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의 핵심]“모방 속의 창조 혹은 창조 속의 모방”
[논술의 핵심]“모방 속의 창조 혹은 창조 속의 모방”
  • 대학저널
  • 승인 2013.05.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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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논술고사 예시문제 분석

2013학년도 건국대학교 논술고사는 인문사회계열1과 인문사회계열2로 나뉜다. 문과대학 전 학과, 정치대학, 자율전공학부(인문계), 지리학과 지원자들에겐 인문사회계열1 문제가 출제되고 상경대학, 경영대학 지원자들에겐 인문사회계열2 문제가 출제된다. 각각의 논제 세트는 두 문제로 구성되는데, 인문사회계열2 논제 세트에선 두 문제 중 하나가 수리논술문제로 구성된다. 상경계열에선 수학 지식을 크게 필요로 하는 만큼 수리논술문제로 학생들의 수학 실력을 검증하려는 의도가 나타난다.

그러니 건국대 상경계열을 지원하는 학생들에겐 일정 수준 이상의 수학실력을 쌓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수학 실력은 미흡하나 수리논술은 잘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안이한 생각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인문사회계열1 논제 세트는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다년간 논술고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논술문제의 완성도가 지속적으로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문제만으로도 제시문 요약과 비교, 제시문에 기반한 도표자료분석, 제시문들을 활용한 종합적 견해 논술을 모두 수용하는 데에 일정한 성공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번 호에선 건국대의 최신 출제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문제를 분석한다. 각 제시문과 도표자료가 배합된 통합교과형 논제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전형적인 문제다. 모든 제시문들은 ‘창조와 모방’이라는 주제와 관련을 맺도록 면밀하게 배치됐다. 120분이라는 논술 시간의 제약을 고려해 1번 논제에선 501~600자 정도의분량을, 2번 논제에선 901~1100자의 비교적 긴 분량을 배정했다. 1번 논제에선 제시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어진 도표자료를 분석할 것을 요구한다.

제시문 속에 두 개의 대립하는 견해가 소개되고 있으므로, 적절한 요약과 비교도 수행해야 한다. 매우 완성도 높은 정교한 문제라고 하겠다. 단순한 요약이나, 두 제시문 비교를 요구하는 논제들이 지닌 변별력 부족이란 약점을 상당 부분 극복한 유형이라 앞으로 건국대의 전형적인 논제 유형의 하나로 정착되지 않을까 기대되는 문제다. 2번 논제엔 관련 주제의 난이도 높은 제시문이 등장한다. 이 제시문과 1번 논제에서 보았던 제시문을 더해, 제3의 제시문을 분석하고 자신의 견해를 논술해야 한다.

‘창조와 모방’이란 주제 자체는 매우 친숙한 것으로 고교 교육과정에서 많이 접했을 것이다. 대개의 논술고사 주제들이 그러하듯, 공교육과 무관한 생경한 주제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간단히 정리한 요점들을 장황하게 서술하는 것은 금물이다. 주어진 제시문과 자료에 대해 깊이 있는 독해와 활용이 필요하다.


>> 이 달의 미션
2013학년도 건국대 논술 예시문제(인문사회계열1)로 연습해보자. 고사시간이 120분이니 시간을 적절하게 안배해야 하겠다. 제시문들은 모두 단일한 주제로 묶여있다. 제시문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도표자료와 다른 제시문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요하는 문제들이다. 꼼꼼히 독해하고, 각 논제에 응답하는 치밀한 개요를 작성한 후 답안을 작성하도록 하자.

[가]
플라톤은 『국가』에서 모방이 인간 영혼의 가장 저열한 부분을 유혹하고 진리와 본질을 왜곡시키는 기능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고 한다. 이를 위해 ‘세 개의 침대’라는 일화를 이용한다. 신, 장인, 화가가 지배하는 일종의 세 개의 침대가 존재한다. 신은 본질적 침대인 단 하나의 침대를 제작하였다. 이 침대는 침대의 이념, 즉 침대의 본질, 참된 침대, 침대의 ‘자연스런’ 형상이다. 어떤 목수라 하더라도 ‘자연스런’ 침대를 제작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플라톤에게 있어 진실한 자연이란 관념적 본질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장인은 ‘인위적인’ 침대를 제작할 수 있을 뿐이다. 장인은 ‘침대의 목수’이며, 이 물건을 생산해낸다. 이것은 모방자인 화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플라톤은 “화가는 자연과는 두 단계 떨어져 있는 모방자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플라톤이 보기에 시인의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화가의 이미지는 실제 이미지의 이미지였던 것이다. (중략)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에는 모방은 인간에게 즐거움을 선사함으로써 교육에 기여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이 보여준 부정적인 입장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희곡은 그 근원에 있어서 인간의 본성에 내재하는 두 가지 근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첫째, 모방은 인간의 유아기부터 발현되는 본능이다. 인간은 모방의 본능이 강하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들과 구별이 된다. 더구나 모방을 통해서 인간은 지식을 얻게 된다. 둘째, 모든 인간은 보편적으로 모방된 대상을 보면서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현실에 있어서는 혐오스런 짐승이나 끔찍한 시체라고 할지라도 그것의 형상이 세밀하고 충실하게 묘사된 그림을 보면 우리는 기쁨을 느끼게 된다. 보고 배우게 되는 것이 유쾌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지가 제공하는 즐거움은 우리가 백안시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인간의 품위를 훼손하기는커녕 오히려 배움의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결국 모방과 이미지가 우리의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 마르틴 졸리 저, 이선형 역, 『이미지와 기호』

[나]
최근 사회복지조직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면서, 사회복지조직이 어떠한 혁신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러한 노력을 통해 어떤 성과를 얻고 있는가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아래의 도표는 사회복지조직의 혁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관한 연구 결과이다.

✽모방성 : 모방을 통해 혁신하고자 하는 경향
✽기업가정신 : 혁신성, 위험감수, 진취성 등으로 표현되는 최고경영자의 이념으로, 전체 조직의 조직문화 형성에 영향을 미침
✽외부관계·채용훈련 혁신 : 기업을 둘러싼 외부기관들과의 관계, 직원의 채용·훈련과 관련하여 변화를 계획·실행한 횟수 - 마르틴 졸리 저, 이선형 역, 『이미지와 기호』

[다]
동양학 또는 동양적 취미와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은 같은 것이 아니다. 간단히 말하면 사이드의 그것은 ‘동양에 대한 서양의 사고, 지배 방법’이다. 사이드는 동양에 대한 서양의 사고, 인식, 표현의 본질을 규명함과 동시에 그것이 기본적으로 동양에 대한 서양의 시각과 직결된 것임을 밝혀 지식과 권력의 연루관계를 설명하려 하였다.

그런데 서구의 오리엔탈리즘과 오늘의 한국 또는 어제의 일본에서 나타나는 동양학은 사실 동일하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왜냐하면 신비한 이미지로서 동양은 사실상 서양이 날조한 것이고, 우리의 동양학이란 것도 바로 오리엔탈리즘에서 온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인은 낭만적인 이국취미로 장식한 어떤 야릇한 신비적 현상을 동양적인 것이라고 상상했다. 상업주의의 값싼 문예나 회화, 음악의 어떤 조류로부터 도사니 귀신이니 하는 동양학, 동양종교, 동양사상의 학문적 장식에 이르기까지도 그 본질은 마찬가지이다. 사이드는 그것을 ‘동양에 대한 서양의 사고방식이자 지배방식’으로 정의함으로써 처음으로 학문적 명확성을 부여하였다. 사이드의 정의에는 그 사고 양식의 구조와 기능을 명확히 해명한 점과 아울러 그러한 사이비 지성에 대한 엄격하고 치열한 비판의식이 포함되어 있다. 사이드는 이러한 지성의 형태가 갖는 기능, 곧 앎과 삶이 결합되어 오리엔탈리즘이 지배의 양식으로 되어가는 과정을 분석하고 비판한다.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의 근본에 놓여 있는 것은, 동양과 서양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존재론적, 인식론적 구분, 즉 흑백논리임을 밝힌다. 우리는 흑백논리를 동양·서양의 이분법에서 배워 확대시켜 왔다. 예컨대 한국인은 일본과 한국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는 한편 스위스나 독일, 프랑스나 영국에 대해서는 지극히 막연한 동경심을 갖는다. 그것들은 대부분 서양인에 의해 조작된 편견에 불과하다. - 박홍규, <오리엔탈리즘>에서 (고등학교 ‘독서’ 교과서)

[라]
김장로는 방을 서양식으로 꾸밀뿐더러 옷도 양복을 많이 입고 잘 때에 서양식 침대에서 잔다. 그는 서양, 그중에도 미국을 존경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서양을 본받으려 한다. 그는 과연 이십여 년 서양을 본받았다. 그가 예수를 믿는 것도 처음에는 아마 서양을 본받기 위함인지 모른다. 그리하고 그는 자기는 서양을 잘 알고 본받은 줄로 생각한다. 더구나 자기가 외교관이 되어 미국 서울 워싱턴에 주재하였으므로 서양사정은 자기보다 더 자세히 아는 이가 없거니 한다. 그러므로 서양에 관하여서는 더 들을 필요도 없고 더 배울 필요는 물론 없는 줄로 생각한다. 그는 조선에 있어서는 가장 진보한 문명인사로 자임한다. 교회 안에서와 세상에서도 그렇게 인정한다. 그러나 다만 인정하지 아니하는한 방면이 있다. 그것은 서양 선교사들이다. 선교사들은 김장로가 서양문명의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는 줄을 안다. 김장로는 과학을 모르고 철학과 예술과 경제와 산업을 모르는 줄을 안다. 그가 종교를 아노라 하건마는 그는 조선식 예수교의 신앙을 알 따름이요, 예수교의 진수가 무엇이며 예수교와 인류와의 관계 또는 예수교와 조선 사람과의 관계는 물론 생각도 하여 본 적이 없다.

문명이라 하면 과학, 철학, 종교, 예술, 정치, 경제, 산업, 사회제도 등을 총칭하는 것이라. 서양의 문명을 이해한다 함은 즉 위에 말한 내용을 이해한다는 뜻이니 김장로는 무엇으로 서양을 알았노라 하는고. 서양 선교사들은 이러함을 안다. 이는 결코 김장로를 비방하여서 하는 말이 아니라 김장로의 참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서양 사람의 문명의 내용은 모르면서 서양 옷을 입고 서양식 집을 짓고 서양식 풍속을 따름을 흉내가아니라면 무엇이라 하리오.

다만 용서할 점은 김장로는 결코 경박하여, 또는 일정한 주견이 없어서, 또 다만 허영심으로 서양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서양이 우리보다 우승함과,따라서 우리도 불가불 서양을 본받아야 할 줄을 믿음(깨달음이 아니요.)이니 무식하여 그러는 것을 우리는 책망할 수가 없는 것이라. 그는 과연 무식하다. 그가 들으면 성도 내려니와 그는 무식하다. 그는 눈으로 슬쩍 보아 가지고 서양 문명을 깨달을 줄로 안다. 하기는 그에게는 그밖에 더 좋은 방법이 없다. 그러나 눈으로 슬쩍 보아 가지고 서양문명을 알 수가 있을까. 십 년, 이십년 책을 보고 선생께 듣고 제가 생각하여도 특별히 재주가 있고 부지런하고 눈이 밝은 사람이라야 처음 보는 남의 문명을 깨달을 둥 말 둥 하거든 김장로가 아무리 천질이 명민하다 한들 책 한권 아니 보고 무슨 재주에 복잡한 신문명의 참뜻을 깨달으리오.

그러나 김장로는 그 자녀를 학교에 보낸다. 학교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지 자기는 잘 모르면서도 서양 사람들이 다 그 자녀를 학교에 보내므로 자녀는 학교에 보내는 것이 옳은 일인 줄을 안다. 안다는 것보다 믿는다함이 적당하겠다. 그러므로 그의 자녀는 마침내 문명을 알게 될 것이라. 이리하여 조선도 점점 신문명을 완전히 소화(消化)하게 될 것이다.

오직 한 가지 위험한 것이 있다. 그것은 김장로 같은 이가 자기의 지식을 너무 믿어 학교에서 배워 와 신문명을 깨달아 알게 되는 자녀의 사상을 간섭함이다. 자녀들은 잘 알고 하는 것이언마는 자기가 일찍 생각하지 않던 바를 자녀들이 생각하면 이는 무슨 이단(異端)같이 여겨서 기어이 박멸하려고 애를 쓴다. 이리하여 소위 신구 사상의 충돌이라는 신문명 들어올 때에 으레 있는 비극이 일어나는 것이다. - 이광수, 『무정』

〔문제 1〕 [가]를 참고하여, [나]에 나타난 모방성과 기업가정신, 혁신과의 관계를 분석하시오. (501~600자)

〔문제 2〕 [가], [다]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인간의 모방에 대해 설명하고, 이와 관련하여 [라]에 나타난 삶의 방식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901~1,100자)


>> 논제 해설
이 논술고사 문제의 주제는 ‘모방과 창조’다. 출제자들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거니와, 모방하면서 배운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모방에는 어떤 함정과 한계가 있으며 또한 가능성이 있는지를 원론적이면서도 실제적인 두 측면에서 점검할 수 있도록 하였다”라고 밝힌다. 제시문들엔 ‘모방’에 대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인문학적 논변을 담은 제시문과 ‘오리엔탈리즘’ 개념에 대한 제시문을 주된 텍스트로 소개한다.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사회경제적 현상을 분석하는 한편, 소설 속 등장인물의 행동방식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논제1: 1번 문항은 지문 [가]에 제시된 ‘모방’에 대한 철학적 설명을 참고해 사회현상과 관련한 자료 [나]를 분석하도록 한 것이다. 관건은 ‘모방’이 지니는 양면성, 곧 ‘남을 따라 한 것이라는 수동성’과 ‘더 큰 창조를 낳는 생산성’을 함께 이해하는 바탕 위에서 도표에 담긴 정보를 제대로 분석해내는 데 있다. 특히 도표가 보여주는 ‘모방성과 기업가 정신, 혁신과의 관계’에 대한 분석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나]의 도표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 도표는 ‘높은 모방성’에서 ‘기업가 정신’과 ‘혁신’ 사이에 높은 긍정적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방성이 높을 경우, 기업가 정신이 함양될수록 진취성과 혁신의 정도가 높아져서 모방성이 낮은 경우를 넘어선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모방성이 낮을 경우 기업가 정신이 높아지더라도 조직의 진취성이나 경영혁신의 정도는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기업가 정신은 진취성과 혁신의 정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는 높은 모방성 하에서 기업가 정신은 외부관계·채용관계 혁신으로 나타날 수 있었거나 혹은 혁신의 정도에 모방성이 긍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해석될 수도있다. 따라서 이는 타자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살피고 수용하는 학습과 적용의 과정을 충실히 거칠 때(=모방의 긍정적 활용) 장기적으로 더 큰 혁신과 창조가 가능함을 말해주고 있다. 지문 [가]에 제시된, 특히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바 ‘모방을 통한 배움과 성장’의 과정을 확인시켜 주는 유의미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와 같이 [나]의 도표에 담긴 정보를 바르게 읽어내고 거기 담긴 의미요소를 [가]와 연관해서 정합적으로 설명할 경우 좋은 답안이 된다.

논제2: 2번 문항은 [가]와 [다]의 지문을 바탕으로 해 [라]의 내용을 분석하고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는 문제다. [라] 지문에 담긴 정보를 잘 파악하고 [가]와 [다]의 핵심개념과 잘 연결시켜 정합적인 논리로써 자신의 견해를 논술할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우선 [가]에 나타난 모방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의 차이를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라]의 김장로의 삶의 방식을 두 측면에서 분석해야 한다. 플라톤의 주장에 따라 맹목적인 모방이 가져올 수 있는 폐해와 함정을 제시함과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의 교육적 측면 역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김장로가 모방하는 의생활, 주거방식, 종교 생활은 피상적일뿐 서양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없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반대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경우는 모방의 긍정적 측면으로 제시될 수 있다. 사회의 변혁기에 교육은 매우 필요한 과정이므로 모방을 통해서 학습과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다]는 [라]의 소설을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볼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선 제시문 [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의 근본에 놓여 있는 것은 동양과 서양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존재론적, 인식론적 구분, 즉 흑백논리임을 밝힌다. 물론 여기에 전제돼 있는 것은 서양이 동양에 비해 우월하다는 서양 중심의 편견이라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김장로와 선교사의 태도를 분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양의 것은 무조건 우수하다는 김장로의 태도나 그가 서양의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모방하고 있다는 선교사들의 태도는 서양인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오리엔탈리즘의 결과라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 서양 우월주의 신화의 함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와 [다]를 별개로 생각해 논술하는 것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개화기에 벌어진 서양문물의 도입과정에서 나타난 모방의 부정적, 긍정적 측면을 짚어내는 것과 더불어 타문화에 대한 주체적·비판적이며 창조적인 수용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바탕 위에서수험생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개진할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논제1 우수 답안)
제시문 [가]는 모방에 대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서로 다른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제시문 [가]에 따르면, 플라톤은 모방을 통해서는 본래 물질의 속성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왜곡시킬 수도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플라톤이 모방을 부정적으로 인식한 것에 비해,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에 대해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모방함으로써 지식을 얻고 즐거워하며, 이 즐거움으로 인해 더 배우려는 동기를 부여받는다고 말한다.

제시문 [나]는 모방성과 기업가 정신이 사회복지조직의 혁신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를 나타내고 있다. 모방성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기업가 정신이 높을수록 사회복지조직의 혁신도 높아지는 것을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다.(①) 그리고 똑같이 증가하는 그래프에서 모방성이 높을수록(②) 혁신의 증가폭이 더 크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제시문 [가]를 참고하여 볼 때, 혁신에 영향을 주는 요인 사이의 관계를 알 수 있다. 기업가정신과 모방성이 높다는 것은 배움을 통해서 혁신하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더 잘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가정신과 모방성이 높을수록 조직과 관련된 것들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증가하고 이렇게 할수록 사회복지조직의 혁신은 더 잘 일어난다.

(평가)
비교적 무난하게 논제의 요구에 답했다. 세 문단으로 구획해 논지를 간명하게 구성했다. 첫 문단에서 제시문 [가]에 나오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에 대한 견해차를 잘 대비했고, 두번째 문단에선 도표자료에 대한 객관적 설명을, 셋째 문단에선 모방성과 기업가정신, 혁신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비교적 잘 쓴 답안들의 전형이라 하겠다. 다만 ①의 서술은 너무 성급했다고 하겠다. ‘모방성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기업가 정신이 높을수록 사회복지조직의 혁신도 높아지는 것을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이렇게 말하기엔 ‘높은 모방성’과 ‘낮은 모방성’ 정도의 차이가 컸다. ② ‘모방성이 높을수록’이라는 표현도 자신의의도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라 하겠다. 아마도 ‘높은 모방성’의 경우를 말하고자 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표현 자체는 두 그래프 모두를 지칭하는 것으로 쓰였다. 결과적으로 두 그래프 모두 기업가정신의 강도에 비례해 모방성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이 서술은 도표 자체에 대한 해석이 부정확하다는 평가를 유발한다.

(논제2 우수 답안)
제시문 [다]는 인간들이 본질을 잘 알지 못한 채 무비판적으로 어떠한 사고나 개념을 모방하는 것이 그 사고나 개념을 왜곡해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시문 [다]는 오리엔탈리즘을 예로 들어 무분별한 모방을 통해 얻은 잘못된 지식이 막연한 동경심이나 편견 등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동경심이나 편견이 원래 사고나 개념이 갖고있던 본질에 대한 올바른 모방을 방해하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①)

제시문 [라]는 김장로의 삶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김장로는 서양문명의 본질을 알지 못하면서 서양문명을 무비판적으로 모방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장로 스스로는 서양문명을 잘 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라]의 서양 선교사들의 생각처럼 복잡한 서양의 신문명의 본질을 단기간에 이해하고 모방할 순 없는 것이다.(②) 오히려 김장로의 자녀가 체계화된 교육을 받아 서양문명의 본질을 제대로 모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장로는 자신의 잘못된 지식을 옳은 것이라 여기며 자녀들이 배운 지식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라]에 나타난 김장로의 행동은 제시문 [가]와 제시문 [다]에서 언급된 모방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김장로는 [가]에서 말하는 바람직한 모방과는 거리가 멀다. 올바른 모방이란 모방하고자 하는 인간 고유의 본성을 실현해 지식을 습득하고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단 이때 습득되는 지식은 사물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러나 김장로는 제시문 [다]에서 비판하고 경계하던 잘못된 지식의 축적과 막연한 동경심, 편견을 지니고 있다. 또한 자녀들이 신문명의 본질을 알려고 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김장로의 행동은 무분별한 모방이 개인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우월한 어떤 것을 모방할 때에는 그 대상의 외형보다는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③) 비판적 수용 태도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올바른 모방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바람직한 문화의 교류와 수용도 가능한 것이다.

(평가)
역시 비교적 무난하게 논제의 요구에 응답한 답안이라고 하겠다. 논지의 흐름이 비교적 잘 정돈된 인상을 준다. 첫 문단에서 처음 등장하는 제시문 [다] 내용에 대한 간략한 정리로부터 시작하고, 두 번째 문단에선 모방 개념을 중심으로 제시문 [라]를 정리하고, 세 번째 문단에선 [가], [다]를 참조해 자신의 견해를 합리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상당한 약점도 아울러 노정되고 있다. 논제는 ‘[가], [다]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인간의 모방에 대해 설명’하라는 것을 첫 번째로 요구하고 있는데 이 답안은 첫 번째 문단에서 [가]를 외면한 채 [다] 요약으로만 흘렀다. 또한 [다] 제시문 해석에서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이해가 미흡했다는 인상을 준다. 사이드에 따르면 오리엔탈리즘은 서구에 내재된 오래된 편견으로, 아시아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틀을 말한다. 따라서 이것은 흑백논리적 사고의 결과물로 서양의 우월주의 신화에 다름이 아니다. 인용된 제시문에는 오리엔탈리즘 개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지만 문맥상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서양 우월주의의 문제점을 놓친 채 ‘본질에 대한 올바른 모방’을 말한 것(①)은 감점요인이 되겠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서양 선교사들의 생각처럼 복잡한 서양의 신문명의 본질을 단기간에 이해하고 모방할 순 없는 것’이란 서술(②)도 어쩔 수 없이 이어지는 실수가 되겠다. 서양 선교사들의 생각 자체가 서양의 우월성을 전제하는 뿌리 깊은 편견일 수 있다는 지적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③의 표현도 마찬가지다. 서양 문명을 ‘우월한 어떤것’으로 전제하고 ‘그 대상의 외형보다는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서술한 것이 그러하다. 이 칼럼을 읽는 수험생들이,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개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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