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한 것이 모자란 것보다 낫다
[기자수첩] 과한 것이 모자란 것보다 낫다
  • 임지연 기자
  • 승인 2021.03.30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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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스포츠계에서 시작된 학교폭력(학폭) 가해자 논란이 전 분야로 퍼져 연일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본인이 했던 과거 행동이 현재를 만든다는 ‘부메랑 효과’라 말한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뜻이다.

이런 기사들을 보는 학부모들은 착잡한 심경을 감출 수 없다. 최근 학폭 수위가 성인도 감당하기 힘든 지경인데다 이전에는 신체적·물리적 가해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이전보다 더 교묘하고 대처하기 어려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학폭이다. 일명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이라고 불리는 온라인 학폭은 사이버 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뜻한다. 앱 매신저를 통한 사이버 학폭이 많은데, 최근에는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아침마다 대리출석을 시키는 등 화상회의 프로그램도 악용되고 있다. 

이같은 사이버 학폭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사이버 학교폭력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연수갑)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시·도교육청별 학교폭력 신고 및 조치사항’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학교폭력 7181건 중 1220건이 사이버 폭력이었다. 전체의 17%다. 사이버 폭력은 학교 폭력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대면수업이 이뤄지던 2018년 9.7%, 2019년 8%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폭 예방 및 대책으로 여러 제도들이 마련돼 대응이 훨씬 체계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나 해당 교육청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학교폭력 사안과 동일하게 처리를 하기 때문에 SNS를 탈퇴하거나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남기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한 사이버 학폭을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는 문제가 커질 것을 염려해 피해를 축소하거나 감추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과 교육청이 장기간 심의 과정을 거쳐도 결국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점도 문제다. 오죽하면 학교, 교육청에 알리기보다 경찰에 고발하는 등 법적 조치를 먼저 하겠다는 의견이 많을까.

이처럼 학교 현장 문제가 지적되자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전국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설치하도록 했다. 학교에서 풀기 힘든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나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조정에 돌입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전문가의 부재, 신체 폭력에만 초점을 맞춘 대응으로 가해 학생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아 이어지고 있는 2차 가해 등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것이 전문가들이 대안으로 꼽는 ‘사이버 학교폭력법’ 신설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사이버 상에서 이뤄지는 학폭은 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그 사례를 겪고 대안을 마련하기에는 지금도 충분히 많은 학생이 피해를 입고 있다. 

‘과한 것이 모자란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가해자 입장이 아닌 피해자 입장에서 과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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