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의 핵심]"키워드를 통한 출제의도 파악과 출제의도 파악을 위한 키워드"
[논술의 핵심]"키워드를 통한 출제의도 파악과 출제의도 파악을 위한 키워드"
  • 대학저널
  • 승인 2013.03.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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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과형 논술 완전 정복 ⅩⅢ

논술고사 문제들에서 자주 나타나는 말로 키워드(Keyword)가 있다. 원체 많이 사용돼 외래어처럼 된 키워드란 무얼까? 사전적 정의로는 ‘주된 사상·주제를 나타내는 핵심어’를 뜻하는 말이다. 때론 핵심어라는 역어로 등장하기도 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논제들에 자주 사용돼 마치 한국외대 문제의 주요한 특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여기서 외연이 조금 확장되면 논제나 논점이라는 말로 변할 수도 있다.

키워드는 주어진 글의 논지를 파악하는 출발점이요, 동시에 종착점이 된다. 제시문은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으니 제시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선 키워드 파악이 필수적이다. 하나의 글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를 물을 때 바로 이 ‘무엇’에 해당하는 말이 키워드다.

단일 제시문에서 키워드를 찾고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술하라고 할 수도 있으나 대개 많은 문제들은 두 개의 제시문에서 공통의 키워드를 찾아 논지를 전개하길 요구한다. 서로 다른 글들을 이어주는 공통의 요소를 발견하는 독해력을 아울러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키워드는 두 글의 공통점이 된다. 이렇듯 제시문들은 해당 논제의 키워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특정한 키워드를 염두에 두고 관련된 지문들을 찾아 발췌하거나 인용했다는 말이다.

한국외대 논술고사에선 이런 키워드 추출을 요구하는 문제가 1번 문제로 배치된다. 이후 문제들에서 다루는 제시문들도 모두 이 키워드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특히 1번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키워드가 부정확하게 추출됐을 경우 이후 논제들에서도 논점이 애초부터 빗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키워드를 찾아냈다면 이후 제시문들을 분석하고 해석할 때 늘 이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

‘이 제시문은 키워드의 구체적인 사례인가 반례인가?, 긍정적인 사례인가 부정적인 사례인가?’ 등의 기준으로 제시문들을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키워드를 잊지 않고 제시문들과 문제를 거듭 읽을 때, 숨어 있는 출제자들의 눈길을 느낄 수 있다. 제시문들은 아무렇게나 해석하길 기다리며 이유 없이 끌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 출제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해 까다로워 보이는 문제일수록 그렇다. 키워드와 제시문의 관계를 살피며 출제자의 시선으로 문제를 해석하고 제시문을 분석해야 한다.


>> 이 달의 미션
키워드 추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논제를 다뤄보자. 한국외대 2011학년도 수시 2차 논술고사 문제다. 3번 문제가 특히 까다롭다. 키워드와 제시문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영문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 겁먹지 말고 용감하게 풀어보길 기대한다. 세 문제를 합해 시험시간은 120분이다.


[제시문A]
In a certain sense, life for everyone is a series of transitions ― a “passage from one state, stage, or place to another.” Each transition changes something in our lives. Some transitions are normal and progressive ― we expect them, as in the transition from infancy to childhood, or from middle age to old age. Sometimes these life transitions include physical moves from one place to another, such as when a young person goes to university in another town or city. In most cases, we know these transitions are coming and we have time to prepare for them. Other transitions, however, are sudden and abrupt1 ― such as the unexpected loss of a job, a serious injury, or the untimely death of a loved one.
- David C. Pollock and Ruth E. Van Reken, Third Cultuer Kids -
1뜻밖의

[제시문B]
(자료 1)
원래 하나의 漢字가 만들어졌을 때는 그 漢字에 상응하는 하나의 의미가 있었다. 이를 ‘本義’라 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 하려 할 때 그에 완전히 일치하는 漢字가 있으면 그것을 사용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漢字가 없고, 의미 연관이 있는 다른 漢字들만 있는 경우에는 부득이 그 漢字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였다. 이렇게 일시적으로 덧붙여진 의미는 점차 고정이 되었고, 결국 그 漢字는 본래 의미 외에도 덧붙여진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때 本義에 덧붙여진 의미를 ‘引伸義’라 한다. 예컨대 ‘日’ 字는 본래 太陽의 형태를 그려 만든 漢字로 그 本義는 ‘太陽’이다. 그러나 ‘대낮’이라는 의미를 표현하고자 할 때 이 ‘대낮’을 의미하는 글자가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대낮에 뜨는 太陽으로 그 의미를 대신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日’ 字는 후에 ‘대낮’의 의미도 갖게 되었는데, 이 ‘대낮’이라는 의미가 바로 引伸義이다. 이외에도 ‘日’ 字에는 ‘하루·일·날’, ‘때·철’ 등의 의미가 있는데, 이 역시 太陽과 관련하여 생겨난 引伸義이다.
- 이규갑, 『漢字學敎程』-

(자료 2)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 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西山)마루에 걸리었다. /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김소월「, 초혼(招魂)」 -

(자료 3)
Eating is an instrumental act. We eat to fuel the body. But eating is much more than its energetic function. Food, being necessary for life, is basic to culture. Indeed, one could put it much more strongly: the practices of production, preparation, and ingestion1 of food make up much of the substance of moral and social order. Foods define racial, regional, religious, national, class, and cultural identity. Most fundamentally, however, eating is a moment of ontological2 transformation3: it is when what is not you ― not rational and not animate at the time you consume it ― starts to become you, the rational being who ultimately decides what foods to consume. Flesh becomes reason. We are, literally and fundamentally, what we eat. The material transformation is simultaneous with the possibility of the transformation in attitudes about ourselves and about the world. A temperate4 person is someone who eats temperately; a powerful person is someone who gets an 8 o’clock table at the exclusive Ivy restaurant; a vegetarian shows respect for life.
- Steven Shapin, The Great Neurotic Art -
1음식물 섭취 2존재론적 3변형 4절제하는

(자료 4)
인간의 몸에 깃든 신이라는 생각은 일반적으로 미개 사회(primitive society)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은 인간의 몸에 일시적으로 머물 수도 있고, 인간이 죽을 때까지 머물 수도 있다. 신이 일시적으로 머물 경우, 신은 인간의 몸을 완전히 점유하기도 한다. 신을 받아들인 사 람은 전신을 떨거나, 격하게 몸을 움직이고, 또 흥분된 얼굴을 보여 주는데, 몸속에 들어온 신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그 사람의 인격은 활동이 정지된 상태로, 이 이상한 상태에서 하는 모든 말은 그 사람 속에 거처하면서 그를 통해 말하는 신 혹은 정령의 음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신이 항구적으로 몸속에 머물 경우, 사람들은 그 사람을 신과 같이 여기며, 그에게 기도와 제물을 바친다. 이러한 인간신(人間神)들은 대체로 순수하게 초자연적이거나 영적인 기능만을 갖지만, 어떤 경우에는 최고의 정치적 권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그들은 신인 동시에 왕이 되며, 이때의 정치는 신정(神政)이 된다.

이런 신과 같은 인물을 살해하는 관습이 있는 곳도 있는데, 여기에는 살해된 신적 인물의 혼이 계승자에게 옮겨진다는 생각이 포함되어 있다. 실루크(Shilluk) 족은 어떤 전형적인 형식으로 신적인 왕을 죽이는데, 이들은 왕조를 창설한 존재의 신성한 영혼이 그 왕을 계 승한 모든 사람들에게 내재한다고 믿고 있다. 인간의 몸으로 변한 신의 영혼은 그가 깃들었던 사람이 죽으면 또 다른 존재로 옮겨가 되살아난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죽음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폭력에 의해 죽을 경우에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죽어가는 사람의 영혼이 계승자에게 옮겨진다는 생각은 확실히 미개 민족에게는 아주 친근한 것이다. 니아스(Nias)에서는 일반적으로 장남이 추장을 계승한다. 그러나 어떤 육체적 혹은 정신적 결함 때문에 장남에게 통치자로서의 자격이 없을 때, 부친은 어느 아들을 계승자로 삼을지 죽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후계자로 된 그 아들이 계승자로서의 권한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추장의 마지막 숨과 영혼을 자기의 입이나 자루 속에 붙잡아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추장의 마지막 숨을 붙잡은 사람은 계승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추장의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형제들, 때로는 외부사람들까지도 죽어가는 사람 주변에 모여들어 빠져 나가는 영혼을 붙잡으려 한다.

때로는 왕과 그 전임자의 영혼 사이의 정신적 결합이 전임자들의 신체의 일부분을 소유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그리고 또 때로는 새로운 왕은 왕통(王統)의 주술력이나 그 밖의 덕을 한층 더 확실하게 계승하기 위해 죽은 왕의 유해의 일부를 먹지 않으면 안 되었다.
- James G. Frazer, The Golden Bough -

〔문제 1〕 <제시문 A>와 <제시문 B>를 활용하여 (자료 1)과 (자료 2)를 비교 분석하시오. (600자 내외)
〔문제 2〕 <제시문 A>와 <제시문 B>를 활용하여 (자료 1)과 (자료 2)를 비교 분석하시오. (600자 내외)
〔문제 3〕 ① <제시문 A>의 핵심어와 대비되는 (자료 3)의 핵심어를 찾아 쓰고 그 근거를 제시하시오. (300자 내외)
② (자료 3)의 핵심어와 <제시문 A>의 핵심어를 바탕으로 (자료 4)를 분석하시오. (500자 내외)


>> 논제 해설
학교 측에서 밝히는 논술고사 문제의 주제는 ‘전이(Transition)’다. 이것을 핵심 주제로 해 <제시문>과 (자료)를 구성하고 문제를 만들었다고 한다. <제시문>과 (자료)는 주제와 관련한 개념적 논의와 다양한 학문 분야의 사례들을 담고 있다. 학교 측은 ‘문제는 <제시문>과 (자료)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 <제시문>과 (자료)의 상관관계를 적절하게 읽어내는 능력,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하나의 문제를 분석하는 통합적인 사유 능력을 측정할 목적으로 구성됐다’고 말한다. <제시문> 하나와 (자료) 하나는 영문으로 구성됐는데, 소위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의 매체가 되는 외국어 실력, 특히 영어 실력의 선취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바탕을 둔 한국외대의 교육정신 때문이라고 한다. 영문들은 현재 고등학교 교과과정 영어 교과서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정도이고, 분량도 200단어 이내여서 의미 파악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논제1 : 학교 측 설명에서 본 바와 같이 제시문 A와 제시문 B를 묶는 공통적인 핵심어는 ‘전이’다. 적지 않은 답안들에서 핵심어로 ‘변화’나 ‘변천’, ‘전환’ 등을 꼽았는데 성급하고 안일했다는 인상을 준다. 말 그대로 ‘공통적인’ 핵심어는 양 제시문에 모두 등장하는 것을 고려했어야 한다. 출제자들은 Transition이라는 단어를 ‘전이’로 해석할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제시문 B에서도 전이라는 용어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공통적인 핵심어를 먼저 제시한 후, 각 제시문의 요지를 서술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각 제시문의 내용을 단순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이 핵심어를 중심에 두고 요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 요약으로 흐를 경우, 논지의 집중력이 떨어지게 돼 감점을 면하기 어렵다. 각 제시문에는 모두 전이의 두 가지 양상이 나타나는데 이것들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논제 2 : 앞 논제에서 찾은 것처럼 제시문 A와 B의 핵심어인 전이로 (자료 1)과 (자료 2)를 비교해야 한다. 비교대상의 자료들이 갖는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비교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요한 것은 차이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 두 자료는 크게 다를까? 모두 어떤 전이의 양상이 나타난다는 점은 공통적이라 하겠다. 따라서 제시문들의 전이 개념으로 가볍게 서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여기서 답안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은, (자료 2)에서 연인을 잃은 시적 화자의 심리적 상태가 제시문 A에 나오는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는 것을 발견하느냐의 여부다. 예측불가 능하고 갑작스런 사태를 맞아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경험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태로 전이하는 것이 바로 제시문 A에 나온 두 번째의 전이 유형과 일치한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논제 3 : 문제 자체가 말하듯 자료 3의 핵심어는 제시문 A의 핵심어와는 다른 것을 요구한다. 자료 3의 핵심어는 변형 (Transformation)이다. 자료 3은 음식물을 섭취하는 행위를 설
명하면서, ‘존재론적 변형’을 가장 근본적인 것이라고 강조하며 서술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니 이 ‘변형’이라는 핵심어를 추출하는 것은 과히 어렵지 않겠다. 문제 3의 ②에 주목하자.
이것이 출제자들의 시선과 문제의 구성원리라는 비밀을 보여준다. 문제를 꼼꼼히 읽어보면 출제자들이 제시문 A와 자료 3에서 ‘전이’와 ‘변형’이라는 두 개의 핵심어를 각각 추출할 것을 기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료 4를 분석하라고 했으니, 출제자들은 자료 4에는 ‘전이’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과 ‘변형’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모두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지?
그러니 관건은 자료 4에서 전이와 변형에 해당하는 부분을 정확히 구분하여 지적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논제1 우수 답안)
제시문 A와 B의 핵심어는 ‘전이’라고 할 수 있다. A는 인생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이를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B는 국제 패권의 전환에 따른 체제의 변화에 대해 설명한다.
먼저 제시문 A는 인생에서 마주치는 전환점을 두 종류로 나눈다. 첫째는 자연스러우며 점진적인 전이다. 사람들은 이런 변화들에 대해 예상하고 준비할 수 있다. 반면에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전이도 존재한다. 이들은 대체로 부정적이며 예측과 대비가 어려운 경우다.

제시문 B는 국제관계에서 패권의 전이가 일어날 때의 두 가지 경우를 말한다. 첫째, 기존체제를 바꾸고자 하는 강대국이 패권을 잡으려면 전쟁을 일으키고 승리하여 새 체제를 설립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체제에 만족하는 새 국가에게로 패권이 옮겨갈 때에는 전쟁 등의 갈등 없이 평화로운 세력 전이도 가능하다.

(평가)
논제 1은 많이 보는 쉬운 유형의 문제다. 핵심어를 찾아 쓰고 나선 개별 제시문의 요지를 서술(=요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답안은 두 제시문의 공통적인 핵심어 ‘전이.를 정확히 찾아냈고, 각 제시문의 요지도 이 개념을 중심으로 잘 서술했다.

(논제2 우수 답안)
자료 1과 2는 각각 문자의 발전과 사람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전이에 대해 말하지만, 그 모습은 크게 다르다. 자료 1에서 보여지는 한자에 있어서의 의미의 전이는 서서히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데 반해, 2에서는 갑작스럽고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전이가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1을 살펴보면 한자의 본래 뜻이 다른 표현들과 의미적 연관을 맺으며 새로운 뜻이 추가되는 것이 나타난다. 이 변화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 자리를 잡아간다. 마치 제시문 A에서 사람들이 예측 가능한 전이를 거치며 바뀌는 것과 같다. 문자의 기본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부수적인 의미가 추가되는 것도 제시문 B에서 기존 체제가 유지되며 패권국만 바뀌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자료 2에서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런 죽음을 경험하는 화자의 모습은 제시문 A에서 말하는 갑작스런 전이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준다. 화자의 슬픔과 혼란은 극단적인 고통을 표현하는 처절한 시어들로 형상화되어 나타난다. 이런 사별은 사전에 예상할 수 없었기에 더욱 더 큰 고통과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평가)
논제 2에선 비교적 실패한 답안들이 많았다. 가장 위험한 답안들은 자료 2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됐다. 시 속에서 화자가 왜 비탄에 잠겼는지, 그가 사랑하던 연인이 어떻게 된 건지 짐작하지 못한 글들이 그러하다. 시적 화자가 돼 시어들을 깊이 느껴보는 감수성이 있어야겠다.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 절망하는 화자의 슬픔을 이해했다면 제시문 A에 나타나는 두 번째 유형의 전이 양상으로 설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이 답안은 각각의 기능이 분명한 문단들로 짜임새 있게 답했으며, 자료 내용 이해도 정확해서 좋은 인상을 준다.

(논제3 우수 답안)
제시문 A, B의 전이와 대비되는 자료 3의 핵심어는 Transformation 즉, 변형이다. 자료 3은 먹는 행동이 단순한 에너지 보충의 기능을 넘어서 근본적으로 존재론적 변형의 순간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자료 3은 존재론적 변형의 순간이,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가를 정하는 이성적 존재로 변형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다른 말로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을 통해서 그 존재가 정의될 수 있고 변형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료 3은 절제하는 사람은 음식을 먹음에 있어서 절제하고, 힘 있는 사람은 화려한 식당에서 만찬을 즐기며, 채식주의자는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을 그 예로 들고 있다.

자료 3의 핵심어인 변형과 제시문 A의 핵심어인 전이를 바탕으로 자료 4를 분석해보면 자료 4에는 변형과 전이가 모두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4의 내용을 간단히 보면 미개 사회에서 신이 깃든 몸이라는 생각과 이런 신적 인물을 살해하는 관습이 나온다. 전자의 사고방식은 자료 3의 핵심어인 변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신의 영혼이 인간의 몸으로 육화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일개 인간이 신적인 인물로 변한다는 것은 자료 3에서 말한 인간의 존재론적 변형의 순간이라 볼 수 있다. 일부 사회에서 죽은 왕의 유해의 일부를 먹는 관습은 이런 존재론적 변형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후자의 관습은 제시문 A의 핵심어인 전이로 설명될 수 있다. 살해된 신적 인물의 혼이 계승자에게 옮겨진다는 것은 그의 혼이 다른 사람에게로 전이되는 과정인 것이다. 즉, 신의 영혼과 신성이 전임자에게서 계승자에게로 옮겨진다는 발상이 바로 전이에 해당하
는 것이다.

(평가)
가장 까다로운 논제 3에서 성공을 거둔 빼어난 답안이다. 핵심어 추출이 정확했고, 이를 적용한 자료 분석도 아주 예리했다. 내용에 따라 적절히 문단을 나눠줘 가독성도 높다. 이 답안을 음미하고 나서 문제와 제시문, 자료를 다시 읽어보길 바란다. 논제의 취지에 정확히 부합하는 답안이 무엇인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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