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뱅크아트페어, 한국 미술 구조를 묻다

임춘성 기자 | ics2001@hanmail.net | 기사승인 : 2026-04-29 11: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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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저널 임춘성 기자] 서울 SETEC에서 열리는 2026 뱅크아트페어에, 평창동의 금보성아트센터가 참여한다. 그러나 이번 참여는 일반적인 작가 부스가 아니다. 작품을 걸지 않는다. 대신 캔버스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 ‘구조 부스’다.


이 선택은 단순한 차별화 전략이 아니라, 한국 미술의 기초와 근본을 겨냥한 문제 제기다.

한국 미술은 오랫동안 ‘이미지 중심’의 평가에 머물러 있었다. ‘좋은 그림, 강한 개념, 독창적인 표현’이 모든 것이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정작 그 그림을 지탱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침묵해왔다.

이번 뱅크아트페어에서 금보성아트센터가 선택한 방식은 이 침묵을 깨는 행위다. 3만여 명의 국내외 작가를 전시해온 금보성아트센터는, 수많은 작품을 다루는 과정에서 하나의 공통된 문제를 발견했다. 작품이 무너지는 이유는 이미지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는 사실이다.

캔버스는 단순한 바탕이 아니다. 그것은 회화의 생명을 유지하는 지지체 시스템이며, 시간과 환경을 견디는 구조적 장치다. 그러나 한국 미술계는 오랫동안 이 가장 기초적인 요소를 등한시해왔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여전히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스기나무 프레임이다. 이 재료는 습도와 온도 변화에 취약하여 뒤틀림과 장력 이완을 일으키고, 결국 회화 표면의 균열과 박리로 이어진다. 이미 국내 미술관 수장고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금보성아트센터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았다. 직접 캔버스 연구소를 설립하고, 재료와 구조를 재설계하는 데 나섰다. 그 결과가 알루미늄 캔버스 특허다. 이는 단순한 소재 변화가 아니라, 온도·습도 변화에 대응하는 장기 보존형 구조 시스템이다.

동시에 이들은 또 하나의 현실을 직시했다. 글로벌 미술시장에서는 이미 수백 년에 걸쳐 검증된 유럽형 캔버스 규격이 표준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송 기반의 ‘안정된 프레임, 벨기에 린넨, 체계적인 프라이밍’이 모든 것은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 축적된 기술과 데이터다. 


결국 금보성아트센터는 두 가지 방향을 동시에 제시한다. 하나는 자체 연구를 통한 구조 혁신, 다른 하나는 검증된 국제 표준의 도입과 보급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 미술은 중요한 질문 앞에 선다. 우리는 여전히 ‘표현’만으로 세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가, 아니면 구조와 기술까지 포함된 총체적 시스템으로 나아갈 것인가.

작품이 50년, 100년을 견디기 위해서는 감각만으로는 부족하다. 과학과 구조, 그리고 검증된 재료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육 현장과 원로 작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그림만 좋으면 된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이는 단순한 보수성이 아니라, 미래를 소모하는 태도다. 구조를 무시한 작품은 결국 시간 앞에서 붕괴하기 때문이다.

이번 뱅크아트페어의 캔버스 부스는 작가에게도 필요하지만, 관객들에게도 관심이 되고 있다. 어떤 그림을 구입해야 하는가 이전에 캔버스 재료를 확인하는 태도가 바뀌고 있다.

한국 미술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캔버스의 표준화, 구조의 과학화, 재료의 국제화’ 이 세 가지는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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