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정부가 대학가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감사원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30개 대학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한 데 이어 경남지방경찰청은 학교재단비리 특별단속에 나섰다. 이는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론의 핵으로 떠오른 '반값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고 만연한 대학가의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한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에서 비리 대학의 경우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 자율화'를 표방했던 MB정부가 '자율' 대신 '대대적인 사정의 칼날'을 선택하자 노선 수정에 대한 비판 여론도 나오고 있다.
■감사·특별단속 등 '칼 날 세우는' 정부=감사원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에서 대학 재정운용 실태를 분석·진단해 등록금 책정 기초자료로 제공하고 올바른 대학교육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교과부와 합동으로 예비조사를 실시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번 예비조사에는 감사인력 205명이 투입되며 전국 30개 대학이 예비조사 대상이다. 기간은 오는 27일까지. 감사 대학 선정에는 재정분석이 필요한 대학 15개(사립대 12개·국공립대 3개), 경영·학사관리 점검이 필요한 대학 15개가 각각 포함됐다.
감사원과 교과부는 이번 예비조사 결과와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한 서면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8월 중 본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본감사 대상 대학은 추후에 선정된다.
또한 경남지방경찰청(청장 김인택)은 11일 "대학재단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등록금 현실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학교재단 비리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단속은 오는 12월 31일까지 6개월간 이뤄진다. 중점단속 대상은 △교비, 국고보조금, 연구비 등 공금횡령 행위 △교수, 강사 등 채용 대가 금품(뇌물) 수수 행위 △공사 등 각종 계약체결 과정에서의 뇌물수수 행위 등이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단속은 반값 등록금 요구 등 대학 등록금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사학재단과 대학의 비리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대학운영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속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이에 앞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월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학들의 등록금 담합 의혹에 대해 조사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값등록금, 대학 구조조정 포석=이처럼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대학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무엇보다 여론의 핵으로 떠오른 반값등록금 문제를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여론의 향방을 좌우할 반값등록금 문제는 정부 입장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사안이다.
또한 정부는 강도높은 대학 구조조정도 예고했다. 이와 관련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논의할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지난 1일 발족됐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앞으로 부실대학 판정기준, 판정절차, 인수·합병 및 퇴출 등을 위한 심사를 진행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감사원·교과부의 감사와 경찰 수사는 결국 비리가 만연한 부실대학을 겨냥한 포석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대학 자율화 노선 수정, 비판 여론도=하지만 문제는 MB정부의 행보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이는 MB정부가 '대학 자율화'를 표방하며 임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도 MB정부는 대학 총장 선거 개입, 참여정부 인사 제거 등으로 각종 관치 논란에 시달렸다. 여기에 최근 감사원과 교과부는 물론 경찰까지 대학 문제에 개입하자 MB정부의 '말 바꾸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자율을 내세운 현 정부 들어 오히려 간섭이 더욱 심해졌다. 이전 정부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정부가 '대학 자율화'라는 당초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반값등록금 문제에 있어 여론을 의식, 대학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김영길 회장은 "최근 3년간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부응해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과 인상 자제를 위한 정부의 협력 요청에 적극 응해왔다"면서 "이러한 노력들을 폄하하고 담합으로까지 몰고가는 일방적인 몰아세우기에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대학의 협력과 노력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 마련에 정부가 함께 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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