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의 핵심]“연세대 문제가 어려워졌다!”
[논술의 핵심]“연세대 문제가 어려워졌다!”
  • 대학저널
  • 승인 2013.06.0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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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과형 논술 완전 정복 ⑮

2011학년도 이래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논술고사는 120분, 2문제(각각 1000자 내외) 유형으로 출제되고 있다. 2010학년도까진 150~180분에 2600자 내외의 논제였으니 일견 착해진 듯 보인다. 하지만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논술문제의 분량은 문제의 난이도와 별 상관이 없다. 연세대 논제들은 외형이 컴팩트해진 대신 오히려 난이도는 크게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아주 탄탄한 강소국을 연상시키는 만만치 않은 논제들이 수험생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평가를 비교적 단시간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논제의 분량이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그러니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논제의 변별력을 높이는 것 또한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이 달엔 변모한 연세대 논술고사의 특징을 뚜렷이 보여주는 논제를 엄선해 분석한다. 논제 분석만으론 늘 흡족하지 않음을 필자도 잘 알고 있다. ‘그래 이 문제는 이런 출제 의도를 갖고 있구나. 이 제시문의 핵심 논지는 이것이로구나. 아하 이 논제는 이런 내용을 기대하고 있구나. 그런데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하지? 어떤 답안이 좋은 답안이지?’ 논술고사 문제 해설만을 접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개 이런 괴로움을 호소한다. 그래서 이 칼럼에선 대개의 경우, 지면사정이 허용하는 한 우수답안을 예시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 달에도 학생들의 답안 중에서 엄선한 우수 답안을 첨부했다.

연세대 문제가 어떻게 어려워졌다는 말인지 알려면 이 달의 미션에 도전하라.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직접 접하지 않고 풍문으로만 들으면 의혹과 두려움은 더욱 부풀려지게 마련이다. 이 달의 논제에 답하는 학생들의 성취가 무색해지지 않는 한도에서만 일반적인 사항들을 정리하면 두 가지를 말할 수 있다. 하나는 제시문들의 관계가 느슨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는 논제가 합리적 상상력 혹은 창의적 유추 능력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적지않은 논술고사 문제들이 뚜렷이 상반되는 견해의 글들로 제시문들을 구성하는 점에 비춰볼 때, 이렇게 느슨히 관련을 맺는 제시문들의 관계는 독해에 어려움을 준다.

서강대와 한국외대 논제들이 까다롭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험생들은 느슨히 연결된 제시문들에서 출제자들이 기대하는 대립과 차이를 추출하려는 투지를 가져야 한다. 또한 상상력이나 유추를 요한다는점에서, A 제시문의 관점을 B 제시문에 바로 적용하는 유형의 논제보다 어렵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 이런 논제에 답하기 위해선 당연히 제시문들 자체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스스로 벼려내는 상상력(혹은 유추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도 숨어있는 것은 논리적 연결고리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기발한’ 상상력/유추가 아니라 ‘합리적’ 상상력/유추가 필요한 것이다.

>> 이 달의 미션

2012학년도 연세대 수시 논술문제(인문계열)로 연습해보자. 고사시간이 120분이니 시간을 적절하게 안배해야 하겠다. 제시문들이 특정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결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독해가 요구된다. 제시문들 간의 대립구도를 분명히 추출할 수 있어야 한다. <논제 2>에는 복잡하진 않으나만만치 않은 <표> 자료가 등장한다. 세심한 해석을 요한다. 몇 문단으로 답할지, 각 문단엔 몇 자 정도를 배정할지 사전에 개요에 정리한 후 답하기 바란다. 이 논제들은 직접 답안을 작성하는 수고를 기울여야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적어도 충실한 개요라도 작성한 후, 논제 해설을 보기 바란다.

※ 아래 제시문 (가), (나), (다), (라)를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제시문 (가)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활력을 임의로 이곳저곳에 소모하려는 정신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신의 발현 방식 역시 세상이 진보하면 할수록 복잡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표출되는가’를 간략히 설명해 본다면, 보통 ‘도락(道樂)’이라고 하는 자극에 대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락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낚시를 한다든가 당구를 친다든가 바둑을 둔다든가 총을 메고 사냥을 간다든가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습니다. 이것들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 나아가서 어떤 강요 없이 자신의 활력을 소모하고 기뻐하는 쪽 입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정신이 문학도 되고 과학도 되고 또 철학도 되므로, 언뜻 보면 대단히 어려운 문제가 모두 도락의 발현에 불과한것입니다. 전차나 전화 등이 설비되어 있다고 해도 “꼭 오늘은 저쪽까지 걸어서 가고 싶다.”는 식의 도락심이 강하게 나타나는 날이 반드시 일 년에 두세 번은 있습니다. 원해서 육체를 사용하고 피로를 청합니다. 우리가 매일 하는 산보라는 사치도 요컨대 이 활력 소모의 부류에 속하는 적극적인 생활을 위한 생명 보존 형태의 일부분입니다. 도덕가라면 이 도락 근성의 발전을 괘씸하다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도덕상의 일일 뿐 사실상의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현실의 상황에서 말하자면 우리가 원하는 곳에 활력을 소비하는 이 궁리 정신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활동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원래 사회가 그렇기 때문에 부득이 의무적 행동을 하는 인간도 내버려두면 자아본위(自我本位)에 입각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자신이 원하는 자극에 정신이나 신체 등을 소비하는 경향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제시문 (나)
프랭크 길브레스는 과학적 관리법에 흥미를 갖고 이를 벽돌쌓기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그는 벽돌공의 동작들에 대해 매우 재미있는 분석과 연구결과를 내놓았고, 벽돌공의 작업 속도와 피로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길브레스는 벽, 반죽통, 벽돌더미가 위치한 곳에서 양 발이 각각 디뎌야할 정확한 위치를 찾아냈고, 벽돌공이 벽돌을 쌓고 벽돌더미 쪽으로 한두 발짝 움직이는 동작을 없애도록 했다. 또 그는 반죽통과 벽돌의 가장 알맞은 높이를 연구한 다음, 비계*를 고안해 그 위에 모든 재료들을 올려놓을 탁자를 둠으로써 벽돌공이 반죽통과 벽돌을 가장 알맞은 위치에 두고 작업을 할 수 있게 했다. 비계는 벽의 높이에 따라 조정할 수 있었는데, 비계를 조정하는 일만 전담하는 노동자를 두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벽돌공은 반죽을 퍼낼 때마다 벽돌을 들고 몸을 구부렸다 펴는 일을 줄이게 되었다.

그리고 벽돌공에게 벽돌을 전달하기 전에 한 노동자가 화차에서 벽돌을 내린 다음 고운 면이 위로 향하도록 조심스럽게 분류하여 높이 조절이 가능한 비계 위의 반죽통 가까이에 쌓도록 했다. 이로써 벽돌공은 비계 위에 너저분하게 쌓여 있는 벽돌 더미에서 벽돌을 고르는 시간을 절약하게 되었으며, 가장 편한 자세로 가장 빠르게 벽돌을 쥘 수 있게 되었고 벽돌을 뒤집거나 양 끝을 돌리는 동작을 할 필요가 없게 되어 시간의 낭비가 줄었다.

길브레스는 벽돌공들이 반죽 위에 벽돌을 놓고 접합부의 두께를 제대로 맞추기 위해 흙손의 손잡이 끝으로 벽돌을 몇 차례 두드리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이후 그는 반죽의 농도를 적당하게 조절함으로써 벽돌을 누르는 손의압력으로 접합부의 적당한 두께를 손쉽게유지하는 법을 고안했다.
* 비계: 건설현장에서 쓰는 가설 발판

제시문 (다)
기억에 망각이 특이하게 혼합되는 것은 우리 정신에 있는 선택 작용의 한 예이다. 선택은 그 위에 정신이란 배를 건조할 뼈대가 된다. 그리고 기억을 위해 선택이 쓸모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어떤 것도 기억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선택이 없다면, 우리가 과거의 어떤 기간을 회상하려 할 때 그것이 지속된 원래 시간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우리는 결코 사고를 앞으로 진전시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회상된 시간들은 원근 단축이라는 것을 겪게 되는데, 이 원근 단축은 그 시간들을 채웠던 수많은 사실을 생략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원근 단축이라는 축약 과정은 이와 같은 결손을 전제로 한다. 먼 옛날의 일을 떠올리기 위해 그 일과 현재의 우리 사이에 놓인 일련의 사건들을 모두 거쳐야 한다면, 그 조작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억은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기억이 이루어지는 조건의 하나가 망각하는 것이라는 역설적 결론에 도달한다.

내가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을 완전히 망각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전혀 기억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를 제외하고는 망각은 기억의 질병이 아니라 기억을 건강하게 하고 살아있게 하는 조건이 된다. 하지만 망각 과정에는 아직도 설명되지 않은 변칙적인 것들이 있다. 어느 날 망각되었던 것이 다음 날에는 기억날 수도 있다. 우리가 상기하려고 아주 열심히 노력했지만 무위로 돌아간 것이, 우리가 그 시도를 포기하자마자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스레 정신 속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들어올 수도 있다. 과거의 경험들이 여러 해 동안 철저하게 망각된 다음에도, 어떤 대뇌 질환이나 사고를 당한 경우, 잠복된 연상통로가 개방되어 재생되는 일도 가끔 있다. 마치 사진사의 약물이 콜로디온 필름 속에서 잠자고 있는 그림을 현상해 내듯이 말이다.

제시문 (라)
한 대학의 연구소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시각적 인지에 관한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진은 피실험자들에게 한 번에 하나씩 총 8장의 컬러 슬라이드 사진을 보여주고 각각이 무엇에 대한 사진인지 식별하도록 했다. 실험진은 각각의 사진을 초점이 희미한 상태에서 스크린을 통해 피실험자들에게 공개했고 연속적으로 점차 선명하게 보이도록 조작했다. 한편 실험진은 사진을 피실험자들에게 최초로 보여줄 때 사진의 희미한 정도와 공개 시간의 길이를 다양하게 설정했다. 최초 공개시 희미한 정도는 상, 중, 하의 3단계로, 공개 시간은 122초, 35초, 13초의 3단계로 구분했다.

이 실험에는 정상적인 (교정)시력을 갖고 있는 총 90명의 대학생들이 피실험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10명씩 9개 집단에 배정되었다. 이들 중 첫 번째 3개 집단은 희미한 정도가 ‘상’인 상태로 사진을 보기 시작했고, 각각 122초, 35초, 13초 동안 총 8장의 사진을 보았다. 또 다른 3개 집단은 희미한 정도가 ‘중’인 상태에서 사진을 보기 시작했고, 역시 각각 122초, 35초, 13초 동안 총 8장의 사진을 보았다. 마지막 3개 집단은 희미한 정도가 ‘하’인 상태에서 사진을 보기 시작했고, 각각 122초, 35초, 13초 동안 총 8장의 사진을 보았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는 최초 공개시 희미한 정도의 차이, 그리고 공개 시간의 차이에 상관없이 미리 정해 놓은 수준까지 선명도가 높아지면 사진이 자동적으로 꺼지도록 프로젝터를 조작했다. 사진이 꺼질 때 각 집단의 피실험자들은 무엇에 대한 사진인지 미리 준비된 별도의 용지에 바로 기록했는데, 그 결과를 정리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문제 1〕 제시문 (가)와 (나)를 ‘낭비’의 관점에서 비교하고, 두 입장을 모두 활용하여 제시문 (다)에 나타난 정신 활동에 대한 이해방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시오. (1000자 안팎, 50점)

〈문제 2〉 제시문 (나)의 프랭크 길브레스는 벽돌쌓기에 적용했던 과학적 관리법을 경쟁률이 매우 높은 한 회사의 신입사원 채용과정에도 적용하여 채용담당관들이 업무 수행 능력이 높은 지원자를 판별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길브레스가 과학적 관리법과 제시문 (라)의 실험결과를 결합해서 어떻게 채용과정을설계해야 할지 의견을 제시하시오. 정해진 원칙은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순차적으로 실시한다는 것뿐이다. (1,000자 안팎, 50점)

>> 논제 해설
학교 측에서 밝힌 출제 의도는 다음과 같다.
1. 인간의 행동과 정신 활동의 메커니즘을 설명, 실험하거나 그것의 관리 방법을 다루는 다양한 제시문을 비교, 분석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해 구체적인 과제를 해결하도록 함으로써 수험생의 독해력, 논리적 분석력, 표현력, 독창적 사고력을 평가한다.

2. 낭비/절약의 추구라는 원리를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적용하여 비교하고 또 그 원리를 유추적으로 활용하여 또 다른 영역의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한다.

3. 구체적인 사례에서 원리를 추출해내는 능력, 실험 결과를 해석하는 능력, 그리고 이들을 종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복합적으로 측정한다. 출제 의도 1은 논제 1과 논제 2를 아우르는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제법 거리가 있는 상이한 맥락의 제시문들을 활용해 제3의 제시문을 분석하는 논제 1과 특정 실험 결과에 대한 분석을 근거로 창의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논제 2에서 이러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출제 의도 2는 논제 1에, 출제 의도 3은 논제2에 해당하는 설명인데, 물론 이것만으론 답안의 가닥이 잘 잡히지 않을 것이다. 제시문들이 다소 느슨하게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고충이 컸으리라 짐작된다. 실제 많은 답안들이 논제가 기대하는 합리적인 분석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보여줬다.

구체적으로 각각의 논제를 분석해보자.

논제 1 : 학교 측에 따르면, 이 문제는 인간의 행동과 정신 활동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거나 그것의 관리 방법을 다루는 다양한 제시문을 시간과 노력의 낭비 또는 절약의 추구라는 관점에서 비교, 분석하고 논의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낭비/절약의 추구라는 원리를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적용하여 비교 분석하고 또 그 원리를 유추적으로 활용하여 기억/망각이라는 정신활동을 설명하는 제시문을 이해하고 또 논의하기를 요구한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째로, 두 제시문들을 시간과 노력의 낭비 또는 절약의 추구라는 관점에서 비교, 분석해야 한다. 둘째, 낭비/절약의 추구라는 원리를 유추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논제가 제시문들을 ‘낭비의 관점에서 비교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므로 이것을 기준으로 제시문들을 살펴보면, 먼저 제시문 (가)는 사람들이 임의로 자신의 정신과 육체의 활력을 마음 내키는대로 소모하는 경향을 찬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일종의 ‘낭비’인 ‘활력의 소모’가 갖는 가치를 긍정하는 글이라고 읽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제시문 (나)는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하여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브레스의 과학적 관리법을 우호적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작업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줄이는 것을 지지하는 글로 읽을 수 있다.

이를 단순화하여 말한다면, (가)는 ‘낭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나)는 ‘낭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대조적인 관점을 추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것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두번째 항목인 ‘제시문 (다)에 나타난 정신 활동에 대한 이해방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라’는 지시를 수행하기는 여전히 까다롭다. 앞선 과제에서 도출한 기준이나 원리를 바로 적용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절한 ‘유추’가 필요한 것이다. (다)에선 기억의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이 제시문에서 주의해야 할 핵심어는‘기억’과 ‘망각’이다. 유용한 기억이 가능하기 위해선 망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 글은 거듭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답안 성공의 포인트는 바로, 이 망각이 일종의 ‘낭비’임을 포착하는 것이다. 망각과 생략, 결손들은 분명 기억되어야 할 것의 낭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억의 저장은 원근 단축과 같은 효율적인 메커니즘을 따르나 한편 망각이 없이 기억은 저장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개 부정적으로 보기 십상인 ‘낭비’ 또한 ‘절약(=효율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임을 이 제시문에서 읽어낼 때, 답안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논제 2 : 이 논제는 상대적으로 논제 1에 비해선 쉬운 논제인듯 보인다. 제시문 (라) 내용이 전혀 어렵지 않았고, <표>에 인용된 자료 내용도 단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 <표> 해석에 실패한 답안들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변별력이 높은 논제였다고 하겠다.<표> 해석에선 너무나 당연하게도 ‘사진의 희미한 정도’와 ‘공개 시간의 길이’에 따른 인식률을 비교해야했다. 개별 데이터에서도 확인되지만 여기선 평균만을 확인해보자. 공개 시간에 따른 데이터의 변화는 각각 49.6, 44.5, 33.7이다. 최초 공개시 희미한 정도에 따른 인식률은 각각 23.3, 44.7,59.8이다.데이터의 변화 정도(인식률의 차이)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으리라. 최초에 접한 정보의 질이 인식의 정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공개 시간의 영향력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첫 번째 키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 있는 해석을 끌어내지 못하면 두 번째 단계의 과제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그 다음 단계로 가서 시간과 노력, 비용의 절감을 목표로 하는 길브레스의 과학적 관리법과 위의 실험 결과를 결합해서 효과적인 채용과정을 고안해보자. 여기선 조금만 창의적인 상상을 가미하면 된다. 서류심사와 면접심사 중 서류심사가 말하자면 채용담당관들이 최초의 정보를 접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표>를 예로 들면, 검토할 지원자들의 서류가 실험의 사진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면접심사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채용과정으로, <표>의 예로 말하면 피실험자들에게 노출된 사진 공개 시간의 길이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앞에서, <표>에서 사진 공개 시간이 길어져도 정보의 정확한 인지 비율은 최초에 공개된 사
진의 선명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다. 이제 비밀의 매듭을 풀 수 있으리라. 너무나 당연하게 기대되는 합리적 견해는 무엇일까? 서류심사 요건을 엄격하게 해서 충분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지원자들에게서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할 때, 이후의 면접심사 단계에서도 심사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는 비효율성을 제거할 수 있다.

(논제1 우수 답안)
제시문 (가), (나)는 ‘낭비’에 대하여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두 제시문은 먼저 낭비에 대한 정의에서 차이를 보인다. (가)는 낭비를 사람들이 자신의 활력을 임의로 이곳저곳에 소모하려는 자발적인 행동 방식이나 정신적 경향으로 정의한다. 반면 (나)는 낭비가 효율성을 저해하는 쓸모없는 것임을 암시한다.

또 두 제시문은 효율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경향을 보는 관점에서도 차이점을 보여준다. (가)는 사람들이 언제나 효율성을 지향하지는 않으며, 때때로 전차나 전화와 같은 효율적인 방법을 배제하고 도보와 같은 비효율적이고 낭비가 심한 방식을 택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나)는 길브레스의 실험을 예로 들면서 벽돌공이 불필요하게 한 두 발짝 움직이는 동작, 몸을 구부렸다 펴는 동작, 벽돌을 뒤집는 동작 등의 비효율적인, 낭비가 있는 모든 행동을 제거하려 한다. 이는 사람의 행동에 있어 효율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제시문 (가), (나)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여 제시문 (다)를 보면, (다)에서 말하는 기억은 (가)에서 이야기하는 낭비적인 특성과 (나)에서 말한 효율적인 방식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나)의 관점에서 (다)를 보면 인간의 정신은 망각이라는 선택작용을 통해 기억을 지속해나간다. 만약 망각이 없이 모든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 사고를 진전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다)는 말한다. 또한 망각은 원근 단축과 더불어 인간이 예전의 것을 기억해내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이렇게 기억의 메커니즘이 지닌 효율성만으로 기억이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망각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는 (가)에서 말하는 ‘활력의 소모’ 즉, 일종의 낭비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망각이 있기에 기억은 보존될 수 있는 것이고 (다)에서 말하듯, 망각은 기억을 건강하게 하고 살아있게 하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정신활동은 효율성과 도락 모두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평가)
앞의 논제 해설을 꼼꼼하게 읽은 학생들이라면, 이 답안이 왜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충분히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이 답안은 두 제시문을 ‘낭비’의 관점에서 잘 대비했으며, 무엇보다도 (다) 분석에 이러한 (가), (나)의 대조적인 입장을 잘 적용하였다. 독해력과 논리적 추론 능력, 창의적 사고 능력이 잘 드러나는 좋은 답안이다.

(논제2 우수 답안)
제시문 (나)의 과학적 관리법을 적용하여 채용과정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효율성 즉, 최소의 낭비로 최대의 효용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채용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중시해야 하는지는 (라)의 실험 결과를 통해 유추해낼 수 있다.

(라)의 표를 살펴보면 우선 사진의 공개 시간이 길수록 학생들의 인지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공개 시간별 비율의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모든 경우에 사진의 공개 시간이 길수록 더 높은 인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 실험의 결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선명도에 따른 인지 비율의 차이이다. 모든 실험의 경우에 사진의 선명도가 높아질수록 즉, 사진이 최초 공개됐을 때 희미한 정도가 낮아질수록 사람들의 인지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공개 시간에 따른 인지 비율의 차이보다 훨씬 큰 폭의 차이로 나타난다.①

위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할 때 채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채용 과정의 첫 번째 과정인 서류심사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입사 지원자들에 대한 분명한 일차 정보가 충실할 때, 대상자들에 대한 평가가 정확히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원자들에 대해 정확히 인지할 수 있는, 모호하지 않은 서류 기준을 만들어 서류 심사를 할 필요가 있다. 해당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이나 전공 과목 이수 여부 등을 제출 서류에 포함시키도록 요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서류 기준이 명확하다면 심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지원자들이 서류심사를 통과하는 경우를 줄이게 됨으로써 면접심사 시간의 낭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②

서류 전형 이후 면접심사를 할 때는 서류심사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라)에서 나타나듯이 사진의 공개 시간이 길수록 더욱 명확히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실험에서도 13초에서 35초로 약간의 시간만을 늘렸을 때에는 인지비율이 30% 가까이 증가했지만 35초에서 122초로 시간을 대폭 늘렸을 때에는 고작 11% 정도밖에 인식률이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③

따라서 면접심사 시간을 높인다고 해도 회사가 필요로 하는 지원자를 식별하는 데 큰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면접 시간을 늘이되, 지나치게 늘이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평가)
논제의 난이도가 높았던 만큼, 이 답안의 완성도는 더욱 빛난다. <표> 해석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많은 답안들이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중하고 꼼꼼한 <표> 해석이 성공을 향한 첫 단추를 꿰게 했다. ①은 정곡을 찌른 서술이다. 합리적 유추능력이 빛나는 대목이 ②이다.

아주 세심한 사고 습관이 ③에 잘 드러난다. 비록 인식률 향상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진 않다고 하더라도, 공개 시간이 길수록 인식률이 높아지는 것을 딱 적당한 정도로만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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