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의 ‘격(格)’
한국사의 ‘격(格)’
  • 이승환 기자
  • 승인 2020.12.0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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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너무 쉬운 문제로 지난 3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가장 논란이 컸던 한국사 영역 20번. 

‘도대체 얼마나 쉽길래?’, ‘그럼 다른 문제는?’이라는 생각에 직접 풀어 봤다. 총 20개 문항 중 오답은 4개. 40점을 얻었다. 절대평가이기에 1등급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 한국사에 관심이 많지만 TV 역사 예능 ‘본방 사수’ 정도고, 고교 졸업 후 25년 넘게 역사 교과서는 한 페이지도 보지 않았던 것 치고는 꽤 괜찮은 점수다.

20번 문제가 크게 부각됐지만 실제로 문제를 접해보니 그 외 다른 문제들은 눈감고 풀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삼국시대나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 등 한국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역사적 사건이나 흐름을 꿰고 있어야 하고, 해당 시대의 편찬 저서나 국가 기구와 조직, 제도 등을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도 여럿 있었다.

문제는 실소(失笑)가 나오는 몇몇 문제에 있다. 20번은 이미 여러번 회자됐으니 차치하고라도 1번이나 10번 문제 등이 그렇다.

‘뗀석기’라는 친절한 설명을 보기에 제시한 1번 문제의 선택지 5개 중 돌은 하나뿐이다. 1번 문제 정답률은 98%로 예상된다. 논란의 20번보다 정답률이 더 높다.

보부상들의 모습을 담은 삽화와 대화를 제시하고 시기를 맞추는 10번 문제의 선택지 4, 5번은 황당하다. 4번은 ‘서울 올림픽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5번은 ‘경부 고속 국도를 건설하는 기술자들’이다.

한국사는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필수로 지정됐다. 당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변별이 아닌 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평가하고 수험 부담은 최소화하도록 중요한 내용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출제 의도를 십분 이해하더라도, 지나치게 쉬운 시험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는 그동안 꾸준히 있어 왔다. 

올해처럼 선택지에서 완전히 구분할 수 있는 시대적 상황이 주어져 그것만으로 정답을 골라낼 수 있는 문제가 많은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7일 ‘교과 폄훼’라며 올 수능 한국사 출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교과의 존재 의미 자체를 퇴색시키는 수준 이하 문제로 학교 현장과 한국사 교사들은 강한 허탈감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사가 수능 필수로 지정된 이유가 학생들의 역사교육 강화에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와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국가 고시’인 수능이 타당도와 변별력을 갖추지 못한 문항으로는 올바른 역사교육은커녕 한국사 교육의 파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깊이 새겨야 한다.

한국사 영역이 수험생들 뿐 아니라 대학입시 반영률에서도 존재 가치를 점점 잃고 있음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 상황 속에서도 전 국민이 합심해 힘겹게 치러낸 수능의 격(格)이, 국가의 역사를 다루는 한국사 시험의 격(格)이 시험 한 문항으로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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