월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외부 설문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책임부총장제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하기도 했다. 이 설문조사에는 전임교원 총 878명 중 632명이 응답(응답률 71.98%)했으며, 5개 계열별 책임부총장제도를 지지한다는 의견은 평균 6.6%로 나타났으며, 이번에 문제가 된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의 제도에 대한 지지도는 3.4%로 가장 낮았다.



<중앙대 교수협의회 성명서 전문>


S교수의 직위해제를 철회하고, 인문사회계열 부총장은 사퇴하라


중앙대학교에서 추락하는 교수의 지위에는 날개가 없다. 중앙대의 교수는 얼마나 더 세간의 조롱거리가 되어야 하는가! 중앙대의 명예는 얼마나 더 실추되어야 하는가! 최소한의 상식과 지성이 작동하는 대학이라면 부총장의 주장을 다소 격하게 반박하는 메일을 보냈다고 교수를 마음대로 직위해제 시킬 수 있는가! 대학 본부는 사범대학 S교수에 대한 직위해제를 즉각 철회하고, 이번 일에 책임이 있는 인문사회계열 부총장은 즉시 사퇴해야 한다.


지난 1월 2일 서헌제 부총장이 인문사회계열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일은 그간 책임부총장제가 노정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소통을 활성화하기를 바라는 대다수 교수들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여전히 고압적인 관리자의 태도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연구년 중인 S교수가 1월 6일 그간의 불만을 다소 격하게 반박하는 세 줄의 메일을 보냈는데, ‘부총장이 마치 완장 찬 기업부회장처럼 행동한다’는 요지의 이 메일이 실수로 서 부총장 개인이 아니라 인문사회계열 전체교수에게 발송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S교수는 1월 10일 인문사회계열 전체교수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 본인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헌제 부총장은 해당교수를 징계해줄 것을 총장에게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대학 본부는 일사천리로 S교수를 직위해제 시킨 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려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교수협의회는 그간 우리 대학의 소통 부재와 비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의 문제점을 누누이 지적해왔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학 본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거듭 요청해왔다. 그러나 이른바 ‘책임’ 부총장들은 소속 계열 교수들의 ‘대표’가 아니라, ‘관리자’인양 행세하면서, 민주적으로 결정된 교수들의 의견을 대변하기는커녕, 본부의 결정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권위주의적 태도로 일관해왔다.


우리는 교수들을 마치 쫓아내버려야 하는 귀찮은 존재로 여기고 길거리 잡상인만도 못한 취급을 하는 본부의 행태를 더 이상 참고 견딜 수 없다. 또한 대학 본부가 노정한 행정능력의 난맥상과 발전전략의 부재는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 비판이나 건설적 제안의 통로마저 봉쇄되어 버린다면, 우리 대학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부총장들에 대한 교수들의 신뢰도가 6.6%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설문조사 결과가 보여주듯이 책임부총장제는 이미 교수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시정하기는커녕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는 교수들의 이빨을 뽑고 목을 비트는데만 혈안이 되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교수들이 어떻게 대학 본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연구와 교육에 매진할 수 있겠는가!


사립학교법 58조와 법인정관 47조는 교수의 직위해제를 <신분보장> 항목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직위해제의 요건을 그만큼 엄격하게 정해두었다는 의미이다. 직위해제 조항에 바로 앞서 사립학교법 56조는 “사립학교 교원은 형의 선고·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 또는 면직 등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직위해제 규정은 이 조항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만 적용될 수 있다. 직위해제는 원칙적으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에 준하는 사안에 대해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무리하게 가져다붙인다 해도 “교원으로서의 근무태도가 심히 불성실한 자”라는 항목 정도만 있을 뿐인데, 이메일로 부총장을 비판한 것이 어떻게 “불성실한 근무태도”일 수 있는가! 대학이 군대조직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며, 교수를 자기 동료라고 인식하는 부총장과 총장이라면, 이는 더더욱 해서는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남아 있는 교수들의 마지막 신뢰의 끈마저 끊고자 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세간의 웃음거리가 되고자 하지 않는다면, 대학본부는 S교수에 대한 직위해제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소속 계열의 교수를 교수로 인정하지 않는 서헌제 부총장은 더 이상 부총장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만이 대학발전에 기여하고, 교수의 신뢰회복에 이바지하는 마지막 선택임을 통감하고 결단을 내리기를 촉구한다.
2012년 1월 26일
중앙대학교 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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