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의 핵심]“어려운 문제, 간명한 답안 vs 쉬운 문제, 치밀한 답안”
[논술의 핵심]“어려운 문제, 간명한 답안 vs 쉬운 문제, 치밀한 답안”
  • 대학저널
  • 승인 2013.03.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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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의 핵심 통합교과형 논술 완전 정복 ⅩⅡ

일견 어려워 보이나 쉬운 문제(①)도 있고, 쉬워 보이나 어려운 문제(②)도 있다. 물론 최악은 어려워 보이면서 실제로도 어려운 문제일 것이고, 최선은 쉬워 보이며 실제로도 쉬운 문제일 것이다. 마지막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 물론 이런 문제는 그리 많지 않다. 변별력이 떨어지면 선발시험으로서의 기능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경우도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변별력이 지나치게 높다 못해 거의 아무도 제대로 답할 수 없기에 또한 변별력이 없어지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흔한 유형은 어려워 보이나 실은 쉬운 문제와 쉬워 보이나 실제론 쉽지 않은 문제라고 하겠다.
지금까지 이 칼럼에서 다뤄온 문제들이 대개 ①번 유형에 속하니 새삼 재론하진 않겠다. 앞으로도 많이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까다로운 것은 ②번 유형의 문제라고 하겠다. 쉬워 보여서 안일하게 해석한 탓에 답안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니까 말이다. 그럼 이런 유형의 문제는 어떻게 예민하게 알아볼 수 있을까? 만약 그런 묘방이 있다면 바짝 긴장하고 심도 깊은 접근을 하려고 주의를 기울일 수 있을 테니 말야.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연속된 두 논제의 답안이 서로를 거울처럼 바라보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1번 논제와 2번 논제의 답안이 마치 Y축을 기준으로 대칭하고 있는 듯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두 논제를 모두 분석한 후 답안의 가닥을 정리해보니, 앞의 답안을 뒤집어 서술하기만 하면, 뒷 문제의 답안이 된다면 이상하지 않니? 만약 실제로 그렇게 답할 것을 기대한다면 이는 상당한 시험시간을 할애해 지면을 채우는 수고에 비해, 평가의 효용성이 떨어지니 말야. 이런 문제의 경우 대개, 두 번째 논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 논제에서 다룬 것과 다른 무언가를 출제자들이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왜 이런 문제를 냈을까? 무언가가 더 있지 않을까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두뇌 엔진을 터보로 가속해서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 상황을 살펴보고 그렇게 걸러지는 논거들을 치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만약 이런 무언가를 발견해낸다면 답안의 완성도는 크게 차별화될 수 있으니 만큼 수고할 만 한 가치는 충분하다.
이 달의 미션에서 다루는 서울대학교 논제가 바로 이런 유형에 해당한다. 좋은 실전적인 경험이 될 수 있으니,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도전해보길 권한다. 서울대 논술고사는 5시간 동안 도합 5000여 자에 이르는 문제들로 구성되고 1단계 합격자들만 시험을 치르는 만큼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궁금증을 가진 학생들도 많이 있을 것이고, 정체를 몰라 두려움을 갖는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최근 출제 경향을 보면 크게 제시문들을 기준으로 세 문항 세트가 주어지고, 각 문항에 두세 개의 논제가 묶여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문제 수가 많아 시험시간이 긴 것일 뿐, 각각의 문제의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니니 미리 겁을 먹는 일은 없어야겠다. 서울대를 꿈꾸는 전국의 우수한 수험생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논술능력은 학교를 가리지 않는 만큼 누구든지 이 논제를 통해 좋은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 이 달의 미션
서울대 2012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 2번 문항을 소개한다. 논제의 난이도가 잘 조절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어렵진 않으니, 겁먹지 말고 작성해보길 권한다. 특히 서울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반드시 작성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두려움에 맞서지 않으면, 두려움은 더욱 큰 괴물이 되는 법이다. 특이하게 각 문제의 규정자수가 지정되지 않고, 세 문제를 합하여 분량이 지정된 만큼, 각 문제에 어느 정도의 분량으로 답할지 미리 정해놓고 답해야 한다.
 


>> 논제 해설
학교 측에서 밝히는 출제 의도와 문항 설명은 다음과 같다.

출제 의도
.사회문화, 경제 교과서에 산재된 개념들(공동체의식, 이질성, 지니계수 등)을 연계하여 사유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두 변수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사용하여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분석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또한 다양한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들의 개별적인 의미와 이들의 복합적인 관계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논리적인 추론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이것만으론 학교 측의 평가기준이나 답안의 기대내용을 알 수 없으리라. 논제 1에 답하기 위해선 제시문을 면밀히 독해해 내용 자체를 잘 숙지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면 x, y, z 세 변수 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변수 x, y, z 간의 가설적인 인과관계를 나타낸 그림의 화살표 방향을 고려하면 x, y, z 세 변수 간의 관계는 쉽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언어적 이질성이 소득이질성과 공동체 의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소득이질성도 공동체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 가설의 주된 내용이다. 이걸 그래프 1-a ~ 1-c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논제 2가 되겠다. 그래프 2-a와 2-b가 단순히 그래프 1-a와 1-b의 반대 의미를 내포하는 것에 그친다면 너무 쉬운 문제가 된단 말이다. 여기서 무언가를 더 떠올려 보아야 할 것이다. 적지 않은 국가들에서 왜 이런 데이터 유형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 의미는 무엇일까를 치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언어적 이질성이 소득이질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유를 인종 간, 민족 간 차별이 없는 성숙한 사회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할 수 있다면 예리한 답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과 교과서들에 소개되는 ‘샐러드 그릇 다문화 사회 모델‘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겠지.
같은 방식으로 고려하면, 소득의 이질성(y)이 높아도 공동체 의식(z)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회는 일반적으로 시장 경쟁과 노력에 따른 보상을 당연시하는 문화를 가졌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계층 이동이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에 하위 소득 계층에서도 반사회적 불만을 피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도 있겠다. 상위 소득 계층이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하는 건강한 문화를 갖고 있다면 계층 간 갈등이나 불화도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겠지. 이런 다양한 가능성들이 y와 z의 상관성을 약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다민족, 다인종 국가에 비해 단일민족 국가들의 공동체의식이 더 높겠지만 이건 논제의 전제 자체에서 벗어나니 언급하면 안 되겠지.
논제 3은 답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제껏 언급된 내용을 고려하여 공동체의식의 강화방안을 제시하면 되겠다. 다만, 논제 1과 논제 2의 두 유형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또한 주어진 자료의 제약을 염두에 두고 언어이질성 극복과 소득이질성 완화를 주된 논거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올해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의 답안을 예시한다. 우수답안이라고 명명하지 않은 데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변별력이 높은 2번 문제에서 안일하게 답해 상당한 감점을 당했다. 이 실패가 있었기에 이 학생은 더욱 강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실패는 늘 있는 법이다. 다만 실패에서 배우지 않으려는 나태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논제1 평가용 답안) ····························································································
그래프 1-a는 언어이질성과 소득이질성 두 변수 간 양의 상관관계를, 그래프 1-b와 1-c는 x축 데이터와 y축 데이터 간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즉 그래프 1-a를 통해서는 언어의 이질성이 높아질수록 소득의 이질성 즉, 소득의 불균등성도 또한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그래프 1-b와 1-c는 각각 소득의 이질성이 높을수록 또 언어의 이질성이 높을수록 자원봉사율이 줄어든다는 것을 나타낸다. 즉 언어가 불일치하면 소득도 불균등해져 사회 구성원의 이질성은 높아지고, 사회 구성원의 이질성이 높을수록 자원봉사율 즉 공동체의식은 줄어 드는 것이다.①

(평가) ··············································································
논제 1은 어렵지 않았다. 본격적인 논의를 전개하기 위한 도입 논제의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 답안은 전체 분량을 고려하여 270자 정도를 할애하여 응답했다. 각각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는 기본적인 데이터 간 상관관계를 무난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논제 2를 고려할 때, ①의 기술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하겠다. 국가 A에 한하는 데이터를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서술한 것은 감점을 유발한다.

(논제2 평가용 답안) ··············································································
국가 B의 x, y, z 간의 관계는 국가 A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프 2-a를 보면, 데이터의 분포가 뚜렷한 경향을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에 있어 원의 모습을 나타낸다.
언어의 이질성과 소득의 이질성 간에 아무 인과관계가 없는 것이다. 그래프 2-b의 소득이질성과 자원봉사율도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래프 2-c의 언어이질성과 자원봉사율은 뚜렷한 반비례 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국가 B의 분석 결과는 언어이질성에 따라 소득이질성과 자원봉사율이 달라지고, 소득이질성에 의해 자원봉사율이 달라졌던 국가 A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국가 B는 언어이질성과 소득이질성이 서로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다. 또 같은 사회구성원의 이질성을 나타내는 지표지만 소득이질성은 자원봉사율 즉, 공동체의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언어이질성은 공동체의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언어가 다양할수록 공동체의식은 사라지는 것이다.

(평가) ··············································································
이 답안의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왜 그럴까? 일단 외양만 보면 1번 답안과 거의 유사한 면을 보이고 있기에 자료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해석한 듯 보인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치명적인 약점이 숨어 있다. x축 변수와 y축 변수의 관계로 그래프의 의미를 해석한 것 자체는 틀리지 않지만, 두 국가 유형 사이의 중요한 차이점을 도출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프 2-a에서 언어의 이질성과 소득의 이질성의 뚜렷한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국가는 민족, 인종 간 화합이 잘 이뤄지는 다문화사회라는 평가를 끌어낼 수 있었다면 치밀한 답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프 2-b도 이런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살펴
보면 의미 있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소득의 이질성이 높아져도 자원봉사율로 대표되는 공동체의식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이 사회의 시민의식이 매우 성숙한 수준임을 보여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회구성원들 내부의 일반적 신뢰 수준이 높다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상위 계층의 특권의식이 높지 않고, 계층 간 격차가 고착화되지 않아 계층 이동에 대한 낙관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점들을 지적할 수 있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논제 2는 논제 1에 비해 깊이 있는 분석을 요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설명을 읽은 다음 다시 한 번 문제의 그래프를 분석적 시선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논제3 평가용 답안) ··············································································
논제 1과 2를 통해 국가마다 지표 간에 여러 형태의 인과관계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논제 2를 보면 국가 A보다는 국가 B와 같은 그래프의 양상을 나타내는 국가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소득의 이질성보다는 언어의 이질성을 더 중요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선, 공용어를 정하되 한 개에서 두 개까지로 제한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국민들이 쓰는 여러 가지의 고유어를 무시하지 않는 선에서 공용어의 교육을 강화하고 공용어의 개수를 줄여야 한다. 공용어가 너무 많은 인도의 경우 공동체의식이 낮고 사회가 통합되지 않아 상당히 불안정한 사회를 이루고 있음을 참고해 보면 공용어 제한의 필요성은 명백해진다.
그러나 국가 A같은 나라도 있기 때문에 소득의 이질성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득의 이질성이 커질수록 공동체의식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빈부격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소득층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저소득층에겐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모두가 원하는만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에서 저소득층을 지원하여 대학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평가) ··············································································
주어진 자료에서 문제점들을 합리적으로 지적한 덕분에 개선방안도 쉽게 도출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개선방안의 논리적 근거도 나무랄 데 없다. 세 문단 구성이 논제의 요구에도 부합한다. 각 문단의 기능이 뚜렷하다. 문단의 외형을 볼 때, 예정한 분량에 맞추기 위한 의식적 고려도 느껴진다. 짧지만 논지의 통합적 구성 능력이 잘 드러나는 답안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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