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대학 강사법이 시행 전부터 삐걱이고 있다. 시간강사들은 대학들의 대량 해고에 분노해 거리로 나섰고, 정부는 재정사업 불이익 카드를 꺼내들고 대학을 압박하고 있다. 대학들은 재정난, 규제 가중으로 시행 여력이 없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대학저널>이 8월 시행을 앞둔 강사법을 둘러싼 문제점과 쟁점을 하나씩 짚어봤다.
8년 헛돈 강사법, 시행 눈 앞에…안정적 근로환경 제공 취지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된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8년간 4차례의 유예 끝에 오는 8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강사법은 강사에게도 교원 지위를 부여해 차별을 없애고, 방학 기간 동안에도 임금을 지불, 1년 이상의 임용 기간을 보장하는 등 교육 현장에서 마음놓고 강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강사법은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해 전임교원과 같은 안정적인 근로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로, 강사도 교원으로 인정받아 권고사직 제한, 불체포특권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년 이상의 임용기간을 보장해 보다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
비용 절감을 이유로 특정 강사에게 수업을 몰아주고, 강의를 배정받지 못한 강사가 일자리를 잃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수업시간을 매주 6시간 이하로 제한해 강의 쏠림 막고 고용불안도 해소한다.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고 퇴직금을 보장하는 등 임금 개선방안도 제시됐다. 강사 생활이 안정되면 방학 중에도 강의 연구를 하고, 좀 더 질 높은 강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취지다.
시간강사 대량 해고, 강좌 수 감소 등 부작용 속출
그러나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시행하는 강사법이 오히려 시간강사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강사법 시행 초창기부터 우려돼 왔던 ‘시간강사 대량 해고’가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4년제 사립대학 152교(일반 150교, 산업 2교) 대학알리미 ‘2011~2018년 전체 교원 대비 전임교원’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시간강사 수는 2011년 6만 226명에서 2018년 3만 7829명으로 7년간 2만 2397명(37.2%)이 감소했다. 전체 교원 중 시간강사 비율도 같은 기간 45.3%에서 29.9%로 15.4%p 줄었다.
반면 비전임교원 중 기타교원은 2011년 1만 2445명에서 2018년 2만 1998명으로, 9553명(7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빙교원도 4329명에서 4676명으로, 347명(8.0%) 늘었다. 2011년 12월 ‘강사법’ 국회 통과 이후 대학들이 법 시행에 대비해 시간강사를 해고하고, 일부를 기타교원, 초빙교원 등으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임교원 역시 2011년 4만 7801명(35.9%)에서 2018년 5만 4153명(42.9%)으로 6352명(13.3%) 증가했다. 이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전임교원 확보율,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을 평가지표로 반영한 결과가 주 요인이다. 대학들이 관련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시간강사를 줄이고 전임교원을 늘린 것.

시간강사가 줄어든 만큼 강좌 수도 줄어들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4월 1일 기준 4년제 일반대학·교육대학 196곳 강좌 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1학기 전국 4년제 대학 강의 수는 총 30만 5353개로, 2018년 1학기(31만 2008개)보다 6655개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강생이 20명 이하인 소규모 강좌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1학기 소규모 강좌는 10만 9571개로 작년 1학기(11만 8657개)보다 9086개 줄었다. 대신 수강생이 50명을 초과하는 대규모 강좌는 4만 2557개(13.9%)로 지난해(3만 9669개, 12.7%)보다 늘었다. 비전임교원 중 시간강사가 담당한 학점은 2018년 1학기 16만 4689.4학점에서 올해 1학기 13만 8854.9학점으로 2만 6000여 학점이 줄었다.
거리로 나선 강사들, 정부는 재정사업 불이익 엄포
이처럼 강사법은 시행 전부터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강사들은 줄어드는 일자리에 분노해 거리로 나섰고, 정부는 규제를 통해 대학을 옥죄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사제도 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강사공대위)는 5월 11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강사법 온전한 시행과 대학해고강사 원직복직을 위한 집회’를 열어 강사 구조조정을 멈추고 해고강사를 복직할 것을 대학들에 요구했다.
강사공대위는 이날 집회에서 “강사가 줄어드는 대신 초빙교수와 4대 보험의 적용을 받는 겸임교수는 증가했다. 사립대학들은 ‘강사에게 강의를 주느니 차라리 수업을 없애겠다’며 강사들과 교육부를 협박하고 있다”며 “강사 구조조정으로 소규모 강의가 사라지고 세부전공이 파괴되면서 학문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대학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적극적으로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도 “대학은 시간강사를 살리겠다는 입법 취지를 살려, 최소한의 신분 보장을 하고 처우 개선책 등을 고민해야 한다“며 대학분회별로 강사법을 핑계로 한 학교 측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무기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 구조조정을 하는 대학에 재정지원사업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강사 고용 안정을 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해 강사 자리를 많이 줄이는 대학에 정부재정지원사업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대책으로 내놨다. BK21 후속사업 선정 평가 시 강사, 박사 후 연구원 등에 대한 강의 기회 제공 및 고용 안정성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또한 박사학위 신규 취득자 등의 교육·연구 기회가 위축되지 않도록 강사 임용 시 학문후속세대를 대상으로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임용할당제를 도입하고, 2019년 추경 사업으로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280억 원)을 편성해 해고로 인해 연구 경력이 단절될 우려가 있는 연구자들이 단절 없이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는 연구 안전망(2000명에게 1400만 원씩 지원)을 마련했다.

대학들 "처우개선 공감하나 예산 턱없이 부족", 안정적 지원 요구
현재 강사법으로 인해 대학들은 안팍으로 압박받는 모양새다. 대학들도 할 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입학금 폐지, 전형료 인하, 기부금 공제율 대폭 감축 등 갈수록 대학의 재정압박은 커지고, 규제들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학령인구도 줄고 있어 재정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허리가 휠 지경이다. 하지만 강사법 시행에 맞춰 방학 중 임금, 퇴직금 지급, 4대 보험 가입, 3년간 재임용 보장 등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즉 강사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처우개선은 공감하지만 책임지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
지방의 A대학 관계자는 “지방 대학은 10여 년간 동결된 등록금,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쏠림 현상 등으로 재정적으로 큰 위협을 받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대학 규모를 줄여서라도 자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데, 모든 것이 강사법에 따른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의 B대학 관계자 역시 “강사법이 안정적으로 잘 시행되려면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확보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남은 금액을 대학에서 채워야 하는데 그것을 감수할 수 있는 대학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이번 ‘강사법’에 따라 올해 요구되는 추가비용은 약 2965억 원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확보한 예산은 288억 원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들은 이중고를 겪게 되는 셈이다.
대학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도 최근 대책을 내놨다. 교육부는 방학기간 중 임금 288억 원 지원을 비롯해 국립대 시간강사 처우개선비로 강의료 1123억 원 지원(5월과 8월 각 50% 배부)한다고 밝혔다. 또한 추경 예산을 통해 인문사회기초연구 사업비 280억 원을 추가 확보했으며, 대학들이 국립대 육성사업과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을 강사 역량강화와 연구지원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강사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단기대책이 아닌, 지속적인 재정지원과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지역 대학 총장들은 지난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서울총장포럼에서 “대학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회도 고등교육 정상화와 교육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학의 현실적인 상황 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강사법의 속도 조절과 정부와 국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27일 진행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 이하 대교협)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서도 정홍섭 동명대 총장은 "열악한 강사들의 환경과 처우개선에 동의하지만 강사법이 잘못 만들어지면 강사들을 오히려 애먹인다"고 지적했으며,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부산 지역 어느 국립대는 10만원 수준이고 사립대는 4만원이면 사립대 강사들이 10만원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 현장에서 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2011년 제정된 강사법은 강사단체와 대학 모두 부담이 커서 강사단체, 대학들과 어느 정도 합의해 실행 가능한 안을 만들었다. 강사법은 새로운 제도다. 같이 노력해줬으면 한다"며 "제도 운영 과정에서 모니터링을 하면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계속 고쳐나가겠다"고 강조하며 대학들의 협조를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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