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 혁신 1번지를 가다] 경희대학교

이원지 | wonji@dhnews.co.kr | 기사승인 : 2016-04-28 15: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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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먼저 달라져야 미래가 달라진다”
‘함께하는 대학혁신’ 화두로 삼고 고등교육의 변화 추구

고등교육을 둘러싼 안팎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은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제기구나 시민단체, 예술가, 일부 기업이 앞서나가는 것에 견주면 우리나라 대학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경희대학교는 대학의 역할과 핵심 가치 등을 발전 방향으로 정하고 타 대학들과는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경희대의 목표는 분명하다. 대학의 핵심가치를 강화한다는 원칙과 경희대의 전통, 정체성을 지켜나가며 구성원과 함께 대학다운 대학,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 경희대는 2019년 개교 70주년을 앞두고 올 한 해 ‘함께하는 대학혁신’을 화두로 삼았다. <대학저널> 5월호에서 대학교육의 혁신 1번지로 불리는 경희대를 찾아가봤다.


경희대는 2009년 개교 60주년을 계기로 ‘대학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미래대학의 요건은 무엇인가’라는 근본 화두를 붙잡아왔다.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하고 연계협력 클러스터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후마니타스칼리지를 통해 교양교육을 적극적으로 재정의하고 기초 및 융복합 분야와 세계시민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5대 연계협력 클러스터를 통해 미래지향적 학문단위를 기획했다.


<미래대학리포트>와 ‘총장과의 대화’ 통해 구성원 의견 수렴
경희대는 2019년 개교 70주년을 앞두고, 올 한 해 ‘함께하는 대학혁신’을 화두로 삼았다. ‘21세기 대학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과 연구의 탁월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행정과 재정, 인프라 등 대학 운영 전반에 대한 혁신을 이뤄낼 계획이다. 대내적으로는 <미래대학리포트 2015>와 ‘총장과의 대화’를 통해 수렴된 구성원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고 대외적으로는 대학의 사회적, 지구적 공공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조인원 경희대 총장은 지난 2월, 2016학년도 1학기 합동교무위원연찬회에서 지난 연말 파리에서 체결된 기후변화 협약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전한 뒤, 미래 전망과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총장은 “문명의 흐름과 세계정세를 잘 파악하지 않으면 큰 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대학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를 전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다가올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대학도 비슷한 맥락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 역할을 ‘21세기 대학 혁신위원회’가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대학혁신위원회 구성, 대학혁신 프로젝트 시행
21세기 대학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올 연말까지 단기, 중장기 과제를 포함한 종합보고서 작성을 목표로 3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조 총장은 “대학혁신위원회는 모든 과정을 개방하고,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도록 해 미래를 대비하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함께 구성원 모두의 긍지와 포부를 담아낼 것”이라며 “경희인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대학다운 대학의 미래를 만들어내는데 뜻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교육·실천혁신위원회와 학술진흥위원회, 행·재정혁신지원단으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실행위원회를 두어 혁신위에서 수립한 안건이 즉각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미래형 학문단위, 바이오헬스. 미래과학 클러스터
학문단위의 미래지향적 기획, 즉 5대 연계협력클러스터는 대학혁신의 한 축이다. 바이오헬스, 미래과학, 인류문명, 문화예술, 사회체육 등 5대 클러스터는 학내 모든 전공과 학과, 연구기관은 물론 국내외 유관 기관과 협력해 융복합 분야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한다. 특히 관산학 협력을 통해 지역과 협력하는 동시에 지구적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다.


현재 바이오헬스와 미래과학 클러스터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캠퍼스 인근 홍릉 지역을 기반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바이오헬스 클러스터에는 한의학, 약학, 간호과학을 포괄하는 경희대의 의학계열 및 경희의료원·강동경희대병원을 포함하는 ‘의과학 경희’의 역량이 결집된다. 바이오헬스는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제고에 기여하는 글로벌 수준의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관산학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경희대는 서울시와 ‘홍릉 바이오의료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와 함께 바이오헬스 분야 산업을 특화할 계획이다.
미래과학 클러스터는 공학·순수과학·생명공학·인문학 등 관련 학문 분야를 통합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학·연구소·기업·정부·지자체 등과 적극 협력하면서 다양한 연구 및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플렉서블 나노소자·디스플레이·미래형 에너지·모바일 라이크케어 등에 대한 체계적 육성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융복합 학술기관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5대 연계협력 클러스터는 바이오헬스, 미래과학에 이어 인류문명, 문화예술, 사회체육 부문이 차례로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학문단위 기획을 중심으로 학술적 탁월성과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경희대의 담대한 도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대학은 왜 있어야 하는가,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을 대학 스스로 찾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력의 결과가 대학을 벗어나 지역사회와 국가, 나아가 지구적 차원으로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후마니타스칼리지2020’ 두 번째 비상
지난 5년간, 대학 교양교육을 획기적으로 쇄신해 온 경희대의 교양교육이 올해 ‘후마니타스 2020’과 함께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한다.
먼저 경희대는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인재상을 새로 가다듬었다. 기존의 ‘탁월한 인간, 책임 있는 시민, 성숙한 공동체의 성원’을 지향하되 스스로 탐구하는 지식인(창의적 주체), 자기를 표현하는 시민(자율적 주체), 타자와 함께 실천하는 세계인(지구적 주체)으로 확대했다.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학습권을 보장하는 ‘독립연구’ 교과를 신설, 교수·학생 간 일방적 교육 방식에 변화를 도모한다. 또한 중핵교과에 과학 분야를 추가하고, 자유교양 트랙, 신입생세미나(서울캠퍼스) 등을 설치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한다. 이와 함께 미래학·과학사·예술철학 분야의 국내외 석학을 적극 영입하고, 연계협력 클러스터와 협력해 융복합 교과와 실천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관·산·학 협력사업도 전개, 기후변화로 대표되는 문명사적 대전환과 고등교육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학습권, ‘독립연구’ 신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학습권을 보장하는 ‘독립연구(independent study)’ 교과를 신설했다. ‘독립연구’는 2009년 학생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경희대 총학생회가 도입한 ‘배움학점제’와 2011년 출범한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시민교육’ 교과의 취지를 확대,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한 2학점짜리 자유이수교과다.


‘독립연구’는 지난해 7월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문명의 미래, 대학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총장과 학생과의 대화’에서 비롯됐다.
조인원 총장과 학생들이 마주 앉아 <미래대학리포트 2015>에 대한 심층토론이 진행된 이 자리에서, 학업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진 한 학생이 ‘독립연구’ 도입을 제안했다.
정치외교학과 15학번 박예지 씨는 “전공교육이 새의 몸통이라면 전공지식이 올바른 방향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두 날개가 필요하다. 한 날개는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배운 가치들이고, 다른 날개는 그 가치들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해외 자료를 찾아봤는데, 미국 브라운대학의 경우 ‘독립연구’라는 과목이 있었다. 이런 제도를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조 총장은 “독립연구 도입을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고, 2016년 봄 학기부터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자율성, 창의성, 탐구력, 협동심을 북돋워주는 독립연구를 본격 시행하게 된 것이다.
‘독립연구’는 학생들이 개인, 혹은 팀을 구성해 자율적으로 연구과제를 설계하고, 이를 직접 섭외한 담당교수의 지도 아래 한 학기동안 탐구한 뒤 평가를 받는 절차를 거친다. 학생들의 수행을 지도할 담당교수 1명은 총 4개 팀까지 지도가 가능하다.
독립연구의 주제영역은 다양하다. 크게 연구(전공·교양), 실천, 참여, 창업 등의 분야 속에서 학생 자율로 기획할 수 있다. 연구과제에 대한 구상을 마친 학생들은 연구계획서를 작성, 미리 제출한 계획에 따라 함께 독립연구를 수행하고, 학기 말이 되면 ‘활동보고서’와 ‘활동 결과 실적물(논문, 포트폴리오, CD 등)’을 제출한다. 지도교수는 절대평가 방식(PASS 또는 NON-PASS)으로 성적을 부여하게 된다.


중핵, 시민교육, 글쓰기, 배분 자유이수 교과
후마니타스칼리지는 교양교육을 쇄신하고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인문·사회·과학을 통합하는 세 개의 융합적 중핵교과(Core Courses), 시민적 역량과 실천력을 함양시키는 시민교과(Civic Engagement Education), 사유와 표현 능력을 키우는 글쓰기(Writing), 소통 역량으로서의 외국어(Language) 등 4개 교과를 공통 필수교과로 정하고 있다. 여기에 우주, 생명, 상징, 역사, 문화, 윤리, 수량 등 7개 주제 영역별 배분이수교과와 예술·체육, 고전읽기 분야를 아우르는 자유이수교과들이 개설되어 교육의 균형과 조화를 도모한다.

후마니타스 교양교육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학문간 경계를 가로지르는 융합적 교육,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교육 그리고 구체적 현장과 연계되는 실천 교육이다. 미래사회는 융복합적 사유를 요청한다. 다양성, 상호의존성, 복합성, 순환성 등이 크게 중요해지는 미래사회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깊고 넓은 이해 위에서 공감과 소통, 배려와 존중, 상상과 창조의 가치를 육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비판적 성찰과 과학적 사고 능력을 통합하는 실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삶의 의미에 대한 교육은 두 가지 큰 질문, 즉 ‘나는 어떤 인간이되고자 하는가’, ‘나는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가’라는 근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도록 안내하는 교육이다. 학생들은 평생 이 두 개의 기본 질문을 붙잡고 있어야만 자기를 성찰하고 사회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성찰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후마니타스는 국내 최초로 ‘시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과 수강자들은 매 학기 500개가 넘는 모둠을 만들어 배움과 실천을 연결하는 현장 활동을 전개한다. 후마니타스 시민교육은 사회봉사, 참여학습, 현실 개선을 종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실천 교육이다. 가장 중요한 교육적 소득은 이런 실천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 변화’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2011년 이후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쌓아온 성취를 보다 심화, 확대하게 될 새로운 발전전략, ‘후마니타스 2020’은 올해부터 윤곽을 드러낼 경희대의 ‘인류문명 클러스터’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석학들과 함께 다양한 융복합학습·실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문명사적·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학문단위를 창출해 나갈 것이다.


세계적 석학과 함께하는 섬머스쿨
경희대는 Global Collaborative Summer Program(경희국제협력 하계프로그램, 이하 GC)를 통해 더 나은 미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 탐색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경희대 미래문명원에서 진행하는 GC는 오는 7월 4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다. 올해로 10회를 맞이하는 GC는 매년 30여 개국 5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국제 프로그램이다.
‘인간, 문명, 글로벌 거버넌스’(Humanity, Civilization and Global Governance)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특별 강좌에는 해외유명 석학들이 참석한다.


자본주의와 문명사적 전환에 대해 날카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세계적 철학자 루블라냐대학 슬라보예 지젝 교수,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우주론적 관점에서 고찰하는 예일대학 메어리 터커 교수, 북핵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는 프린스턴대학 존 아이켄베리 교수 등이다. 이들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권위자들이 참여한다.
GC프로그램은 세계적 석학과 활동가들의 강의와 병행해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한국을 방문한 학생들을 위해 방송국 견학, 음악방송 방청, 경희대 동문 연예인 팬미팅, DMZ/JSA방문, 난타 등 문화공연, 한국민속촌 방문, 한강 크루즈 체험 등이 진행된다. 수강생을 대상으로 국내 기업과 NGO 기구의 인턴십 기회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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