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독서력, 평생 간다"
"어린 시절 독서력, 평생 간다"
  • 김준환 기자
  • 승인 2013.03.26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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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학고-서울대 진학한 아들을 둔 최정미 씨

독서의 중요성과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특히 어린 시절 다져진 올바른 독서 습관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학습과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아이들의 독서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이 깊다. 하지만 가정에서 아이들의 독서지도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정 내 독서지도 교육을 강조하는 최정미(47) 씨는 올해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각각 진학한 두 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이 중 첫째 아들은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물리천문학과에 입학한 수재다. 특히 서울과학고는 2013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 81명을 배출, 전국 1위를 차지한 학교로도 유명하다. 첫째 아이는 과학고에 다니면서 내신 대비학원이나 심층대비 학원을 따로 다니지 않고 학교 교육에 충실했다. 그 결과 평점 4.17(만점 4.50)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졸업했다. 이러한 성과는 최 씨가 아이의 어린 시절부터 내실 있게 지도해 온 독서교육 지도가 밑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

최 씨는 “저 역시 어린 시절 ‘책벌레’로 통했고 시골에 살 때도 학교 다음으로 책이 많은 곳이 우리집이었다”며 “결혼 후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원하는 책은 언제든지 구해줬다”고 독서 예찬론을 펼쳤다.

현재 최 씨는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늦깍이 학생이기도 하다. 교대를 졸업한 그는 불혹이 훌쩍 넘은 나이지만 교육대학원에서 ‘초등학교 상담학’을 전공하며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최근에는 집 안에 텔레비전을 없애는 대신 책 보는 시간을 늘리면서 더욱 자연스럽게 독서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처럼 어린 시절 자녀 교육의 핵심을 ‘독서’라고 강조한 최 씨에게서 올바른 독서교육 비법의 조언을 들어봤다.

어린 시절 부모의 ‘先讀書’가 ‘善讀書’다
최 씨는 먼저 연령별·시기별 독서의 방법과 중요성에 대해 얘기했다. 최 씨는 아이가 어렸을 적 육아교육과 조기교육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다. “육아 교육 전문가들이 쓴 ‘영재교육’에 관련된 책들을 보긴 했지만 아이의 연령대에 맞는 지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아이를 위한 독서 교육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시중에 나온 독서법을 무조건 따라하기보다는 아이의 상태에 맞춰 독서를 시키기로 마음 먹었어요.”

첫째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숫자에 유독 강했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삼국시대, 고려, 조선의 왕 이름을 줄줄 꿰면서 특정 왕 시대의 역사적 사건 연도를 정확히 기억해냈다. 이런 아이의 특성을 고려해 최 씨는 주로 역사, 위인전과 같은 도서를 많이 읽혔다.

그렇다면 독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책에 관심을 보일 수 있을까? 최 씨는 일단 책읽기를 억지로 강요하기보다는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독서 수준이 낮은 아이에게 만화나 이해하기 쉬운 책부터 시작하는 것은 괜찮다고 봐요. 하지만 계속 이런 책만 읽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해요. 특히 요즘 나오는 교육용 아동 만화 시리즈 같은 경우 전달하는 지식도 굉장히 적고 쓸데없는 이야기나 제스처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최 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일 경우에는 관심 있는 책만 골라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도록 하는 독서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중요한 게 아이들에게 책만 제공할 게 아니라 부모가 먼저 읽어보는 습관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즉 부모의 선독서(先讀書)가 선독서(善讀書)인 셈이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연개소문’과 관련된 책을 보고 있었는데 방에서 나오지 않고 숨어서 보는 것 아니겠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책에서 19금(禁)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자주 나왔어요. 이후 어린 아이에게 무작정 책을 읽게 하기보다는 일단 부모가 먼저 읽어본 후 책을 골라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연령에 적합한 책인지도 판단할 수 있고, 책을 다 읽은 후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토론거리도 생기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최 씨는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학습량이 많아지고 학업 수준도 높아지기 때문에 독서 활동이 어려워지는 게 한국교육의 현주소”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더구나 아이가 고등학생 정도 되면 그 때는 부모의 입김에 아이의 태도가 쉽게 바꿔지지도 않는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려서부터 가져 온 독서 습관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정도면 충분해요. 대신 계열이나 진학할 학과와 관련된 전문서적이나 입시와 관련된 수필, 소설, 장편 등을 꾸준히 보도록 옆에서 지도해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능적 독서기술 강조…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다음으로 최 씨는 기능적 독서기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가 얘기하는 기능적 독서란 책을 한번 읽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사실 좋은 책을 반복해서 본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느 정도 반복된다면 처음 읽을 때 간과했던 내용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눈에 띄게 좋아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어린 시절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었던 내용들이 어른이 돼서도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저 역시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일전에 학교 수업 시간 도중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나오는 구두쇠인 스크루지를 설명하면서 학생들에게 ‘구두쇠와 관련된 책이 또 뭐가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학생들이 제대로 대답을 못했는데 저는 어렸을 때 반복해서 읽었던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구두쇠 샤일록이 바로 생각났죠.”

최 씨는 어린 시절 책 읽는 습관이 중요한 이유를 뒷받침하는 다른 경험담을 또 들려줬다. “지난해 황석영 작가의 장길산(12권) 시리즈를 둘째 아이와 함께 읽었어요.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보니 역사적인 배경, 정치사회적 상황, 시대정신, 천민들의 애환 등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면서 읽는 데 집중했죠. 12권을 모두 읽고 났더니 세부적인 내용은 잘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아이는 구체적인 내용들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었어요.” 어린 시절 반복해서 책 읽는 습관이 왜 중요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 씨는 반복해서 책을 읽으면 학습능력도 몇 배 이상 향상된다고 말한다.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해력과 암기력 등이 자연스럽게 길러지기 때문에 학습능력 신장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첫째 아이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등 고대 철학자들이 나오는 책들을 너무 빨리 읽었다고 해서 책 내용을 물어본 적이 있었죠. 다소 어려운 철학 사상과 윤리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책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번 반복하는 책 읽기 습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독서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아라
최고의 공부법보다도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이 중요한 것처럼 독서습관 역시 자신의 진로에 맞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보다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이러한 독서 습관은 자신의 진로를 명확히 하는 데 더 빛을 발하게 된다.

최 씨 아이의 경우도 그랬다. 중학교 때부터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과 관련된 전문서적을 많이 접하면서 자신의 꿈이 확고해졌다. 특히 물리 과목과 관련된 일반서적을 집중적으로 읽다보니 양자역학 쪽으로 전공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생기게 된 것이다.

최 씨는 “아이가 모 대학의 영재교육원(과학과정) 시험에 떨어진 이후 자신감을 잃게 됐다”며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과학 학원에 등록시켰지만 학원 수업에 의존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겨 그만두게 했다”고 말했다.

“이후 영재고를 목표로 한 아이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전문서적과 대학교재를 주로 보기 시작했죠. 고등학생 시절에는 수학·과학 위주의 단행본과 대중적인 과학 서적을 즐겨 보면서 자신의 진로가 점점 구체화됐어요. 게다가 진로에 맞는 독서습관과 함께 학교에서 진행된 진로 관련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꿈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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