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누스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신으로 두 얼굴을 지닌 이중적인 모습을 빗대어 표현할 때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왜 조건을 야누스라고 하는 걸까?
수학에서 조건 통제는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이다. 문제에 주어진 조건을 제대로 이용하면 그것은 보물이나 다름없지만, 만약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그것은 재앙과 마찬가지다. 즉 보물이면서도 동시에 재앙이 될 수 있기에 수학 문제에서 조건은 이중적인 모습의 야누스인 것이다. 조건은 그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 성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조건은 크게 노출조건과 은닉조건,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1. 노출 조건
우선 노출 조건이란 말 그대로 문제 자체에 표현되어 있는 조건이다. 이것은 문제에 주어져 있는 것으로서, 보통 ‘~ 때’라는 어구로 표현된다. 노출조건은 그 형태와 주어진 개수에 따라서 좀 더 세분화할 수 있다. 우선 형태적인 측면으로 살펴보면 식 · 그래프 · 도표 · 도형 등 다양한 형태로 주어질 수 있다. 조건은 식의 형태로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주어진 조건식을 그 자체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변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항상 중요한 것은 조건식 자체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 점이다. 어떤 경우에는 조건이 박스 속에 각각의 <보기>로 노출되는 때도 있는데, 이 경우는 그 <보기>들이 명제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즉, 참인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그래서 참으로 확인된 <보기>가 새로운 조건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바로 다음에 제시한 <수능2005년 10번> 문제를 살펴보자.

4점짜리네. 에휴ㅠㅠ 거기다 제일 악랄한‘진위판별형’문제?? 슬쩍 보니 (보기ㄱ)은 그냥 대입해서 해결할 수 있겠고, (보기ㄴ)부터는 조금 까다로워 보이네. (보기ㄷ)은 또 뭐야?? 머리가 아파오는데?? f(x)를 보니, 지수함수 형태는 보이는데, 그렇다고 지수함수 영역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보기ㄷ)은 Σ가 나왔으니 수열 영역이네.
어쨌든 ① 함수와 수열의 통합영역 정도. 에라, 모르겠다!! 일단 (보기ㄱ)부터 대입해서 풀어보니 ½이 나오니 일단 통과. (보기ㄴ)은 조금 까다롭겠네. 일단 f(x)에 대입해서 정리하다 보면 나오겠지. 분수 형태니까, 통분이 가능하도록 하면 계산이 되겠네. 어라.
② (보기ㄴ)도 맞네. 지금까지는 잘 왔고, 이제 마지막 (보기ㄷ)을 보자. 근데 뭐가 이렇게 복잡해. 보통 Σ 나오면, 그 뒤의 식은 어떤 형태든지 수열의 일반항으로 보면 된다고 하던데……
이건 뭐야!!! 달랑
만 나와 있고, 일반항 꼴이 안 나오잖아. 어떻게 해 야 되지?? 다른 방법 없나? (보기 ㄱ, ㄴ)까지 좋았는데, 여기서 좌절이야? 아~~~ 몰라~~~ ③ Σ 나와서 뭔가 잘 안 되면, 그냥 풀어 헤치라고 하던데, 일단 그렇게 해보자. 
④ 아…… 그냥 풀어헤쳐도 별 거 없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f(x)에 다 일일이 대입해서 푸는 건 아닌 거 같고, 역시 4점짜리는 역부족인가 ㅠㅠ 위 문제풀이가 위기에 처했음은‘④ 아…… 그냥 풀어헤쳐도 별 거 없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에서 명확해졌다. 시그마를 풀어헤쳤는데도 별 게 보이지 않아서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 난감한 상황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점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볼 때, ‘보기 ㄷ’자체에서 더 이상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면 분명 다른 곳에 추가적인 정보가 있어야 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 정보가 바로‘보기 ㄴ’인 것이다. ‘보기 ㄷ’을 푸는데, ‘보기 ㄴ’이 조건으로 이용 되는 것이다. (이러한 풀이 원리는 평소에 정리해 두지 않으면, 실제 시험장에서 떠올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수능 2005년 10번> ‘보기 ㄷ’이 풀리지 않은 이유는 참으로 증명된 ‘보기 ㄴ’을 조건으로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형태의 조건 이용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후의 풀이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했으니, 각자 알아서 해결해보길 바란다.
노출조건은 주어진 개수에 따라 조건이 하나인 경우(단일조건)와 수개인 경우(복수조건)로 구별된다. 특히 복수 조건일 때는 다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조건이 많아 문제풀이가 쉬워질 수도 있지만, 제대로 이용하지 못 하면 혼란스러운 풀이가 될 수도 있다. 복수조건을 이용할 때는 이용의 순서가 있고, 각 조건들간의 조합이 맞아 떨어져야 문제가 풀리는 경우 도 있다. 다음 <수능 2006년 6번> 문제를 살펴보자.

여러 개 조건이 주어졌을 경우 각 조건이 순서대로 문제풀이에 사용된다면 크게 곤란한 일은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떤 조건을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문제풀이에 있어 중요한 과정이 된다.
위 예시 문제가 어려운 것은 결정적으로‘도대체 저 많은 조건을 어디다 어떻게 써야 하는 거야’하는 부분에서 드러난다. 세 가지나 제시된 조건을 일목요연하게 그 순서를 찾아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운좋게 최초의 풀이가 맞아 떨어질 수도 있으나, 두 세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풀린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수능 2006년 6번> 문제가 까다로운 이유는 주어진 조건 세 가지를 어떤 순서와 어떤 식으로 이용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 풀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2. 은닉 조건
은닉 조건은 말 그대로 문제에서 노출되지 않은 숨어 있는 조건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가 로그의 밑 조건과 진수 조건인데, 노출 조건과 달리 꼭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로그의 정의와 관련한 진수 의 은닉 조건을 들 수 있다.
조건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
조건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당연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주어진 조건을 전부 이용하지못하거나, 찾아내야 할 모든 조건을 찾아내지 못하면 ① 문제풀이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여러 개의 답이 도출된 상황에서 ② 버려야 하는 답까지 그냥 답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마 지수 부등식이나 방정식에서 구한 답 중 조건에 맞는 답만 골라야 하는 경우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③ 주어진 조건을 잘못 이해해서 전혀 엉뚱한 풀이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조건을 오해하게 되면 자신 스스로 함정을 파는 상황이 되고, 이 함정은 강력해서 쉽사리 빠져 나올 수가 없다.
그리고 ④ 조건식을 막무가내로 변형시켜서‘조건식 자체’가 보여 주는 쟁점을 흩어 버리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조건이 주어지면, 우선 조건 그 자체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먼저 파악 한 후 그 자체로는 특별한 쟁점이 보이지 않을 때 변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탈출
조건을 눈에 띠게 주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 속에 슬며시 넣어 놓는 경우도 있다. 그렇더라도 일단 ① 문제에서 주어진 조건은 하나라도 빠트려서는 안 된다. ② 조건이 여러 개 주어졌을 경우, 각 조건마다 번호를 붙여서 구분을 하자. 그리고 ③ 여러 개의 조건이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외에도 조건과 관련해서는 수없이 주의해야 할 것이 많다. 결국은 다양한 문제들을 통해서 조건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스스로 익혀야 한다.) ④조건이 그 자체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변형을 해서 이용하는 경우도 있음을 기억하자. 조건, 보물이면서 동시에 재앙인 야누스를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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