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가뭄' 대학 기숙사, 단비가 필요한 때
'공급가뭄' 대학 기숙사, 단비가 필요한 때
  • 신효송 기자
  • 승인 2019.05.29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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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대학 기숙사의 현주소와 신축 분쟁 해결방안
2017년 개관한 광운대학교 기숙사 (출처: 광운대)

[대학저널 신효송 기자] 대학생들의 대표 주거공간은 단연 기숙사다. 학교 이동이 용이한데다 저렴한 가격으로 편의시설과 개인 공간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대학 기숙사는 학생 누구나 이용하기에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와 대학도 기숙사나 유사시설 신축으로 해결 중이지만 지역민들의 반대로 쉽지 않은 상태다. <대학저널>이 국내 기숙사의 현주소와 관련 문제 그리고 해결방안에 대해 하나씩 짚어봤다.

학생들의 안식처 기숙사, 수혜자는 10명 중 2명 불과

기숙사는 학생이나 직장인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숙식을 제공하는 공용시설을 뜻한다. 특히 대학생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수입이 없거나 부모의 지원이 필요한 터라 타 주거시설 대비 저렴한 기숙사를 선호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사 정보 플랫폼 ‘다방’ 조사 결과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가격은 평균 54만 원인데 반해, 4년제 대학 기준 월 평균 기숙사비는 2018년 대학정보공시 기준 13만 3148원(1, 2, 3, 4인실 평균비용 집계 결과)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나 학생들의 선호와 달리 기숙사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2018년 대학정보공시 기준 국내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21.5%다. 10명 중 2명만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신한대, 추계예술대, 케이씨대 등 수용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POSTECH, UNIST, 코리아텍 등 수용률이 70~100% 수준인 대학도 있는 등 학교 간 편차도 상당하다.

특히 국립대(24.8%)보다 사립대(20.5%), 지방(24.7%)보다 수도권(17.2%) 대학의 수용률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1990년대 33.2%에 불과했던 대학 진학률이 2018년 69.7%까지 올라간 터라 짓고 또 지어도 부족한 것이 국내 대학 기숙사의 현주소다.

국내 대학 기숙사 수용률 현황 (출처: 교육부)

해결책은 ‘증축’이나 지역민 반대로 ‘답보 상태’

대학 기숙사 부족 현상의 확실한 해결책은 당연히 기숙사를 더 짓는 것이다. 기숙사 수준을 보고 입학을 결정하는 타지 학생들이 적지 않아 대학들도 기숙사 신·증축에 관심이 많다. 과거에는 학교가 운영하는 기숙사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민간투자로 이뤄지는 민자 기숙사,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향토학사,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운영하는 행복기숙사 등 다양한 종류의 기숙사가 들어서고 있다.

실제로 홍익대의 경우 2015년 기숙사 수용률이 4.2%에 불과했으나 2016년 신축 기숙사 완공 후에는 12.9%까지 올라갔다. 삼육대 또한 올해 하반기 새로운 기숙사가 완공되면 수용률이 12.9%에서 25%까지 상승하게 된다. 정부 주도로 건설된 연합형 주거시설도 학생들의 주거문제 해결에 일조하고 있다. 2014년 개관한 홍제동 행복기숙사와 지난 3월 개관한 기숙사형 청년주택이 대표적이다. 

3월 18일 기숙사형 청년주택 개관식 당시 유은혜 교육부장관과 김현미 국토부장관 (출처: 교육부)

그러나 대학 기숙사 증축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상태다. 건설비용, 부지확보도 문제지만 가장 큰 난관은 지역민들의 반대다.

고려대는 2013년 고려대 소유의 개운산 부지에 1100명 규모의 기숙사 신축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지역 주민들이 산림 훼손, 여가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해 성북구청이 토지용도 변경을 허가해주지 않은 것. 고려대에서는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 휴식공간 조성 등 대책을 내놓았으나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양대도 2015년 1990명 수용이 가능한 기숙사 신축 계획을 발표했으나, 고려대처럼 주민들의 반대로 삽 한번 뜨지 못했다. 일부 주민들은 ‘생활관 건립 반대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조직적으로 반대에 나서고 있다. 반대 이유는 생존권 위협. 위원회 측은 “대학가 근처 원룸의 경우 영세 원룸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숙사가 들어설 경우 이들의 노후를 위협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수도권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 경북대는 2017년 1209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 건축을 교육부로부터 승인받았지만, 임대 수입 감소를 우려한 대학가 주변 임대사업자들의 반발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는 진행됐으나 완공 일정이 몇 달 미뤄지는 피해를 입어야 했다.

지역민들이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자 경북대 학생들이 내걸은 현수막 (출처: 경북대 중앙운영위원회)

기숙사 신축과 월세하락은 직접 연관 없어…주변피해도 ‘미미’

앞선 사례에서 보듯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지역민들이 주장하는 대표적인 문제는 원룸 공실에 따른 생존권 위협, 건설에 따른 환경파괴, 안전사고 발생 등이다. 여기에 학생들로 인한 소음피해, 범죄증가 등도 일부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주장과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있다.

명지대 산학협력단은 2018년 2월 ‘대학생 기숙사 건립이 인근 원룸시장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 분석 및 민원 해소방안 모색(연구책임 김준형 부동산학과 교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서울, 경기, 대구, 부산 지역 기숙사가 설치된 32개 대학 인근 지역과 외곽 지역의 기숙사 건립 전후 원룸 월세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인근 지역은 경기도를 제외한 모든 조사 권역, 외곽 지역은 서울을 제외한 조사 권역 모두 월세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측은 “정량 분석 결과 기숙사 건립 시 주변지역 월세가 하락한다는 게 절대적인 건 아니었다. 기숙사 건립요인보다는 주택 임대 시장 수요요인의 영향력이 더 컸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주요 대학가가 대표적이다. 고려대, 건국대 등 교통 여건이 좋은 지역은 직장인들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학생들이 기숙사로 이전해도 그 빈 자리를 직장인들이 채운다는 것이다. 또한 기숙사 건립에 따른 편의시설 증가와 해당지역 임대주택 추가 공급 감소효과가 동시에 작용되면 오히려 주변 임대료가 상승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팀은 기숙사 신축 후 지역주민들의 입장에 대해서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숙사를 준공한 홍익대, 중앙대, 부경대, 충북대 등 4개 대학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들이) 주변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2.4%, ‘범죄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81.8%, ‘기숙사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다’에 88.7%, ‘기숙사는 혐오시설이 아니다’에 93.1% 등 과반 수 이상이 기숙사 신축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주민들은 ‘대학생 주거문제가 존재한다’(77.8%),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82.8%), ‘(학생들은) 기숙사에 거주하는 게 적합하다’(79.3%) 등 대학 기숙사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며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응답했다. 다만 76.4%의 응답자는 ‘기숙사는 대학부지 내 건립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를 선택했다.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기숙사 건립돼야…기존 시설 리모델링도 방책

이번 연구는 기숙사 신축 시 발생되는 문제들이 예상보다 미미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기숙사 건립 시 지역 임대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는 임대사업자 뿐 아니라 주민, 상인도 공감하는 의견을 보였으며, 해당지역 임대사업자들이 임대소득 감소가 일부 있었음을 밝힌 만큼 대학과 지역민 간 의견조율도 필요하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대책과 사례가 여럿 있다. 우선 기숙사 규모를 줄여 ‘소규모 분산형’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는 기존 42층 건물을 주민 공청회와 의견 수렴을 통해 24층으로 낮췄으며, 미국 록허스트대학교도 기존 370개 주거공간을 270개로 줄이도록 조정했다. 이는 주민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고 반드시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기숙사 건립도 하나의 방법이다. 단순 학생 주거공간을 넘어 사회·경제적 활성화와 지역재생을 유도하는 도시계획으로 접근하자는 것. 실제 세종대는 주변 원룸 공실 최소화를 위해 주민들에게 공실정보를 공유하고 입주 희망 대학생을 연결시켜주고 있다. 또한 주민들에게 주차장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대학도서관을 무료로 이용하게 해주는 등 편의사항도 제공 중이다. 홍제동 행복기숙사는 주민들에게 다양한 시설사용 권한 제공, 기숙사 종사자를 지역주민들 중심으로 채용, 인근 청소년들을 위한 대학생 교육·멘토링 제공 등을 시행 중이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주민 참여형 계획 수립’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기숙사 건립 혹은 확정 전부터 지역주민들을 참여시켜 함께 계획을 수립하는 등 반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피츠버그대학교,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토론토대학교 등이 이러한 방안을 채택해 기숙사 건립에 성공한 바 있다. 특히 지자체가 기숙사 건립을 단순히 건축물 허가로 끝내지 않고, 대학과 주민과의 갈등을 중재하는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울러 명지대 연구팀은 “현 대학생 주거문제는 신규 기숙사 건설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데, 기존 노후 기숙사를 리모델링해 실 수용률을 높이는 정책이 유도돼야 한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수급상황에만 급급하면 장기적으로 공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학기관평가인증’을 현 기숙사 수용률 중심 평가에서 대학이 자발적으로 대학생 주거문제를 파악하고 재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학생 주거지원계획 수립·시행’ 여부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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