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황혜원 기자] 고등교육 위기 타개를 위한 대학 규제 완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고등교육법령을 전면 개정해 현재의 포지티브 방식이 아닌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경북대 총장)은 최근 대학저널과 인터뷰에서 “대학은 시대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학생 모집 개편이나 학과 신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규제로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20년 1월 김병주 영남대 교수가 교육부의 용역을 받아 발표한 ‘고등교육 자율성 제고를 위한 규제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규제 완화가 필요한지 알아봤다.
규제·통제 중심 법령, 대학 창의적 교육활동 저해
보고서는 2017년과 2018년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교육개발원 등 고등교육 관련 기관이 대학에 송부한 확인 가능한 공문 360건을 바탕으로 규제 현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학 자율성을 가로막는 규제는 크게 ▲대학운영 ▲대학재정 ▲학생 선발 및 대학 정원 ▲학사운영 ▲법인 규제 등이다.
‘대학 규제 관련 근거가 존재한 공문’ 중 대학운영 부문은 연구부정행위 검증 조사 실시 현황 제출(학술진흥법), 학교법인 해산 인가 알림(사립학교법), 학교 폐쇄명령에 따른 학교기본재산 현황 일체 및 처리 상황 요청(고등교육법 시행령) 등 모두 82건에 달했다.
대학재정 측면에서는 등록금 수입 현황(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 대학 입학전형료 책정내역 파악을 위한 자료제출 요청·대학 입학전형료 지출항목별 세부지출내역 제출 요청(고등교육법), 학교법인 수익용 기본재산 보유현황 제출(대학설립·운영규정), 유휴 행정재산 후속조치(국유재산법), 교육용 기본재산 처분허가(사립학교법) 등이다.
아울러 관련 근거가 부재한 공문 가운데는 학부 입학금 현황 조사, 입학금 감축 계획 이행 요청, 입학금 단계적 감축 계획 조사, 학부 입학금 단계적 감축 계획 조사 등이 포함돼 대학들이 과도한 규제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립학교법은 사학의 공공성 확보 측면에 과도하게 치중돼, 사학의 자주적·자율적 조성 측면보다는 규제적·통제적 측면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다. 사립학교법의 통제 규정은 학교법인 존립과 인적 구성, 재정 운용 관련 규정으로 구분된다.
학교 존립과 관련해 법인 설립과 정관, 법인 합병 또는 해산은 관할청의 허가와 인가·해산 명령 등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사학의 인적 구성에서도 임원의 정원 관리부터 임원 취임 승인, 직권 취임승인취소권, 임시이사선임권 등의 규제를 받게 돼 있다.
재정운용 전반에서도 매 회계연도 예산·결산 제출, 시정 지도권, 기본재산 매도·증여·교환 등과 관련해 관할청의 허가, 학교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법인의 재산 매도·담보 금지 등이 있다.
고등교육법에 따른 학사운영 규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융복합교육과 현장학습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다학기제가 필요함에도 고등교육법상 4학기 이내로 운영이 제한되고 있으며, 고등교육법 시행령으로 학생의 전공이수는 이미 설치된 학과·학부가 제공하는 전공 또는 연계전공만 이수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대학 수업은 교과목당 15주 이상으로 편성·운영하고, 수업일수를 연 30주 이상, 학점당 이수시간은 매학기 15시간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교과목의 특성을 반영한 수업 운영이 어렵다.
이러한 규제와 통제는 개별 대학들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활동 등을 저해해 대학 자치와 대학별 특성화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미국·독일 등 대학 규제 최소화…점진적 자율화 검토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 사립대에 대한 간소한 법령 체제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고용인에 대한 보장과 작업환경 규정, 학생들의 보조금 제도, 특별 목적의 기금·연구비·장학금, 시설 설비를 위한 정부보조, 학생들의 알 권리와 학교안전수칙 등에 대한 조항만을 설정하고 있다.
독일은 대학기본법에 따른 국가 승인 등 최소한의 규제만을 두고 있다. 보고서는 규제 개선 방안으로 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 전환’, ‘규제일몰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행 교육기본법 제25조 ‘(사립학교의 육성)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립학교를 지원·육성해야 하며, 사립학교의 다양하고 특성 있는 설립 목적이 존중되도록 하여야 한다’에 더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법률로 명백히 금지된 행위 이외에는 분명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는 한 사립학교의 자율적 학교 운영권을 제한해서는 아니 된다’는 제2항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향후 법령에 근거해 새로운 규제를 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규제심사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심의를 거쳐 규제하되, 해당 규제는 일몰제를 적용해 일정 기간 경과 후 자동적으로 없어지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아울러 현행 법령에서 명시하고 있는 일부 규제를 검토해 대학의 자율성에 맡길 필요가 있다는 점진적 자율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 4월 8일 한국교육학회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2 특별 교육정책포럼’에서 사립대학 규제가 지속 늘고 있음을 지적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04년 교육부의 사립대학 감사조직이 신설된 이후 사립대에 대한 규제는 계속 늘어났다. 1963년 시행 당시 62개였던 의무조항의 개수는 2022년 126개로 늘었다.
송 교수는 “사립학교법 제1조는 사립학교의 자주성 확보와 공공성 제고를 이야기했으나, 자주성을 세밀하게 제한하고 공공성만 확대한 결과 ‘사립학교 규제법’으로 변모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교육부 내 규제 부서를 축소하고 대학 지원을 위한 부서를 확대해야 한다”며 “포지티브 규제가 아닌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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