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교육정상화와 공교육 활성화 원칙에 맞춰 출제”
“고교교육정상화와 공교육 활성화 원칙에 맞춰 출제”
  • 대학저널
  • 승인 2014.05.2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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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의 핵심] 통합교과형 논술 완전 정복-세종대학교편

세종대학교는 오랫동안 대입 논술고사 열풍에서 벗어난 독특한 전형방식을 고수해 온 학교다. 2014학년도까지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선 적성고사나 학생부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했다. 서울소재 대학들에 대한 선호도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에서 여타 주요 대학들이 모두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채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세종대를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상당한 부담감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도 사실이다.

학생부나 입학사정관제도야 학교마다 다르지 않지만 가장 많은 학생을 선발하는 일반전형에서 논술고사가 일반적 대세로 정착된 상황에서, 세종대 지원자들은 적성검사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특정 대학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세종대 입장에서도 상당히 불편한 진리였을 것이다. 변모된 세종대 수시모집의 전형방식에서 가장 주목할 특징은 말할 것도 없이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도입이다. 처음으로 도입하는 시험방식인만큼 세종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그 중요한 특징에 대해 숙지해야 할 것이다.

1.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도입의 불가피성

현재 한국의 주요 대학들은 개별 분야의 전문 지식교육을 넘어서, 통합적 사고형의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개별 분야의 전문 지식만을 습득한 사람은 지식기반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없을 것이다. 개별 분야의 단순한 지식 암기만으로는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 및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대학도 학문 간의 융합 교육을 통해 통합적 사고형 인재 육성에 주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통합논술시험 제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통합논술시험은 교과 간의 지식 통합 능력 및 논리력,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우수한 학
생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다.

2.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논술고사의 특징

인문계열에서는 제시된 자료들의 통합적인 이해력,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 논리적인 표현력 등이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통합교과형 논술) 자연계열에서는 통합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하는 문제 해결 능력 및 수식을 통해 논리를 전개하는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것이다.(수리 논술) 이러한 유형의 문제에 논리적으로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학생이야말로, 사회와 대학이 요구하는 통합형 인재로서의 자질을 갖춘 학생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3. 세종대 논술고사의 난이도

학교 측에서 밝힌 출제의 기본 방향 및 전체적인 평가 목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고교교육정상화’와 ‘공교육 활성화’라는 원칙 아래 문제 형식이나 난이도를 조절해 출제
● 제시문은 고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거나 사용된 교과서에서 100% 출제
● 평가는 제시문에 대한 독해 능력과 제시문을 논거로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춤
학교 측은 “난이도는 높지 않다. 중간 정도의 난이도를 예정하고 있다. 실제 논술고사 난이도는 이번 모의 논술과 동일하거나 낮아질 것”이라며 난이도가 높아지지는 않을 것임을 강조한다. 이번에 치러진 모의고사 문제를 분석해보면 난이도는 실제로 학교 측의 설명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4. 제시문 구성과 논제의 유형

논제는 400~500자 문제 하나와 1,100~1,200자 문제 하나로 구성돼 있고 고사 시간은 2시간이다. 제시문은 그리 길지 않으며 지문의 내용도 어렵지 않은 측에 속한다. 문제 1은 제시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묻는 것으로 가장 평이한 도입부 논제의 외양을 갖고 있다. 제시문들의 정확하고 꼼꼼한 독해에 기반한 요약과 비교를 수행하면 된다. 문제 2는 이 제시문들을 활용해 제3의 제시문의 논지를 옹호하거나 반박하라는 문제다. 제시문에서 논거를 찾을 수 있는 분석력과 비판력 그리고 논지를 합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논리력을 측정하기 위한 문제라고 하겠다. 분량이 길어서 압박감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논제의 요구사항이 단순하고 논지의 옹호와 반박 어느 쪽의 선택도 가능하기에(열린 논술)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5. 201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 예상

처음으로 치러진 논술 모의고사 평가를 통해 실제 논술문제들의 난이도는 재조정되겠지만 논제의 외형은 이미 공개된 것과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아마 문제 1은 동일한 형태로 출제될 것이고, 문제 2는 부분적인 변경이 뒤따를 수도 있을 것이다. 답안의 방향이 열려 있는 논제의 특징으로 인한 평가의 난점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정답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이 열린 논술의 장점이나 이는 변별력 저하라는 치명적인 약점 또한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이 달의 미션

세종대 수시모집에서 처음으로 도입되는 논술고사의 실체를 경험해보자. 지난 5월 17일에 치러진 모의논술고사 문제다. 제시문의 분량이 길지 않고 문제들이 일부 제시문들을 공용하는 유형이다. 학교 측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문제의 난이도가 높지 않으므로 비교적 쉽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논제 해설과 예시답안을 읽기 전에 직접 작성해보길 권한다.

(가) 목표가 명확하고 활동 결과가 바로 나타나며 과제와 실력이 균형을 이루면 사람은 정신을 체계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 몰입은 정신력을 모조리 요구하므로 몰입 상태에 빠진 사람은 완전히 몰두한다. 잡념이나 불필요한 감정이 끼어들 여지는 티끌만큼도 없다. 자의식은 사라지지만 자신감은 평소보다 커진다. 시간 감각에도 변화가 온다. 한시간이 일 분처럼 흘러간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여한 없이 쓸 때 사람은 어떤 일을 하고 있건 일 자체에서 가치를 발견한다. 삶은 스스로를 정당화하게 된다. 체력과 정신력이 조화롭게 집중될 때 삶은 마침내 제 스스로 힘을 얻는다.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 주는 것은 행복감이 아니라 깊이 빠져드는 몰입이다. 몰입해 있을 때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행복을 느끼려면 내면의 상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정작 눈앞의 일을 소홀히 다루기 때문이다. 암벽을 타는 산악인이 고난도의 동작을 하면서 짬을 내어 행복감에 젖는다면 추락할지도 모른다. 까다로운 수술을 하는 외과의나 고난도의 작품을 연주하는 음악가는 행복감을 느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일이 마무리된 다음에야 비로소 지난 일을 돌아볼만한 여유를 가지면서 자신이 한 체험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했는가를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되돌아보면서 행복을 느낀다. 물론 몰입하지 않고도 행복을 맛볼 수는 있다. 고단한 몸을 눕혔을 때의 편안함과 따사로운 햇살은 행복을 불러일으킨다. 모두 소중한 감정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런 유형의 행복감은 형편이 안 좋아지면 눈 녹듯 사라지기에 외부상황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몰입에 뒤이어 오는 행복감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든 것이어서 우리의 의식을 그 만큼 고양시키고 성숙시킨다.

(나)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타락하기 쉽다. 그러나 맑은 가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한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라는 말이 있듯 행복을 찾은 오묘한 방법은 내 안에 있는 것이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갖게 되면 당초의 그 하나마저도 잃게 된다. 그리고 인간을 제한하는 소유물에 사로잡히면 소유의 비좁은 골방에 갇혀서 정신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작은 것과 적은 것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바로 그것이 청빈의 덕이다.

(다) 자본주의 정신은 노동 그 자체를 거룩하게 여기는 정신이다. 노동이 돈벌이나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고, 자기 구원의 증명으로 쓰일 때 이것은 거룩해진다. 그러므로 아무리 큰 부자라도 노동을 포기하면 거기에 자기 구원은 없다. 록펠러든 누구든 아무리 돈을 많이 가졌어도, 자식을 호강스럽게만 키우지 않고, 어렸을 때 엄한 노동 습관을 길러 준다. 자본주의 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게으름보다는 부지런함이 자본주의를 앞당길 수는 있다. 방대한 자원을 가진 중남미 국가들은 경제 발전이 부진한 데 비해, 자원이 없는 한국은 고도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인은 정말 부지런하다. 연간 노동 시간수도 일본인 노동자들보다 더 많다. 부지런함은 자본주의의 정신일까? 아니다. 이것은 자본주의 정신의 결과일 뿐, 그 자체는 아니다. 마오쩌뚱이 추진한 대약진 때, 그의 카리스마에 선동당한 중국 농민들은 맹렬하게 일했다. 그러나 그가 사라지자 그 부지런함도 함께 사라졌다. 자본주의 정신에서 유래되는 노동이란 이런 잠정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평생을 통한 것이며, 하나의 습성이며 자연스런 욕구에서 나온 것으로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

한국인의 근면함은 이런 성질의 것인가? 한국인이 조그만 음식점을 하나 내었다고 하자. 처음에는 부부가 음식을 만들고 손님에게 직접 나르고 하여 부지런히 스스로 일했다. 그러다가 가게가 커지고 종업원이 많아지면 주인은 절대로 밖에 나타나는 법이 없다.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한국인의 통념이다. 한국인의 노동과 부지런함은 배고픔에서 생겨서 신분 상승으로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자본주의 정신이 아니라 양반 정신이다. 그들은 궁극적으로 ‘양반’이 되기 위해서 노동할 뿐, 진정한 자본주의 정신의 소산인 삶의 확인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한국의 진정한 도약을 막는 장애이다.

[문제 1] 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행복에 대한 논점을 중심으로 이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기술하시오. (400~500자, 30점)

[문제 2] 제시문 (가)와 (나) 모두를 논거로 활용해 제시문 (다)의 논지를 옹호하거나 반박하시오. (1100~1200자, 70점)

>> 논제 해설
이 논술고사 문제들을 관류하는 주제는 ‘행복과 바람직한 노동관’이라고 하겠다. 여러 출전에서 이 주제와 관련된 제시문들을 가져왔다. 모의 논술고사 직후에 진행된 설명회에서 밝힌 제시문의 출전과 주요 내용을 먼저 정리해 보자. 제시문 (가)는 몰입에 대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글이다. 저자에 따르면, 몰입 자체가 행복은 아니며, 몰입한 이후에 느끼는 성취감이 바로 행복이다. 이러한 감정은 외부 환경에 좌우되는 행복감과는 달리 자기노력을 동반하기에 가치가 있으며, 삶을 훌륭하게 만든다.

제시문 (나)는 무소유와 청빈의 삶을 강조하는 법정의 글이다. 인간의 소유욕을 다스리는 것이 행복의 비결임을 강조하고 있다. 제시문 (다)는 한국인의 노동관을 비판하는 고무로 나오키의 글이다. 한국인은 노동을 신분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노동 그 자체를 존중하는 자본주의 정신을 구현하고 있지 못하다는 논지를 담고 있다.

[문제 1 해설]
[문제1]은 행복에 대한 제시문 (가)와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기술하는 문제이다. 글의 논지를 파악해 이를 토대로 제시문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도출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 문제 유형은 대개의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에서 널리 채택되는 도입부 논제의 특징을 보여준다. 분량 제한을 감안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간략히 정리하면 된다. 대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아주면 될 것이다.

공통점 : (가)와 (나) 모두 행복은 물리적 환경과 같은 외적인 상황이나 운과 같은 우연적인 것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일에 몰입하는 태도나 맑은 가난을 추구하는 태도와 같이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에 몰입하거나 청빈의 마음을 가졌을 때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차이점 : 제시문 (가)는 적극적으로 일에 몰두하여 성취를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데 반해, 제시문 (나)는 성취가 아닌 비움을 통해 행복에 이르게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차이점 서술 과정에서 두 제시문의 대립적인 측면을 명백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내용을 단순히 요약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말하자면 좌표평면 상에서 Y축을 기준으로 두 입장이 대칭될 수 있는 요소를 찾아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위에 제시된 차이점 설명에서 ‘성취’가 이렇게 두 입장을 대비하는 기준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하기 바란다.

[문제 2 해설]
[문제 2]는 제시문 (가)와 (나)의 논거를 모두 활용해 (다)의 논지를 옹호하거나 반박하는 문제이다. 출제자는, 제시문에서 논거를 찾을 수 있는 분석력과 비판력 그리고 논지를 합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논리력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한다. (다)의 주요논지는 다음과 같다.

제시문 (다)의 논지 : 한국인은 노동을 가난극복이나 신분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노동 그 자체를 존중하는 자본주의 정신을 구현하고 있지 못하며, 따라서 진정한 도약을 이룰 수 없다.

출제자들이 기대하는 옹호와 반박의 핵심 논거는 다음과 같다.

(문제 1 예시답안)
제시문 (가)는 몰입 이후에 느끼는 성취감이 바로 행복이며, 이러한 감정은 외부 환경에 좌우되는 행복감과는 달리 자기노력을 동반하기에 가치가 있으며, 삶을 훌륭하게 만든다고 한다. 제시문 (나)는 인간의 소유욕을 다스리는 것이 행복의 비결임을 강조하고, 작은 것과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청빈의 덕을 갖춘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① (가)와 (나)는 모두 행복을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 즉 물리적, 사회적 요소 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② 하지만 (가)와 (나)는 행복을 구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는 적극적으로 일에 몰두하여 성취를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본 데 반해, (나)는 성취가 아닌 비움을 통해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③

(평가)
학교 측 예시답안에서 좋은 답안이 되기 위한 요건을 잘 확인하기 바란다. 분량이 짧은 논제라 이 예시답안은 한 문단으로 처리되었다. ①까지 두 제시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였다. 요약은 이렇게 핵심만을 추려서 서술해야 한다. ②: 공통점을 서술했다. 이런 정도의 서술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③: 양자의 차이점을 성취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대비하고 있다.

(문제 2 예시답안 1 - (다) 논지 옹호)
제시문 (다)는 노동을 가난극복이나 신분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여김으로써 노동 그 자체를 존중하는 자본주의 정신을 구현하고 있지 못하다고 한국인의 노동관을 비판한다. 자본주의 정신은 노동 그 자체를 가치 있는 것, 목적으로 여기는 정신이다. 자본주의 정신에 기초할 때 사람들은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게 되지만, 자본주의 정신이 부재한 한국인은 진정한 도약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다)의 자본주의 정신은 (가)의 몰입 개념과 유사하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은 돈벌이나 신분상승 같은 다른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다. 마찬가지로 무언가에 몰입하는 사람은 몰입하고 있는 일 그 자체에서 가치를 발견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자본주의에서의 노동은 몰입의 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인은 일 자체에 몰입하고 노동을 자기 구원의 증명으로 여기기보다는 일을 통한 성취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가)에서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 주는 것이 바로 깊이 빠져드는 몰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인은 몰입이 아니라 성취에만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노동을 통해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갈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다)에서 자본주의 정신에서 비롯하지 않은 한국인의 노동이 한국의 진정한 도약을 막는 장애가 된다고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제시문 (나)는 욕망에 사로잡히고 소유의 노예가 될 때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타락하기 쉽다고 말하고, 청빈의 덕에서 비롯하는 맑은 가난이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다)의 주장처럼 한국인이 물질적 풍요나 신분 상승의 욕구 때문에 노동한다면, 한국인은 결국 욕망과 소유의 비좁은 골방에 갇혀 풍요 속에서도 타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행복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부자였지만 어렸을 때부터 자식에게 엄한 노동 습관을 길러준 록펠러의 사례는 자본주의 정신이 풍요에 안주하는 삶을 경계하고 노동의 가치를 일깨워줌으로써 물질적 풍요가 행복의 장애가 되지 않게 하는 길을 알려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인의 노동관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노동에 관한 한국인의 태도는 몰입의 관점에서나, 소유와 욕망에 관해서나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노동 자체의 가치를 망각한노동이 우리 삶을 훌륭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데 장애가 되며, 지나친 소유욕과 물질적 욕망이 우리 자신을 소유의 비좁은 골방에 가둬놓아 삶을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이다.

(평가)
논지의 구성이 간명하다. 네 문단으로 답한 것이 가독성을 높여준다. 문단(Ⅰ)은 본격적으로 다룰 제시문 (다)에 대한 요약을 담고 있다. 답안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제시문에 대해서 (가), (나)를 염두에 두고 논지를 간략하게 정리했다. 문단(Ⅱ)와 문단(Ⅲ)은 각각 제시문 (가)와 (나)의 논지를 활용하여 (다)의 논지를 옹호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두 문단의 기능이 동일한 만큼 분량도 균등하게 배분하였다. 문단(Ⅳ)의 기능에 주목해야 한다. 문단(Ⅲ)만으로 끝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 답안처럼 논의의 성과를 정리하는 마무리가 필요하다. 대개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에서 긴 도입부는 불필요하지만, 대략 800자를 넘는 정도의 논술문에선 이렇게 별도의 정리부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지면 관계상 (다)의 논지를 반박하는 예시답안은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핵심적인 반박의 논거는 논제 해설에서 밝힌 바와 같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반박 주장을 담은 예시답안의 구성은 예시답안 1과 동일하다. 그래서 각 문단의 기능 또한 같다. 문단(Ⅰ)은 (다) 논지의 정리, 문단(Ⅱ)와 문단(Ⅲ)은 (다) 반박, 문단(Ⅳ)는 논의를 정리하는 결론부로 구성된다. 형식적인 측면에선 문제가 없으나 내용상으론 약간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문단(Ⅱ)에서 (다)의 논지를 비판하는 논거가 다소 궁색하다. (가)는 행복감보다 몰입을 중시하는 만큼 (가)에서 성취와 행복의 관계를 끌어내고 (다)의 한국인들의 모습과 연결시킨 논리가 약간은 억지스럽다. 이보다 더욱 큰 문제는 문단(Ⅲ)의 논지이다.

여기서 (다)의 논지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철저히 (다) 논지의 전제를 공격하고 있는데 그친다. (다)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한국인들의 노동관에 대해선 전혀 언급을 하지 않는다. 이 비판 내용은 (다)뿐만 아니라 (다)에서 부정적으로 언급하는한국인들의 노동관까지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어색하다. 결과적으로 (다)의 논지를 반박하는 답안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시험적으로 만든 모의 논술고사 문제라 논제의 유기적 완성도가 다소 미흡했던 때문이리라.

더 큰 문제는 어느 쪽으로도 선택할 수 있는 열린 논술의 특성을 유지하는 한 답안의 변별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어느쪽(옹호와 반박처럼)으로도 좋은 답안을 쓸 수 있다면, 이른바 정답의 양도 두 배가 될 터이니 평균점도 높고, 우수한 답안을 걸러내기도 그만큼이나 어려워질 것이다. 주요 대학 논제들이 “특정한 정답을 전제하지는 않으나 정답이 없다고 해서 오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사실 ‘특정한 정답’이 없다는 말도 말장난에 가깝다.

모든 답안은 어차피 표현에서 조금씩은 다르게 마련이니 동일한 ‘특정한’ 답안은 없는 것이 당연하다. 각각의 논술 문제들이 답안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평가를 위해 핵심 논점들을 포함한 채점 기준들을 구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답이 있다.”라는 말의 진정한 속내는 정답이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모의 논술고사 평가를 통해 앞서 언급한 약점들이 충분히 확인된다면 실제 수시모집 논술고사에선 문제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지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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