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엇박자'
[기자수첩] '엇박자'
  • 이승환 기자
  • 승인 2021.07.2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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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한 지역 출신 학생을 위해 최대 1천만원의 입학 장학금을 지급하는 시·군 단위 지방자치단체가 전국 9곳에 이른다.

대학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거나 중·고등학교 모두 혹은 고등학교만 졸업했는지에 따라 지원액에 차이는 있지만, 장학금을 지원하는 데는 다름이 없다.

심지어 충북의 한 지자체는 대학을 가, 나, 다 군으로 분류해 장학금 지급 기간에 차등을 둔다. 가군이 물론 가장 지명도 높은 대학이다. 뿌리 깊은 대학 서열화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는다고 볼 수 있는 지방 지자체가 가장 앞장 서 서열화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학벌주의를 부추기고 지역 출신 학생의 능력과 가능성을 오직 대입 경쟁의 결과만으로 재단하는 지자체의 장학금 지급에 대해서는 그간 논란이 계속돼 왔고, 교육 관련 시민단체의 진정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2월 장학금 지급 기준을 개선하라고 지자체에 권고했다.

장학금 정책 개선 요구와 인권위 권고에 따라 명문대 입학 장학금을 지급하는 지자체는 2018년 38곳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몇몇은 장학금 지급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박자가 어긋나도 심하게 어긋난 것은 아닐까. 지자체는 과연 현재 상황이 학생들의 서울 유학을 장학금을 줘 가며 장려만 할 때인가 심각히 생각해봤으면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특히 지방대의 어려움이 가속화되면서 정부는 수천억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 붓고 각종 규제까지 풀며 지방대 살리기에 힘 쏟고 있다. 지방대 위기가 곧 지역의 위기라며 내놓은 교육부 차원의 정책도 올해만 서너 개에 이른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까지 처한 지자체도 여럿이다. 해당 지자체는 관내 거주인구를 한명이라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이다. 관내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이 주소를 이전하면 장학금을 주는 이벤트까지 할 정도다.

이처럼 학생을 한 명이라도 주소를 지역으로 옮기기를 고대하는 지자체가 있는 상황에서 몇몇 지자체가 관내 학생의 서울 유학을 장학금을 통해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엇박자다.

명문대 입학 장학금 취지에는 일부 공감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기 힘든 현실 속에서 이를 극복하고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해 고향의 이름을 빛내는 학생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라면 좋다.

다만 장학금 수혜 대상을 대학의 이름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다.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그 인재가 지역발전에 기여해야 할 텐데 그런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지부터 지자체는 고민해야 한다. 과연 그 인재는 장학금을 선뜻 내어 준 지역을 위해 ‘기꺼이’ 고향으로 돌아올 것인가?

지자체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지속하려 한다면 장학금 수혜 대상과 폭을 넓혀야 한다. 서울로 유학 가는 학생 뿐 아니라 지역에 정착하려는 다수의 학생 중에서도 장학금 지원 자격을 갖춘 학생에게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

정주하며 지역 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는데 애초 목적이 있다면 그에 맞게 장학금을 운용하면 된다. 대학 네임밸류를 떠나 스마트한 농촌을 만들어 갈 능력을 키우고 있는 농축산 계열 학생, 지역에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예비교원 등으로 수혜 대상을 다양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장학금의 애초 목적에 부합할 것이다.

명문대 입학에 환호만 할 것이 아니다. 숨 고르고 박자에 호흡을 맞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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