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총장 선거' 소송전까지…투표 반영 비율 두고 갈등 심화
'국립대 총장 선거' 소송전까지…투표 반영 비율 두고 갈등 심화
  • 임지연 기자
  • 승인 2020.06.24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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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수단체 총장 선거 투표 반영 비율 15% 남짓… "교수 중심 선거" 반발
교수단체 "현행법상 문제 없어" VS 비교수단체 "학내 민주화 위해서라도 선거 불평등 개선 필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학본부 부경대지부와 국공립대노조 부경대지부는 비민주적 총장선거를 강행하는 교수회장에 항거해 긴급 공동행동을 진행하고, 17일 투표장인 체육관 앞에서 민주적 선거 진행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출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국립대 차기 총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학 구성원들의 투표 반영 비율로 시작된 갈등은 법정 소송으로 비화되는 등 큰 문제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수단체는 학교에 대해 지는 의무의 크기에 따라 투표 비율이 반영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비교수단체는 학내 민주화를 위해 평등한 선거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팽팽히 맞서는 양측의 입장을 감안한 뾰족한 해결책도 없는 상황이어서 총장 선출을 둘러싼 대학 내 구성원 간 갈등은 선거를 앞두고 있는 국립대 내에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경대, 경북대, 전남대 등 총장 선출 둘러싸고 ‘몸살’

지난 17일 투표율 미달로 제7대 부경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가 무산됐다. 이날 총장임용후보자 선거는 1·2차, 결선까지 모두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1차 투표율이 24%에 그쳐 과반이 투표해야 한다는 자체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해 다음달로 연기됐다.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은 투표권 비율 산정에 대한 직원노조를 비롯한 비교수단체의 반발 때문이다. 이번 총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부경대 구성원은 모두 997명이다. 하지만 전체 투표수 대비 교수 투표 비율은 84%인데 반해 비교수단체(직원, 조교, 학생) 투표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이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학본부 부경대지부와 국공립대노조 부경대지부는 총장임용추천위원회가 일방적으로 비민주적 투표권 비율을 정해 선거를 강행했다고 주장하며, 투표장인 체육관 앞에서 민주적 선거 진행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투표를 하려는 교수들과 노조 등 직원 간 몸싸움이 벌어져 대강당 유리문이 파손되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부경대 노조는 부산지방법원에 투표산정비율확정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경북대는 선거를 앞두고 소송전이 벌어졌다. 경북대 교수회는 비정규직 교수를 제외한 교수·직원·학생이 1인 1표로 하는 ‘총장임용후보자 선정 규정 시행세칙 제정안’을 확정했는데 이에 따르면 투표 반영비율은 교수 80%, 직원 15%, 학생 5%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경북대분회와 전국국공립교수노조 경북대지회, 경북대 총학생회, 경북대 정의로운 대학만들기 등 4개 단체는 강사 투표권 보장, 학생 득표 반영 비율 상향 조정 등 규정의 개정을 요구하며 35일간 교수회 사무실을 점거했다. 법원에는 총장 선출 규정 집행정지 신청 및 총장 임용후보자 선정 규정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전남대 또한 9~10월에 치를 차기 총장 선거 투표 비율을 놓고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남대는 이번 선거를 교수, 직원, 조교, 학생 등이 모두 선거인으로 참여하는 직선제로 치른다. 하지만 총장 선거 투표 비율이 전체 교수를 100%로 잡았을 때 직원은 12%, 조교·학생·강사는 2%만 반영하기로 해 문제가 되고 있다. 

직원과 조교 등은 이 비율을 높여달라 요구하고 있으며, 동창회도 타 대학 총장 선거에서 동창회가 선거인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총장 선거인에 넣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투표 비율 합의 없는 선거 강행 ‘문제’
비교수단체 “학내 민주화 위해서라도 선거 불평등 개선돼야” 

앞서 제주대, 경상대, 부산대, 강원대 등도 총장 선거가 교수 중심으로 치러진다는 문제로 내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대학 비교수단체들도 교수단체가 합의 없이 투표 비율을 산정, 선거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직선제로 진행된 경상대와 부산대 총장 선거는 무늬만 직선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경상대 총장 선거는 '교수 100, 직원 18.6, 학생 4.1' 반영 비율로 치러져 교수와 직원·학생 간 반영 비율 차이가 너무 크다는 직원협의회와 총학생회의 반발을 겪었다.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가 치러졌다는 절차상 문제도 제기됐다.

부산대 역시 교수 85.5%, 직원 11.2%, 조교 3.3% 투표 비율로 총장 선거가 진행됐다. 학생선거인으로 100명 이내의 학부생과 대학원생만 참여하도록 제한한데 이어 대학원생 대표가 없다는 이유로 대학원생 선거권을 박탈해 학생들이 선거 보이콧을 하기도 했다.

교수들의 투표권 독점이 가능한 이유로는 교육공무원법 24조3항 2호에 국립대학 총장 직선제의 경우 ‘교원의 합의된 방식’에 따르도록 돼 있기 때문이 꼽힌다. 이 현행법에 의거하면 대학 교수만 모여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해도 법적 문제는 없다.

실제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한 대학 총추위 교수는 “현행법상 투표 반영 비율은 교원이 정하도록 돼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교수들이 연구, 교육, 대외 활동 등 학교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투표 비율이 학교에 대해 지는 의무에 비례하게 분배되는 것은 적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설명으로는 타 대학 노조가 투표를 막기 위해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점을 들었다.

하지만 대학 총장은 ‘교수(들만)의 대표자’가 아니기 때문에 총장 선거 또한 구성원 전체의 의견이 수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비교수단체의 주장이다.

지방의 한 국립대 직원은 “현행법상 교수 독점 총장선출이 가능하다보니 직원·학생 의사는 무시되고, 결과적으로 내부 갈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며 “총장 선출뿐 아니라 이 비율은 교내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그대로 적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수단체가 학내 민주화와 선거 불평등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해 분쟁의 소지를 줄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가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들의 결단으로 총장 선거 불평등을 개선할 수밖에 없다”며 “시대가 바뀐 만큼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비합리적인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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