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으로 물든 공공 입시설명회 "해결책 없나"
사교육으로 물든 공공 입시설명회 "해결책 없나"
  • 신효송 기자
  • 승인 2019.12.13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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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자제에도 학교·지자체 내 사교육 입시설명회 성행
"사교육 홍보의 장으로 전락" 對 "공교육 인력, 지리적 한계 무시못해"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학저널 신효송 기자] 정부의 자제 요구에도 학교,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내 사교육 입시설명회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공교육이 사교육으로 물듦과 동시에 사교육 홍보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일선 현장에서는 공교육 인력풀과 지방이라는 지리적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9년 학교 내 입시설명회에 사교육 기관 연사가 초빙된 사례는 전국 12개 시‧도교육청 관할 20개교에서 2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 가운데 일부 학교는 사교육 연사 초빙을 적극 홍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홈페이지나 가정통신문에 대대적으로 소개함은 물론, 설명회 당일 연사의 이름을 내걸은 현수막을 걸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관적인 미래상을 제시하며 사교육을 강조하는 행태도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교육 연사를 초빙한 한 설명회에서는 ‘지금 ‘노력’할래? 늙어서 ‘노숙’할래?’와 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발표자료에 소개됐다. 영어·수학 사교육은 기본으로 하고, 새벽 1시 취침, 6시 기상을 하는 계획표를 보여주기도 했다. ‘노숙하지 않으려면 위해 지금 당장 계획표를 짜고 기출, 오답노트를 무한 반복하는 인내의 사이클로 고교 생활을 해야 한다’는 불안과 공포의 메시지를 버젓이 학교 안에서 던지는 건 큰 문제라고 사교육걱정 측은 지적했다.

입시설명회 프레젠테이션 자료 일부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올해 지자체가 주최‧주관한 입시설명회 내 사교육 기관의 연사가 초빙된 사례를 보면, 전국 10개 시‧도 38개 지자체에서 62건이 시행(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사 대부분이 입시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대형 업체들의 임원급 기관장들로 밝혀졌다.

강의 내용도 학교 내 입시설명회가 크게 다르지 않다. 설명회 주제로 ‘OOO에서 SKY 가는 법’이라는 주제를 내거는가 하면, 일부 업체는 설명회에서 ‘학교 교사를 믿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2014년 4월 외고를 포함한 모든 특목고와 자사고, 전국단위 자율학교가 사교육 관련 업체로부터 의뢰를 받거나 업체에서 설명회를 할 수 없도록 ‘2015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설명회 유의사항’을 담은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에 보낸 바 있다. 2016년에는 지자체 입시설명회 개최 시 사교육 강사가 아는 공교육 기관 교사 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측 강사를 초빙할 것을 권장하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학교, 지자체 내 사교육 입시설명회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상태다.

(출처: 교육부)

가장 큰 문제는 사교육 입시설명회가 학교, 지자체에 지속적으로 성행하게 될시, 해당 기관들이 일종의 '사교육 홍보대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 설명회는 적으면 수십명, 많으면 수백명의 재학생과 학부모들이 운집돼 있다. 사교육 업체 입장에서 거점 영업망으로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라 볼수 있다. 이에 사교육 업체들은 입시정보 전달을 명목으로 학교 설명회에 연사로 가서 해당 업체의 상품들을 직‧간접적으로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홍보‧영업 행위를 벌인다는게 사교육걱정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학교 재학생들에 한해 해당 업체의 학원‧인강‧교재‧대입지원 예측서비스 할인권이나 체험권을 제공하고, 업체 홈페이지에 있는 설문조사 참석 시 선물을 제공하며 상품 이용을 유인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사들 또한 학교에서 설명회를 했다는 사실을 홍보 콘텐츠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걱정 측은 "결과적으로 학교가 사교육 홍보거리를 제공하고 광고 대행을 해주는 격으로, 학교에서 개최하는 입시설명회가 사교육 기관이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학교로 진입하는 포문을 열어주며 사교육 참여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의 목적으로 치러지는 입시설명회를 학교와 지자체가 사교육 업체에 방기하는 것도 지적할 문제다. 사교육걱정은 이들이 공교육 기관의 연사를 섭외하려는 일체의 노력 없이 민간 사교육 기관에 입시설명회를 위임하는 공교육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일이자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를 지향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역행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분명 개선해야 할 점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보성고 배영준 교사는 <대학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주로 구청, 시청예산으로 진행할 경우 사교육 강사가 많이 초빙된다고 들었다. 지방의 경우 어떤 연사를 초빙할 지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서울 쪽 강사에게 요청을 하게 된다. 즉 구청, 시청 차원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 교사는 "지방에 위치한 학교 입장에서는 인지도 있는 서울지역 공교육 교사를 초빙하려 해도 섭외가 쉽지 않다. 지역 공교육 교사도 있지만, 매번 같은 교사를 초빙하면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지 않다"며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고, 섭외도 가능한 사교육 강사를 초빙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육의 영향력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것도 안타까운 부분이라 했다. 배 교사는 "일선 교사 가운데 전문성을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이들도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강의에만 매달릴 순 없다. 대교협에서도 입시설명회 참가가 가능한 자체 현직교사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력풀의 한계가 존재한다"며 "여기에 학부모들의 사교육 강사에 대한 만족도도 무시할 수 없어, 이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사교육걱정 측은 "단위 학교 내에서나 인근에서 입시설명회에 나설 수 있는 공교육계 연사의 숫자가 현재로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적 문제를 있는 것은 사실이나 공교육 기관으로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교육부는 단기적 대책으로 지자체, 학교에 관련 지침을 내려야 할 것이며, 공공 기관 입시설명회의 공공성과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대교협, 지역별 진학지도협의회 측 연사 인력풀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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