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일대일 학습 멘토링 통해 ‘수학적 의사소통력’ 키워라
수포자, 일대일 학습 멘토링 통해 ‘수학적 의사소통력’ 키워라
  • 김준환 기자
  • 승인 2014.09.25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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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티처] 서울중앙여자고등학교 신태양 교사

지난 8월 우리나라에서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ICM)’라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전 세계 수학자 수천 명이 참가하는 기초과학 분야의 최대 국제학술제로 ‘수학계의 올림픽’이라고 불린다. 한국 수학계는 세계수학자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수학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고교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수학이 너무 싫어 수학 공부를 아예 포기해 버리는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넘쳐나는 현실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

교직 생활 11년차에 접어든 신태양 교사는 서울 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 교사는 고등학교 때까지 공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상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선택했다고 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대학 4학년 때 교육 실습을 하면서 교사로서의 꿈을 확고히 하게 됐다. “당시 교생 지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큰 자극이 됐어요. 수학 교사를 하든, 하지 않든 상관 없지만 대충 가르치면 학생 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니까 (교육 실습을) 하는 동안만큼은 최선을 다해 달라고 하셨거든요. 이 말씀을 듣고 실습 기간에 정말 많이 노력하면서 수업을 준비했어요.”

교직에 발을 들여놓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고 한다. “실습 때 수업을 하던 중 모든 학생들이 한 순간 제가 하는 말에 집중하고 있던 눈빛과 표정이 또렷하게 남아 있어요. 지금도 ‘초롱 초롱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의 교사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이를 위해 신 교사는 자신이 얘기한 대로 중하위권 학생들도 아우를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당연히 ‘수포자’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이다.

수포자, “문제해결의 기쁨 경험해봐야”
‘수학은 너무 어려워서 하기 싫다’, ‘수학자 될 거 아니면 수학은 필요 없다’, ‘수학의 기초가 없어서 지금부터 공부해도 따라잡기 힘들다’ 등등. 소위 수포자들이 수학에 대해 느끼는 공통적인 반응들이다. 특히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수학은 학습내용 자체가 어려워지고 공부해야 할 분량도 만만치 않아서 수포자가 대량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우선 신 교사는 수포자를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수학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 포기하는 학생과 정말 어려워서 포기하는 학생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보자. “수학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습방법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이런 부류의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 수학을 포기한 학생들이에요. 가령 예체능, 미용, 요리 분야와 관련된 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어 수학 점수가 필요 없는 거예요. 현실적인 입시 교육 위주에서 이 같은 수포자가 나오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거죠.”

신 교사는 현실적인 차원에서 이런 수포자들은 담임 교사의 케어(care·돌봄)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학생들과 진로에 대해 꾸준히 상담하면서 꿈에 대한 간절함을 갖게 해주면 학교생활 전반에 애정을 갖게 되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과목의 수업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신 교사는 수학을 도구적 ‘학문’이 아닌 ‘마음의 체조’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순수한 흥미를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반적 의미의 수포자란 정말 수학이 어렵다고 느껴서 포기하는 학생을 가리킨다. 이들은 수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못 따라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 교사는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수학이 결코 쉽지 않은 과목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쉽게 푸는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문제해결의 기쁨을 느껴보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능동적 참여 · 흥미 유발하는 ‘일대일 멘토링 수업’
그렇다면 수포자를 비롯해 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학생들이 수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뭐가 있을까? 사실 5년 전 신 교사는 일급 정교사 자격 연수 시절 조별 발표 주제로 ‘수포자’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수포자 해결 방식에 대한 다양한 방법이 제시됐지만 결론은 ‘교사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생각해 본 현실적인 교수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멘토링 수업’이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일대일 멘토링 수업’을 실질적 대안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많은 고교 교실에서 학급 내 멘토링 활동이나 소규모 학습 스터디가 운영되고 있는 추세다.

신 교사도 학생 멘토와 학생 멘티를 세워 일주일에 2번 정도 학습 멘토링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멘토로 두고 정규 수업과 연계해 멘토링 수업을 활용한다. 신 교사는 ‘줄탁’ 수학 학습 활동지를 제공해 멘토와 멘티로 묶여진 학생들의 협력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줄탁’은 참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표현하는 의미예요. ‘줄탁’은 ‘줄탁동기’에서 나온 말로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이에요. 저 혼자만 열심히 가르친다고 해서 올바른 교육이 될 수 없잖아요. 학생들이 같이 쪼아줘야 진정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교사는 수학적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흥미유발은 물론 능동적인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하죠.”

특히 대부분의 수포자는 소극적 학습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따라서 교사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결코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 이런 점을 고려해 멘토-멘티 활동을 통해 학습한 내용을 수업 시간에 둘이 같이 발표하게끔 한다. 보통 소극적 성향이 강한 멘티는 발표를 잘 하지 않는데 지속적인 훈련을 통 해 변화가 가능하다는 게 신 교사의 설명이다.

교사-학생 신뢰 쌓기, ‘이름 불러주기’가 출발점
일대일 멘토링 수업 방식 외에도 신 교사는 다양한 교수 학습법으로 학생들의 학습 역량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우선 수학과 친해질 수 있도록 매주 2, 3차례 퀴즈를 실시하고 있다. 10분 정도 배운 내용을 테스트하는 차원의 시험이다.

“퀴즈를 본 후 일정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은 다음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재시험을 치러요. 성취 수준을 4가지로 나눠 점수를 부여하고 학급별 점수의 총점을 비교해 가장 우수한 반은 상품으로 간식을 주기로 했어요. 이러한 시도는 하위권 학생들이 수학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어요. 하위권 학생들이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을 할애해 상위권 학생들에게 문제풀이 방식을 알려달라고 하는 등 재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민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특함을 느끼게 돼요.”

다음으로 어려운 수학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거부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꽤 많다. 수학은 용어와 쉽게 친숙해지고 기본적인 개념과 증명을 익히게 되면 흥미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미분과 적분단원에서 나오는 ‘미분계수’, ‘도함수’, ‘부정적분’ 같은 용어에 대해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요. 이와 함께 수학에서 나오는 실수:R, 유리수:Q, 정수:Z, 판별식:D 등 기호나 약자가 나오면 최대한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하려고 노력해요.”

마지막으로 학기가 시작되면 곧바로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준다. 도대체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과 수학 교수법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신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것에 앞서 학생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신뢰와 믿음의 관계는 학습태도와 생활태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에서부터 교사와 학생 간의 라포(rapport)가 형성되기 시작한다는 것이 신 교사의 주장이다.

“물론 수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게 되겠지만 문제는 그 시점이에요. 3월 첫째 주, 5월 그리고 7월, 언제 이름을 불러주느냐에 따라 학생들이 교사에게 느끼는 친근감과 친밀감은 확연히 달라요. 이름 불러주기를 통해 좋은 관계를 시작하면 학생들이 신뢰와 믿음을 쌓게 되고 나중에는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 확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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