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성 대교협 회장, "정부와 정치권이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 제정해야"

정성민 | jsm@dhnews.co.kr | 기사승인 : 2017-05-30 09:21:18
  • -
  • +
  • 인쇄

고등교육 미래위원회 발족, 미래사회 고등교육 정립···우수 연구클러스터 조성, 특성화 지원
전 세계 유수의 대학과 기업 정보망 구축···국제화 통한 협력과 해외 취업률 제고방안 수립
2018학년도 대입에서 수시로 73.7% 선발···수능 영어 절대평가, 대학별 성적 반영방법 변경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대학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의 스탠포드대가 대표적이다. 스탠포드대는 우수인재 육성, 기술개발 등 산학협력을 통해 실리콘 밸리 반도체 기업들의 발전에 기여했다. 나아가 실리콘 밸리는 세계 최고 산업 단지로 성장했다. 따라서 주요 선진국들은 대학에 대한 육성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학 발전=국가 발전'이라는 신념에서다.


우리나라도 선진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대학 발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주목받고 있다. 대학 발전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호성 대교협 회장(단국대학교 총장)은 "미래형 고등교육 확립은 대학만의 힘으로 실현될 수 없다. 정부와 국회의 인식 전환과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대학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면서 "대교협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대학 간 소통의 통로로서 역할, 회원대학 간 협의와 조정 역할,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균형적·합리적인 정책 개발 등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을 만나 대교협의 역할과 주요사업, 대교협과 대학의 발전방향 등을 들어봤다.


먼저 <대학저널> 독자들에게 간단히 대교협을 소개한다면.
"대교협은 4년제 대학들의 협의체로서 1982년 설립됐다. 대학의 의견을 대변하고 정부 위탁 사업을 수행하면서, 대학교육 전반의 정책 개발과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대학 입학 지원, 대학 기관인증평가, 정보공시자료 총괄 관리, 정부와 국회 대상 대학교육 정책 자문과 건의 등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대교협은 정부와 대학사회 사이의 중간적 협의기구다."


지난 4월 8일부터 대교협 회장을 맡고 있다. 소회가 궁금한데.
"새 정부 출범으로 대학교육 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대교협 회장직을 맡아 책임감이 막중하다. 특히 대학교육이 국가 발전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어깨가 더욱 무겁다."


우리나라 대학사회의 현주소를 어떻게 보고 있나.
"등록금 동결 장기화에 따른 대학재정 위기, 학령인구 감소에 의한 구조개혁,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학사구조개편 등 지금 대학들은 감내해야 할 큰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회장 임기 동안 어떤 사업들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며, 대학사회의 문제들을 풀어갈 생각인가.
"첫째, 미래형 고등교육 확립을 위한 '고등교육 미래위원회'가 필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의 진전 속에서 급격한 미래 일자리의 변화가 예상된다. 대학은 학생들이 졸업 후 새로운 사회에서 능력껏 일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과 방법을 혁신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교협은 고등교육 미래위원회를 발족, 미래사회에 적합한 고등교육 방향을 정립하고 각 대학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


둘째, 대학이 미래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특성화 학문단위에 맞는 우수 연구클러스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학문단위는 설립별, 지역별, 규모별 특성에 맞지 않고 백화점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제 각 대학은 ▲국립과 사립 ▲대규모와 소규모 ▲수도권과 지방 등 특성에 맞게 자율적 구조개혁을 실현, 강점 중심으로 학문단위를 개설해야 한다. 대교협이 각 대학의 특성화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


셋째, 대학의 국제화와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각국 대학과 기업에 대한 정보망 구축이 필요하다. 미래사회 성장은 국제적 경쟁과 협력에 기반한다. 국내 대학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세계 고등교육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유수한 외국 대학들의 국내 진입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대교협은 유수의 외국 대학들과 기업들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정보체제를 구축, 국제화를 통한 협력과 해외 취업률 제고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대교협 회장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보다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 전 세계적으로 대학은 고등 기술인력 양성의 핵심 기구다. 이에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 규모가 GDP 대비 0.9%로 조사됐다. 반면 민간 부담은 GDP 대비 1.3%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정부재원 투입 비율이 OECD 34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대학 재정지원금의 50% 이상이 국가장학금으로, 교육과 연구의 질적 향상에 직접 도움이 되기보다 학생·학부모의 학비 부담을 덜어주는 '복지성 지원금'이라는 점이다. 물론 학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부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지금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등록금 부담 완화 목표에 만족할 수 없다. 전문화된 기술인력, 고도의 연구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을 양성할 대학의 기본체력도 길러줘야 한다."


대학 재정 확충 방안이라면.
"GDP 대비 0.9%인 정부 재정지원 규모를 단기적으로 1.0%, 중기적으로 1.1%까지 개선시켜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대학교육계의 숙원인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이 제정되길 바란다. 즉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재정지원정책이 변경되는 것을 안정화시킴으로써, 대학들이 장기적·체계적으로 인력개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지원·호응하기를 거듭 부탁드린다."


대학이 자율과 지원을 요구하는 만큼 사회적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한국행정연구원이 올해 초 우리나라 공적 기관을 대상으로 국민의 신뢰도를 조사,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의료기관과 교육기관이 4점 만점에 2.5점을 기록, 가장 신뢰도가 높았다. 최순실 사태로 전 사회가 시끄러웠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공권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았다는 해석도 있겠지만, 나름 대학의 자정능력 성과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10년간 정부는 평가에 따라 대학을 차별적으로 지원했다. 평가 기준에는 교육환경, 연구 및 교육업적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대학의 도덕적 기준도 중요해졌다. 비단 외적 강요가 아니더라도 각종 정보가 공개되고, 정보의 유통 속도 또한 빨라졌다. 구성원 대다수가 시대 변화 중심계층인 젊은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대학은 비리, 비합리적 일처리에 대한 비판이 빠르게 전파되고 반응이 크다. 따라서 대학들이 상당히 몸조심을 하고 있다. 교직원들에게도 자기관리 기준을 높이도록 강조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사회가 바라는 기대 수준에 미흡하다. 그러나 제도적 장치와 적용 기준을 보강하고 있다는 점을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일례로 연구업적이 부족한 교수가 수시로 경고, 승진 제한, 연봉 감소 등의 불이익을 받는 것이 이제 상식으로 정착됐다. 성희롱이나 논문 표절, 연구비 유용 등의 문제들은 이전 같으면 문제시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학내 공적 기구들을 통해 보고, 심의, 징계처리가 명확히 진행되고 있다. 학생 선발, 교수 채용, 학사 관리, 재정 운용 등의 정보가 좀더 광범위하고 효율적으로 집계·활용되도록 대교협이 분발할 것이다."


대교협이 대입 전담기관이라는 점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2018학년도 대입 주요사항과 지원전략에 대해 조언한다면.
"2018학년도 대입전형은 학생·학부모의 대입 준비 부담 경감을 위해 이전 학년도의 기본적인 틀, 예를 들어 대입전형 간소화와 대학별 고사 지양 등을 유지하고 있다. 즉 대학은 대입전형의 큰 틀을 유지하며 수시모집에서 73.7%를 선발한다. 또한 수시모집은 학생부 위주 전형, 정시모집은 수능 위주 전형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에 ▲적성 ▲진로 ▲준비정도를 파악하고 전형 특징을 고려, 지원 기회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고른기회전형'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도 학생과 학부모들이 참고하면 좋겠다. '고른기회전형'은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 제고를 위해 지역 인재, 농어촌 학생, 저소득층 학생, 특성화고교 졸업자 등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특히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 대학의 영어 성적 반영 방법이 예년에 비해 달라졌다.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대교협을 통해 대입 준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
"대입정보포털 '어디가(http://adiga.kr)'는 대학의 입시정보와 대학알리미의 대학정보, 커리어넷의 진로직업정보 등을 한 곳에 모아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찾아볼 수 있도록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대학과 학과의 대입정보 검색뿐 아니라 분석과 진단, 온라인·전화(☏1600-1615)·학교내 상담 등을 통해 스스로 대입 준비가 가능하다. 앞으로도 대교협은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학생과 학부모가 공교육 차원에서 대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대학, 전국 시도교육청, 고등학교와의 협조를 통해 다양한 정보와 상담 등을 제공할 것이다."


중점사업 가운데 하나로 대학 특성화를 강조했다. 단국대 총장을 맡으면서 특성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색깔과 모양이 동일한 꽃들로 화단을 채운다면, 화단은 존재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대학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은 국가 전체 발전 비전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각 대학별로 고유한 창학목표·입지여건·역량에 맞춘 발전전략을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공립과 사립, 대형과 소형, 대도시와 지방이라는 구분을 떠나 학과와 전공을 많이 유지하는 데 신경을 썼다. 즉 우리나라 대학들은 몰(沒)개성적 백화점식 학과 운영이라는 특성에 뒤덮였고 급기야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맞아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외풍을 맞게 된 것이다.


2007년에 단국대 총장직을 맡아 일해 보니 대학 본부의 지원은 한계가 있는데 이를 각 단과대학, 학과, 전공 분야에 배분하려고 할 때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기 힘들었다. 무엇을 먼저 육성하고, 어떤 분야에 우리의 힘을 집중하느냐가 경영의 기본이다. 그런데 이를 전제하지 않아 한정된 자원이 효율적으로 운용되지 않았다는 자성을 했다. 그래서 '나도밤나무'식으로 양 캠퍼스(죽전과 천안)에 중복 설치된 인기학과를 하나로 묶고 양 캠퍼스가 입지한 사회경제적 여건, 학내 축적된 학문적·인적 역량 등을 기준으로 통폐합을 진행했다.


죽전캠퍼스는 서울캠퍼스 시절부터 축적된 한국학과 문화예술의 강세를 바탕으로 문화콘텐츠 분야를 강화하면서, 판교·죽전 IT산업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정보통신기술산업에 특화시켰다. 천안캠퍼스는 의과대학과 치과대학이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약학대학을 덧붙여 생명과학 분야로 발전목표를 정하고, 죽전캠퍼스와 전공을 합쳐 외국어와 지역학 분야를 집중 육성키로 했다. 전체적으로 분교시스템을 폐지하고 단국대 안에 IT(정보통신기술)와 CT(문화콘텐츠 창조기술) 분야로 특화된 죽전캠퍼스, BT(생명과학기술)와 외국어 분야로 특화된 천안캠퍼스로 통합한 셈이다. 학내 구성원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이 매우 어렵고 힘들었지만 5년여에 걸쳐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했다."


단국대의 성공사례로 볼 때 우리나라 대학들이 추구해야 할 특성화 방향이라면.
"이제 우리 앞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당도하고 있다. 지금 우리 앞에 닥친 새 시대는 대학인에게 새 사명을 요구하고 있다. 고전적 진리탐구를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기술과 인간, 새로운 삶의 양태를 연구해야 하는 사명이 부여된 것이다. 이를 감당하려면 무엇보다 대학의 학문적 구조가 더 유연해져야 한다. 학과와 학문단위의 벽, 교수 개인 전공의 벽, 고전과 현대의 벽이 무의미해지는 대통합의 시대가 온 것이다. 대학 특성화는 유연함을 기반으로 경직성을 벗어나 대학의 진리, 봉사의 사명을 더 확장·융성시키자는 생존전략이다. 정부에 앞서 대학이 먼저 대학 특성화 전략에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저널> 독자들에게 전하시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대학저널>의 주요 독자층이 학생과 학부모들이므로 대입 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대교협 입장에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 흔히 대학입시를 마라톤에 비유한다. 마라톤은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결승점을 향해 달려간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방식대로 조절할 수 없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 이처럼 입시도 나의 유형이 어떠한가를 먼저 파악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진로와 적성을 고려해야 한다.

학과 선택은 미래 모습에 다가서기 위한 시작이 될 수 있다. 장래에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향후 어떤 모습을 꿈꾸고 있는지 등 진로계획을 구체적이고 뚜렷하게 세운 뒤 이를 이루기 위해 어떤 전공이 적합한지 살펴보고 전공이 개설된 대학을 탐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오로지 점수에 맞춰 입학한 학생과 자신의 진로를 찾아 지원학과를 결정한 학생은 대학생활 만족도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흥미와 적성에 맞을 때 자신의 역량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이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