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된 ‘풍경’ 41점, 시가 된 ‘사유’ 60편...같은 제목 사진집 출간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나무가 남동쪽으로 누운 채 자라는 이유를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날의 눈보라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동진(서강대학교 공학부행정팀 부장)의 시 <남동으로 눕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김동진은, 시인이자 사진가이기 이전에 산을 즐겨 다니는 산행자(山行者)다. 정상을 정복하려들기보다는 이 산 저 산 산의 여기저기를 산책하듯 다닌다는 점에서 산악인보다 이 수식이 더 어울린다.
그의 산행은 어느 날 산책 삼아 오른 인왕산에서부터 시작됐고, 그 후로 10년 동안 도심의 일상과 산의 등고선 사이를 쉼 없이 오갔다. 주로 혼자 다녔다. 새벽 때론 밤에도 오르고, 비가 오거나 눈이 쌓여도 올랐다.
오는 10월 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청운동 '류가헌'에서 열리는 사진전 <천개의 마음>은, 그렇게 10년 동안의 산행에서 얻은 사진과 시를 한 데 묶어 여는 전시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산행 장소인 설악산 천불동(부처형상을 한 천개의 암봉들로 이뤄진 우리나라 대표 계곡 중 하나)에서 쓴 시가 제목이 됐다.
작가는 "10년 전 밤 10시 설악동에 도착해 홀로 천불동으로 해서 공룡능선 첫 봉우리인 신선대에 올랐다"며 "천불동에 천개의 부처바위가 각각의 마음을 가진 것처럼, 제 마음에도 온갖 상념과 갈등 그리고 두려움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힘겹게 오르는 동안 모든 상념들과 두려움이 정화되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또 "천개의 마음이 내 안에 들어 왔지만 정화되던 경험이 강렬하게 남았다. 이런 연유로 이번 전시와 사진집 제목을 천개의 마음이라 했다"고 전했다.

전시회에서는 모두 41점의 사진이 전시되고, 60여 편의 시가 담긴 사진집이 같은 제목으로 출간, 선보인다.
그에게 산행은 그의 시처럼 눈보라를 만나는 일이고, 눈보라를 통해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을 이해하게 되는 일이었다. 그는 숱한 만남들을 기억으로만 흘려보낼 수 없어 풍경을 사진에 담고, 순간순간의 사유를 시로 썼다.
북서풍으로 몰아치는 눈보라에 남동쪽으로 누운 채 자라는 나무 <남동으로 눕다>(사진), 흰 구름을 배경으로 선명한 날개깃을 드러내며 비상하는 새 <날아오름>, 눈 덮인 모래사장 위에 찍힌 바다를 향해 난 발자국 <그리움 따라>, 검은 산 능선 위로 별들이 가득 흩뿌려져 있는 밤하늘 <달달 허다>의 풍경들은 ‘김동진의 사진’이 됐다.
'나무를 떠난 꽃잎이 연못을 떠돌다 다시 꽃으로 피는 것을 보았다'(<다시 핀>), '검은 하늘이 어느 순간 시퍼레지는 새벽도 만났다'(<불쑥>), '걷다 보면 벼랑 끝에 설 때가 있었고, 고개 들어 멀리 보면 지나온 길이 산그리메로 아름다웠다'(<걸어가는 길>), '천불동 오르던 밤에는 천개의 마음이 왔다 갔다'(<천개의 마음>)는 작가의 '시’가 됐다.
가을의 초입에서, 시각 언어와 시어가 합심해 우리를 감성의 시공간으로 이끈다. 전시회 개막을 겸한 ‘작가와의 대화’는 10월 1일 오후 6시 전시장에서 열린다.
※ 문의 02-720-2010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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