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자들은 정권핵심의 지도를 받아, 정례적으로 발행되며, 국영방송에 대서특필되는 우표는 정보 접근이 제한되는 북한을 연구할 최적의 수단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북한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우표남발국’으로, 우표 발행 종류만 해도 남한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우표 발행에 '진심'이다. 이는 우표가 체제 선전과 외화 획득 등 다목적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미 우편이 핵심 통신수단이 아닌 현시대에도 우표를 강조하고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표가 북한에서 여전히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북한 우표의 기능 가운데 ‘지도자 우상화’와 ‘체제 정당성 확보’ 분석에 집중한다. 북한은 정권 초기부터 우표에 지도자의 지시와 구호, 지도자를 위해 희생한 '영웅'의 일화 등을 담아왔다. 또한 정상회담 등 정치적 행보, 군사적 성과, 심지어 대한민국 국민과 국제사회에 보내는 메시지까지 우표에 담아, 우표를 일상 속에서 유포되는 정치 선전물(집집마다 배달되는 선전화)로 활용해 왔다. 저자들은 이러한 우표 속 상징조작이 북한 정권의 안정적 운영과 권력 세습의 정당화에 기여해왔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들의 지도자를 흠모하는 모습을 그린 우표'(280쪽), '덩샤오핑 등 타국 지도자들이 그들의 지도자에게 선물을 올리는 모습을 담은 우표'(282쪽) '6·25전쟁을 침략자들에게 승리한 전쟁으로 묘사하는 우표'(285쪽) 등은 지도자가 얼마나 찬미 받을만한 존재인지 그린다. '지도자들의 명령에 복종하고 희생한 이들을 담은 우표'(300~306쪽), '백두혈통의 상징이 부각된 우표'(311~313쪽) 등은 지도자가 얼마나 신뢰받을만한 존재인지 부각한다. 특히 백두혈통의 상징은 정권 이양을 준비하며 부각된 대표적인 상징이다.
북한은 우표들을 주제별로, 지도자별로, 연대별로 모아 마치 여느 정치인의 의정보고서처럼 구성·활용한다. 대중은 지도자와 관련된 우표들을 우표첩에 소중히 보관한다. 북한을 방문한 외빈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우표전시회(전람회)는 우표의 효과를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장치이다. 해외 각지에서도 우표전시회는 진행된다. 또한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온라인 우표전시회(인터네트 전람회)를 도입하여 선전선동의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다.
남성욱 교수는 “우표는 북한 권력의 나이테와 같다. 작은 이미지 속에 권력의 성쇠와 정당화 전략이 압축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다현 박사는 “지도자들이 직접 디자인에 관여하는 북한우표는 정권의 정치적 의도를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라고 강조했다. 북한 체제의 숨은 의도를 밝히고 나아가 한반도의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인 이번 신간은 학자와 전문가뿐만 아니라 북한 사회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판사 박영사, 정가 29,000원
[저작권자ⓒ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