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도가 좋다고 항상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기자수첩] 의도가 좋다고 항상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 백두산 기자
  • 승인 2021.03.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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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화석화된 나무인 규화목으로 유명한 미국 애리조나의 페트리 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은 관광객들이 규화목을 방문 기념으로 잘라가 골머리를 앓았다.

고민하던 국립공원 관리팀은 “우리 유산이 절도 행각으로 매일 파손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가져가는 규화목으로 인해 매년 14톤이 손실되고 있습니다”라는 표지판을 세웠다.

그러나 국립공원 관리팀이 기대하던 모습과 달리 절도가 3배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출간된 클라이브 윌스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나온 사례 중 하나다.

이처럼 좋은 의도로 시작된 어떤 행위가 항상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최근 교육부의 고교학점제 도입 발표를 보면서 이 사례가 떠올랐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도 대학생처럼 본인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들을 선택해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일정 기준에 도달할 경우 고교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고교학점제는 좋은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가 정착하기 위한 충분한 환경이 조성돼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여러 전공과목 건물이 함께 있는 대학과 달리 고등학교는 전문성 있는 교사의 숫자도, 확장되는 과목에 대한 교사의 전문성도 부족해 한 고등학교에서 충분한 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온라인 수업 등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온라인 수업에 대해서는 '교육의 질' 문제가 불거지는 만큼 완벽한 해결책이라 할 수 없다.

또한 다양한 전문성을 지닌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사범대의 준비도 미흡하다.

2025년 도입을 앞두고 있는 고교학점제의 파행이 예상되는 이유다. 4년 밖에 남지 않은 고교학점제에 대해 교육부의 대책이 시급하다.

고교학점제 도입과 관련해 또 다른 불안요소는 대입제도다. 문재인정부 들어 수시 확대 기조로 운영되던 교육정책은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인해 정시 확대로 전환됐다. 문제는 고교학점제는 정시 중심이 아닌 수시 중심 제도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과목 선택이 결국 수능 과목과 연계돼 선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택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즉 수능도 전부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는 좋다. 그러나 제도 도입 전 충분한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교육부의 의도와 결과는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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