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위기' 사립대, 돌파구가 필요하다"
"'재정 위기' 사립대, 돌파구가 필요하다"
  • 유제민 기자
  • 승인 2018.01.23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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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입학금 폐지·전형료 인하·정원 감축···'4중고'
교직원 근무 여건 악화···교육의 질 저하 우려

[대학저널 유제민 기자] 사립대들이 등록금 동결·인하, 입학금 폐지, 전형료 인하, 정원 감축 등 4중고를 겪으며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학 교직원들의 근무 여건이 크게 악화되고, 교육의 질 저하까지 우려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물가 오르고 학교운영비 느는데 등록금은 그대로···속 타는 사립대
사립대 재정 상황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바로 등록금 동결·인하다. 최근 10여 년간 사립대들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등록금 억제책 아래 사립대 등록금은 동결 혹은 인하돼 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고등교육법' 제11조 7항(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 적용)에 따라 올해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한도를 1.8%로 정했다. 그러나 등록금 인상 대학에 대해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을 제한하는 등 대학들을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사립대를 포함, 대학들은 선뜻 등록금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를 선택하고 있다.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정부로부터 받게 될 불이익이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정부정책에 따라 왔다"는 것이 대학들의 호소다.

최근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율은 2013년 –0.4%, 2014년 –0.3%, 2015년 0.0%, 2016년 0.4%, 2017년 0.5%로 나타났다.(학생 1인당 연 등록금 평균) 이에 반해 물가상승률은 2013년 1.3%, 2014년 1.3%, 2015년 0.7%, 2016년 1.0%, 2017년 2.1%로 집계됐다.

대교연은 "2016년과 2017년 등록금 인상율이 소폭 상승한 것은 실제 등록금이 인상됐다기보다 프라임사업 등에 따라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낮은 인문사회계열이 공학계열 등으로 학제 개편되면서 평균액이 높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등록금이 인하·동결되는 동안 학교 운영비와 학생 교육비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사립대는 국립대와 달리 대학 운영을 위해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학교 운영비와 학생 교육비를 대부분 등록금으로 충당한다. 따라서 등록금이 인하·동결되면 등록금 수입이 전체적으로 감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대들은 대학평가와 대학재정지원사업 등에 대비하기 위해 학교 운영비와 학생 교육비지출을 꾸준히 늘렸다.   

입학금 폐지·전형료 인하로 '설상가상'
가뜩이나 등록금 동결·인하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립대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입학금까지 폐지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교육부와 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는 지난해 11월, 2022년까지 입학금을 완전 폐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사립대들의 입학금 폐지 사안을 놓고 교육부·사총협·학생의 3자 협의체가 결성돼 세 차례 회의를 진행, 결국 사립대들도 입학금을 폐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입학금 폐지에 대해 사립대 내부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등록금을 인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입학금까지 폐지할 경우 사립대 재정 안정성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A대학 관계자는 "입학금을 받지 말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등록금을 더 인하하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B대학 관계자는 "입학금이 학생들의 교육 여건 개선에 기여한 부분이 있는데 정부에서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전형료 수입 역시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대학입시 전형료가 합리적이지 못하고 과다하다면 올 입시부터 바로잡았으면 한다"며 전형료 인하 추진을 시사한바 있다. 이후 교육부는 전형료 수입이 많은 대학 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며 대학들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해 8월 21일 '2018학년도 대학별 입학전형료 인하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대입전형료 인하에 따라 학생부교과전형(수험생 지원인원 최다) 사립대 평균전형료는 1인 기준 3만 2705원으로 기존 대비 6645원 정도가 줄었다.

정원 줄어들며 수입원 줄어···전망 '암울'
교육부 역시 대학들의 정원 축소를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지난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단행하기도 했다. 올해는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로 개선, 시행된다. 기존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비해 평가 기준 등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립대는 정원 감축의 철퇴를 맞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원 축소는 수입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에 사립대로서는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정원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것도 사립대의 재정압박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교연 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사립 일반대학의 입학정원은 지속적으로 감소, 2012년 총 26만 6087명이었던 입학정원은 2016년 25만 199명까지 줄었다. 5년 사이에 무려 1만 5888명이 줄어든 것이다. 

'신의 직장'은 옛말···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교직원들
대학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직원들의 근무 여건 악화돼 일부 사립대는 교직원들의 급여를 동결하고 인력 충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에 이르고 있다. C대학 관계자는 "작년말 교직원 20여 명 가까이 퇴직하는데 인력 충원을 한 명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학의 다른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인하에 따라 교직원들의 급여도 벌써 10여년 가까이, 인상은 고사하고 학교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급여가 크게 줄었다. 밤 10~11시까지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잦다. 과거 '신의 직장'이라고까지 불렸던 일이 무색할 지경"이라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한가지 심각한 문제점은 대학재정의 어려움이 교육의 질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립대들이 학생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고 시설이나 새로운 실습장비 보완에 손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B대학 관계자는 "매년 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해외연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올해는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폐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실력을 갖춘 교수들이 근무 여건이 더 좋은 대학을 찾아 떠나고 있다" 며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부에서는 사립대들이 많은 적립금을 쌓아둔 것과 관련해 "사립대들이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립대 관계자들은 "서울 지역 일부 사립대의 경우가 마치 전체의 사례인 것처럼 해석되고 있다"고 강변한다. D대학 관계자는 "우리 같은 지방 사립대의 경우는 서울지역 일부 대형대학에 비해 기부금도 잘 들어오지 않아 적립금을 쌓아둘 여력이 없다. 그럼에도 내부 사정과 동떨어진 여론이 형성될 때마다 힘이 빠진다"고 밝혔다.

문제는 또 있다. 기부금·후원금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사립대 관계자들은 "경기 침체 여파로 기부금·후원금 유치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설사 외부로부터 기부금을 받게 되더라도 재정 여건 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부금·후원금은 기부자·후원자가 미리 사용처를 지정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이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립대는 이래저래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등록금 인상 불이익 철폐 등 대안 절실
어쨌든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다. 사립대들은 불만이 있어도 정부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모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이든 입학금 폐지든 정부의 지침을 따라야 하지 않겠나. 다만 정부에서 사립대들의 고충을 알아주고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배려를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B대학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너무 국립대 중심으로 정책이 집중돼 있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강점을 조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적으로 사립대의 재정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등록금 인상에 따른 불이익을 철폐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이미 인상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학은 무분별하게 등록금을 올릴 수 없다. 물가상승분마저 등록금에 반영하지 못한다면 사립대들의 재정난이 가중, 결국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 정부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등 장학금 지원이 절실한 학생에게만큼은 정부에서 직접 장학금을 지급한다면 사립대들의 재정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일부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현재와 같이 정부에서 대학을 통제하는 시스템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지원은 기대에 못 미치는 반면 대학의 자율적인 운영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목소리가 높다. B대학 관계자는 "지금 정부의 정책은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정책"이라면서 "유럽처럼 국가에서 대학을 전면적으로 지원하든지, 아니면 미국처럼 시장에 맡기든지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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