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역별 기업공유대학'은 어떨까?
[기자수첩] '지역별 기업공유대학'은 어떨까?
  • 백두산 기자
  • 승인 2020.09.18 0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국 백두산 기자

최근 많은 대학들이 앞다퉈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설립하고 있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기업 혹은 기관이 인재를 조달하기 위해 맞춤 교육을 목적으로 대학과 연계해 진행하는 학과를 일컫는다.

대학은 취업률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은 직원교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으며, 학생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가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학과처럼 보이지만 조금 생각해 볼 부분은 있다. 대학 본연의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부분이다.

대학은 본래 여러 학문 분야를 연구하고 지도자로서 자질을 함양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설립됐다. 즉 취업이 목적이 아니라 학문을 발달시키고 지도자를 배출하는 기관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학의 최우선 목표는 취업으로 변질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국내 최상위 대학인 연세대‧고려대를 비롯 대부분의 대학들이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신설하며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취업률이 대학 선택의 척도가 되면서 대학들 또한 그 영향을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같은 흐름에 지난해 서울대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바로 채용전재형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이 교수들의 불만에 의해 무산된 것이다. 물론, 서울대는 이후 ‘인공지능형 시스템반도체 연합전공’ 신설을 추진했지만,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서울대 교수들이 반대한 이유다.

서울대 교수들은 “서울대가 특정 기업을 위한 인력 양성소가 되서는 안 된다”면서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반대했다. 대학 본연의 가치와 계약학과의 가치가 상충된다는 것이다.

대학의 가치와 기업의 가치를 둘 다 살릴 방법은 없을까. 대학은 이미 기업의 인문학과 외면과 입학 자원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다. 기업은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을 해도 바로 실무를 맡길 수 없어 따로 신입사원 교육을 해야 한다는 애로사항이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대학을 인수해 연합 계약학과 대학을 신설하면 어떨까. 즉 '지역별 기업공유대학(가칭)'을 만드는 것이다. 이미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점차 문을 닫는 대학들이 생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부 또한 폐교한 대학 활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부로서는 폐교한 대학 부지를 활용할 수 있으며, 기업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커리큘럼을 통해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대학들은 상아탑으로서 본연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각 지역마다 이러한 대학들이 만들어 진다면 기업들은 지역 인재를 고용할 수 있으며,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예상되는 추가적인 부가 효과로는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문화도 일정부분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당장 이러한 시스템으로 변할 수는 없다. 계약학과가 늘어나고 취업의 루트가 달라지다 보면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모습으로 변화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추후 교육부와 대학, 기업이 서로 머리를 맞대 고민한다면 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도출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