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공부 잘하는 자식 만드는 지름길"
"소통이 공부 잘하는 자식 만드는 지름길"
  • 김준환 기자
  • 승인 2012.03.05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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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의대생 만든 정인숙 씨

입시생을 둔 부모라면 자녀가 대학 합격한 것 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최고 대학 서울대와 의과대에 동시 합격했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쉬 짐작할 수 있을 터. 최근 서울대와 순천향대 의대에 동시 합격한 딸을 둔 정인숙(45) 씨만의 교육비결이 궁금했다.

특별한 부모코칭 기술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평범한 전업주부인 정 씨는 내세울 수 있는 교육법이 없다고 했다. 대신 자녀와 소통하는 법은 누구보다도 자신있다고 말한다. 최근 딸이 순천향대 의과대를 최종 선택, 진학한 것도 “고교 3년 동안 꾸준히 소통한 결과가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고 얘기한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와 순천향대 의과대 사이에서 어디로 진학해야 할 지 딸이 무척 고민했었어요.” 이 때에도 어느 대학이나 특정 학과를 절대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딸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정 씨의 설명. 정 씨는 ‘직업이 뭐냐 보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라는 관점에서 딸에게 조언했다.

“(딸이) 국제식량기구에서 일하길 꿈꿔왔기 때문에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는 오랫동안 준비했던 곳이었죠. 그래서 서울대와  순천향대 의과대 사이에서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딸 아이가 대학 간판보다는 액티브(active)한 삶을 살아가길 원했어요.” 딸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서울대 농경제학과 출신의 교수를 찾아 직접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결국 당장의 선택보다는 인생 전체적인 맥락에서의 선택을 일순위로 고려해 의대를 선택했다.

‘학교 생활에 충실, 7시간 수면 유지’
정 씨는 딸이 중학교 때부터 특목고를 목표로 하면서 입시기관과 입학설명회를 많이 쫓아 다녔다. “사설학원이나 입시기관들은 내신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말하고 따로 실력을 쌓아서 입학시험을 잘 봐야 된다는 식으로 얘기했어요.” 이 말을 곧이 듣고 중학교 시절엔 학교 생활보다 학교 외 생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했다. 내신관리가 안 되다보니 특목고에 떨어지고 일반고로 입학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정 씨는 딸이 학교 생활에 충실하도록 도와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딸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학원에 보내지 않고 학교에서 하는 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격려해줬다.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하면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갖도록 했다.      

정 씨의 딸이 고교 시절 가장 문제가 됐던 건 바로 ‘잠’과 ‘수학’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청소년 대부분이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1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주중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일반계 고교생이 5.5시간이다. “딸도 잠이 많아 밤 12시만 넘겨도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어요. 밤에 억지로 깨어 공부하기보다 졸릴 때는 푹 자고 수업, 자습 등 깨어 있는 시간에 최대한 에너지를 집중하도록 했죠.” 고3 기간 동안 하루 평균 7시간의 수면 시간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자신의 페이스(pace)를 갖도록 했다.

부족한 수학 과목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수학 심화반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했다. 학원에 다니지 않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심화반 수업이 있는 날에는 학생들이 30분 전에 미리 모여  틀린 문제를 서로 가르쳐주고 선생님께 요구해 문제풀이 시간을 더 갖기도 했다. 정 씨의 딸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공부를 최대한 활용한 셈이다.

그러자 정 씨의 딸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3년에 걸친 교내 수학 심화반 활동으로 인해 수학을 탄탄히 할 수 있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들쭉날쭉하던 수학 성적이 3학년 들어 꾸준히 모의고사 상위 1%를 유지했어요.” 학교 생활에 충실하다보니 자기주도적 학습이 되고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식을 위해 학습 도우미 역할 ‘톡톡’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분명한 자신의 목표가 있고 거기에 맞춰 준비하는 자세를 갖는다. 어린 시절부터 정 씨의 딸은 한비야의 책을 즐겨 읽었다. 한비야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은 딸이 세상을 위해 국제적인 업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단초가 됐다. 외고 진학에 대한 꿈도 그때부터 키워왔다. 결국 외고 진학에 실패했지만 외고를 준비했던 터라 자연스레 문과를 선택했다.

“줄곧 세상을 위해 국제적인 일을 하고 싶어하는 딸을 보면서 부모로서 직접 꿈을 대신해 줄 수 없지만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다고 생각했어요.” 백 번 지당한 말이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일을 대신 해 주는 게 아니다. 자녀가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도록 조언과 지원 사격을 해 주는 정도의 역할이면 충분하다. 고교 시절은 대학 진학을 위해 가장 열심히 준비하는 과정이다. 대학 전공에 따라 앞으로의 진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녀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목표를 정하고 목표와 관련된 활동이 무엇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어요. 아이들의 꿈을 구체화시켜 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을 도와줘야 합니다.”

정 씨의 딸이 ‘국제식량기구에서 일하겠다’는 목표가 생긴 이후 어떤 준비를 했는지 살펴보자. 이를 통해 부모코칭 기술에 대한 팁을 얻을 수 있다. 국제 기구에서 일하려면 영어는 필수다.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입사 조건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공인 영어점수는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barometer:척도)가 된다. 또 외국인들이 모여 있는 국제기구에서 실질적 업무를 하려면 영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모든 사항들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To Do List’다. 우선 고교생 신분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꿈을 이룰 수 있는 학과로의 진학이다.

“딸이 고1때 국제기구에서 일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고 고2로 올라가면서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진학’이라는 구체적 목표가 생겼어요. 고2~3을 거치면서 미래의 꿈과 희망 학과에 맞춰 세부적으로 준비해야 될 것들이 필요했어요.” 정 씨의 부모 코칭 기술은 공인 영어시험(토플·텝스) 응시를 도와주거나 심화 영어학습을 위해 영어잡지(월간텝스)를 구독하는 데 있었다. 이외에도 영어 리더십 캠프나 영어 통역 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 정 씨의 딸이 최종적으로는 의대를 선택했지만 그동안의 과정이 결국 의대 진학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스터디 플래너’로 소통의 장을 마련


입시생들은 고3 시절을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 승부로 임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고3 시절은 과도한 학습량, 불안한 마음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래서 고3 시절 중요한 게 바로 편안한 마음 상태다. “사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건 고등학교 3년 동안 지치거나 낙담하지 않고 끝까지 페이스(pace)를 유지하는 길이죠.”

매일 늦게 귀가해 심신이 지쳐있는 딸과 걱정되는 부모 마음을 연결시켜 준 끈은 바로 ‘스터디 플래너’였다. “딸 아이는 중학생 때부터 수첩에 할 일을 적어 다니곤 했는데 고등학교 때 이것이 발전해서 스터디 플래너가 됐어요.”

그렇다면 정 씨가 얘기한 ‘스터디 플래너’란 게 과연 뭘까? 단어 뜻만 보면 ‘학습 계획표’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 씨는 스터디 플래너를 단순히 과목별 공부법이나 학습 계획서만으로 그치게 하지 않았다. 스터디 플래너에는 기본적으로 하루 해야 될 일들이 기록돼 있었다. 또한 학습 외적인 것들 예컨대 학교 생활의 어려움, 고민사항, 감사 내용, 하고 싶은 일들도 같이 적혀 있었다. 정 씨는 이 모든 걸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잘 기억했다가 자녀와 소통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스터디 플래너를 통해 공부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뭔가 잊고 못했던 일이나 후회했던 내용들이 적혀 있으면 가끔씩 힘내라고 댓글도 달아주고 체크하면서 도와줄 수 있었어요.”

이처럼 스터디 플래너는 딸의 학교 생활과 마음 상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힌트가 됐다. 하지만 예민한 고교 시절에 오히려 부모가 간섭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정 씨는 “현재 아들은 스터디 플래너를 하고 있지 않지만 막내 딸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언니가 한 것처럼 그대로 따라한다”며 “자녀와 부모 간의 신뢰가 전제될 때 ‘스터디 플래너’가 소통의 창구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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