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대학 불과한 반도체 계약학과 대폭 늘려야

황혜원 | yellow@dhnews.co.kr | 기사승인 : 2022-06-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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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반도체 인재 양성 박차…향후 과제는
학·석·박사 연계 전문대학원 활성화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받은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받은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대학저널 황혜원 기자] “반도체는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자 경제의 근간이다.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으로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과학 기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교육부 등 정부부처에 ‘반도체 인력 양성’이라는 특명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교육부 등 관계부처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첨단분야의 입학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반도체 특성화 대학 신규 지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인재 유출 등의 어려움을 겪는 지방 대학의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는 정부가 반도체 전문인력 육성 정책 수립과정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황금분할’ 조합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 인력 공급 속도, 산업계 수요 못 미쳐


윤 대통령의 ‘반도체 특명’은 산업계의 반도체 인력 수요와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년 산업계의 수요는 급증하는데, 대학이 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23학년도 반도체 관련학과 신입생 모집정원은 총 1382명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744명(서울 475권, 경기 269명), 비수도권 638명이다. 특히 졸업 후 100% 채용 조건으로 대학과 기업의 협약을 통해 운영하는 계약학과의 모집정원은 360명에 불과하다.


현재 운영 중인 계약학과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반도체시스템공학과, 포스텍(POSTECH) 반도체공학과 등 7개다.


따라서 반도체 계약학과를 수도권의 경쟁력 있는 대학은 물론 지방 국립거점대까지 늘려 석·박사 등 반도체 전문인력을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수요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 4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제조사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등 반도체 업계의 연간 부족 인력은 점차 늘고 있다. 지난 2016년 1355명에서 2020년 말에는 1621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최소 인력만을 추산한 것으로, 실제 기업들이 체감하는 인력 부족 문제는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부족한 인력은 연간 3천여명 수준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이처럼 인력 공급 속도가 산업계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향후 10년간 누적 부족인력은 3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첨단분야 정원 대폭 확대 예고


교육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 6월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반도체 등 첨단분야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저해하는 규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한 미래 선도 혁신인재 양성이 가능할 수 있도록 교육 패러다임을 과감히 전환함으로써 첨단산업 인력난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이 일환으로 학과 정원과 대학평가, 학사관리, 대학운영 등 고등교육 전반에 걸쳐 첨단분야 인력양성을 저해하는 규제 개선에 우선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첨단분야 정원의 획기적 확대를 위한 추가 대책으로 교육시설을 확충하고 실습장비 고도화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반도체 특성화 대학도 신규 지정하고 정원 확대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정원 확대의 뜻을 밝히면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아 지방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수도권 정비계획법’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려면 반도체 등 첨단산업 학과는 예외로 하는 특례 조항을 만들거나 심의를 통해 수도권 대학 정원의 총량 전체를 늘려야 한다. 교육계는 수도권 정비계획법의 수정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입학정원의 규제를 받지 않는 계약학과를 신설하거나, 입학정원의 20%로 제한된 계약학과 학생을 50%까지 늘리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이에 앞서 지난 6월 15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반도체 기업 인사담당자 등 기업계 전문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민관합동의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 특별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향후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재 양성 방안과 추진 상황 등을 점검키로 했다.



“비수도권 대학 인원 감축될 것”…지역균형발전 저해 우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지방대학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대학은 지금도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함께 늘린다고 해도 결국 지방대학의 위기를 가속화할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 6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주최로 열린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는 현 정책이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승래 의원은 “해당 정책은 지역균형발전을 국정 운영 방안으로 내세운 새 정부의 기조에 반하며, 지방대학 소멸 등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문석 부산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반반으로 나눠 정원을 늘려도 결국은 정원이 늘어난 숫자만큼 비수도권 인원 감축을 유발할 것”이라며 “지방 소도시 대학에 정원을 늘려줘도 지금 현 상황에선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각각 1만명이 증원된다면 지방대학에서 1만명 인원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며 “이것이 수년간 지속되면 입학정원 1천명인 비수도권 대학 10개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당장 대학의 관련학과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속성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연구와 교육을 맡을 교수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지난 6월 15일 열린 ‘제1회 교육부 인사이트 포럼’에서 인재를 키워내야 할 교수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황 교수는 “서울대 재료공학부에서 반도체를 연구하는 교수는 43명 중 2명에 불과하다. 공대 교수 330여명으로 범위를 넓혀도 기업들과 토론을 할 수 있는 교수는 10명 남짓”이라며 “기업의 기술이 워낙 앞서다보니 대학에서는 반도체 기술을 가르칠 필요가 없어 교수를 뽑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넓은 피라미드 구조’ 인력풀 갖춰야


지난 6월 14일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 주최로 열린 ‘반도체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김성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정부-대학-산업체 간의 유기적인 교육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사급 인재와 함께 R&D(연구개발)와 설계·디자인 등을 맡을 석·박사급 인재 양성이 이뤄져야 하며, 반도체 기술뿐만 아니라 소부장 등 기반기술 등까지 여러 학과에 걸친 ‘넓은 피라미드 구조’의 인력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내 반도체산업은 오는 2023년부터 2032년까지 향후 10년간 5565명의 석·박사급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산업계 역시 반도체 등 첨단기술 R&D를 선도할 석·박사급 인재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즉 인력의 질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년 배출되는 석·박사급 인재는 100여명에 그쳐, 신입사원을 채용한 뒤 3~5년의 자체 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이 반도체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학부과정과 연계된 반도체 전공 전문대학원을 대폭 늘려 학사와 연계된 석·박사 과정을 운영해 업계가 필요로 하는 반도체 전문인력을 키워내야 한다. 최근에 발표된 경북대의 반도체 전문대학원 운영 계획은 정책 수립에 참고할 만하다.


경북대는 2023학년도부터 연 400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반도체 전문대학원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혔다. 학·석사 연계과정으로 ‘반도체 실무 인재’를, 석·박사 연계과정으로 ‘반도체 고급 인재’를 각각 연간 50명씩 100명을 배출할 예정이다. 또한 소재와 공정, 설계, 시스템반도체 등 반도체 산업 생태계와 관련 분야를 통합하는 학제 간 융합대학원 과정으로 연간 300명의 인재를 양성한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앞으로 배출할 경북대의 반도체 인재가 핵심기술 연구개발 능력을 갖추도록 할 것”이라며 “기술개발과 산업 육성이라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 지역 발전은 물론 국가 간 반도체 경쟁 우위를 선점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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