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과정과 연계돼도 논술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
교과과정과 연계돼도 논술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
  • 백두산 기자
  • 승인 2021.06.1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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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술칼럼 - 안홍열 로고스논술구술학원 팀장 ]

[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대학마다 논술 시험의 문제 유형은 다르지만, 최근 3년간 각 대학의 논술 출제 경향에 큰 변화는 없었다. 이전부터 논술전형을 실시해 온 대학들은 대부분 문제 유형을 그대로 유지했고, 학생들이 ‘혼자서도’ 논술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마다 <논술가이드북>과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를 제공했다. 그러고는 논술 시험이 어렵지 않다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에는 나름의 타당한 근거가 있다. 논술 시험의 주제는 교과과정의 학습목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교과서에서 발췌한 제시문의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이른바 교과과정과의 연계성을 높여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의 기대와 달리 학생들이 체감하는 논술의 난이도는 매우 높다.
 

교과서라고 모두 쉬운 것은 아니다

대학이 교과과정과 연계해 논술 시험을 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문제는 교과서에서 다루는 내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독서』에 실린 인문사회과학의 고전들, 『윤리와 사상』이나 『생활과 윤리』에 망라된 이름 있는 학자들의 이론, 『문학』에서 다루는 고전소설이나 현대시 등은 한번에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은 편이다. 그런 까닭에 제시문을 교과서에서 발췌해도 학생들은 ‘교과서에 실렸던’ 어려운 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교과서는 어려운 내용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교과서는 한 권의 좋은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생들이 교과서를 읽으며 공부하진 않는다.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EBS교재를 비롯한 각종 수험서가 수업의 주교재로 활용된다. 학생들은 주요 개념만 암기해 반복적으로 문제를 풀지만, 그 개념을 누군가에게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공리주의가 무엇인지 물으면 곧바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고 대답하지만, 공리주의적 관점이 반영된 글이나 자료를 정확히 분석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어려움은 수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교육과정의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수능과 논술의 차이 - 읽기 vs 읽고 쓰기

수능 시험에서는 제한된 시간에 제시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은 후, 문제의 요구사항과 선택지의 내용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판정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학생들은 객관식 중심의 수능 시험에 대비하며 이러한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조금 어려운 문제라 해도, 다섯 개의 선택지들 중 확실하게 틀린 것을 제거해가며 정답 확률을 높이기도 한다. 또한 제시문을 읽으며 애매모호했던 내용을 선택지에 표현된 내용을 참고해 역으로 명료하게 정리하기도 한다.

반면 논술 시험은 제시문의 논지를 정확하게 분석한 후 논제 요구사항에 맞게 논리적으로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즉, 객관식 문제의 선택지와 같은 명료한 문장을 학생 스스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능력은 단순히 제시문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적절한 개념을 활용해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는 연습을 반복해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에 근거하여 (사)에 나타난 현실 인식의 문제점을 비판하시오.’라는 문제를 살펴보자. 여기서 (가)는 감각적 경험의 한계와 지적 경험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글이고, (사)는 학생들에게도 익숙한 채만식의 『태평천하』의 일부를 발췌한 글이다. 이 문제에 답을 하려면 우선 (사)에 나타난 윤직원 영감의 현실 인식을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가)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를 태평천하로 이해하는 윤직원 영감은 사회·역사적인 맥락은 고려하지 않고 개인적 경험에만 매몰된 왜곡된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

논술의 어려움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가)는 『독서와 문법』, (사)는 『국어』 교과서에서 발췌한 글로 독해 난이도가 높지 않았고, 심지어 채만식의 글은 끝까지 읽어보지 않았어도 많은 학생들이 안다고 생각할 만큼 익숙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렇듯 논술 시험의 출제 의도와 제시문의 난이도가 평이하다고 해도, 논제 요구사항을 적합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일은 어렵다. 특히 구체적인 사례나 소설은 상대적으로 쉽게 읽히지만, 다른 제시문과 연관지어 의미를 설명해야 할 경우 체감난이도는 상승한다. 수능 공부만 하며 내용 파악에만 몰두했던 학생들에게 글쓰기는 큰 장벽처럼 느껴질 만한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단 쓰자!

논술전형으로 선발하는 신입생 숫자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수시에 지원하려는 학생 중 논술전형을 완전히 배제하고 입시 계획을 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내신 성적이 낮아 학생부교과나 종합 전형을 포기한 학생, 수능모의고사 성적상 인서울 주요대학에 정시로 합격하기 어려운 학생에게 논술은 선택이 아니 필수다. 그러므로 논술이 어렵다고 무작정 피하지 말고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

우선은 글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글쓰기 실력은 무작정 많이 읽는다고 향상되진 않는다. 영어문법을 익히고 단어를 외우고 수많은 지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독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정작 쉬운 문장 하나 제대로 영작하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려보자. 꾸역꾸역 문장 하나를 완성했지만, 답지를 보면 정답은 매우 쉬운 문장인 경우가 허다하다. 글을 읽을 땐 너무나 쉬운 단어였고 이미 알고 있던 단어였지만, 글을 쓸 때는 바로 그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장을 한번 완성하고 나면 그 단어와 문장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

논술에 필요한 문장력을 키우려면, 일단 써야 한다. 문학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었다면, 문학작품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보자. 사회탐구 교과서에서 특정 사상을 배웠다면 핵심 내용을 정리해서 문장으로 표현해보자. 아니면 교과서에 설명된 내용을 차분히 베껴보자. 이렇게 한 문장 한 문장 완성해 나가며 생각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문장의 형식과 정확한 표현을 익힐 수 있다. 지금까지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다면, 지금부터는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는 데에도 노력을 조금 나누자. 제시문을 읽고 분석한 결과를 정확히 표현하는 능력이 향상되면, 그때부터 논술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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