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희 숭실고 교장 "학생부종합전형에 강한 숭실고등학교"
윤재희 숭실고 교장 "학생부종합전형에 강한 숭실고등학교"
  • 백두산 기자
  • 승인 2019.03.22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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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저널 특별 인터뷰]고교 교장에게 듣는다

 

‘거꾸로 수업’ 통해 수업·평가·기록 일체화…자기주도 학습 추구

 

[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꾸준히 기라성 같은 동문들을 배출해 온 숭실고등학교는 역사와 전통의 명문 고등학교 중 하나다. 1897년에 설립된 숭실고는 이미 100년의 역사를 넘어 122년의 역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는 항상 숭실을 졸업한 선배들이 있었던 만큼 이러한 자부심은 숭실고의 자랑이다. ‘민족정신’과 ‘기독교 신앙’이라는 건학이념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숭실고는 최근 일반계 고등학교의 위기 속에 조금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100년이 넘는 시간 속에 위기가 없었을까. 역사와 전통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듯 숭실고의 윤재희 교장은 현 상황에 대해 명쾌한 진단과 대책을 내렸다. 최근 일반계 고등학교의 위기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적합한 교육에 대한 윤재희 숭실고 교장의 철학을 <대학저널>에서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Q. 먼저 <대학저널> 독자들에게 교장선생님과 숭실고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숭실고는 1897년에 세워져 122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학교입니다. 베어드 선교사님이 1대 교장으로 숭실고등학교를 세웠고, 분단되면서 남한으로 내려와 용산에 재건한 후 1975년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숭실고 출신의 기라성 같은 선배들도 많습니다. 조만식 선생님을 비롯해, 안익태, 김동진, 김현승, 윤동주, 장준하, 황순원, 문익환 선생님까지 전부 숭실고를 졸업하신 선배님들입니다. 특히 독립선언문을 채택한 33인 중 3명이 저희 학교 출신일 뿐만 아니라 많은 민족지도자들을 배출했다는 점은 저희 학교가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저는 선생님이 되기 전까지 목회자였습니다. 숭실고에 오게 된 계기도 교목(종교 교사)으로 학교의 종교 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오게 됐죠. 저는 사랑이나 배려, 소통, 협업과 같은 일반 교과 교육에서 할 수 없는 영역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때로는 기독교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종교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랑하는, 진실한 아이들을 길러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책을 발간하기도 하고, 교과서 제작에 참여하는 등 관련 교육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숭실고만의 장점 중 하나는 선생님들을 들 수 있습니다. 타 학교에서 저희 학교로 전학 온 학생들이 선생님들이 너무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는 합니다. 기본적으로 저희 선생님들이 전부 신앙인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권위적이지 않고 가치관이 조금 다른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학교의 크기도 또다른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고등학교들의 경우 비좁은 곳에 위치해 답답한 느낌을 주는 반면, 저희 학교는 넓은 부지에 위치해 있어 4계절이 아름다운 학교입니다. 운동장도 축구장의 경우 정규 규격 구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외적인 부분 보다는 내적인 부분의 내실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진행 중인데, 학교생활기록부가 수시의 중요한 입시자료로 부각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수업의 평가와 기록이 각각 분리돼 이뤄지는게 아니라 수업과 평가와 기록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도록 수업을 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Q. ‘수업 · 평가 · 기록의 일체화’라는게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는 건가요?
“우선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이유부터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의 절반 정도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자사고가 만들어지고 나서부터 발생한 상황인데, 이전까지는 중학교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은 특목고에 진학하고 나머지 학생들이 일반계 고등학교에 왔다면, 이제 상위권 학생들 마저 자사고나 그 외 다른 학교들로 빠져나가고 남은 학생들이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그러한 결과 이전까지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어려웠던 학생들이 대거 진학하게 됐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따라가기에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이 많아지게 됐습니다. 결국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없는 학생들에게 강제적으로 교육과정을 따라가도록 만들게 되니 여러 문제점이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학생들도 열의를 가지고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일환으로 저희는 ‘수업·평가·기록 일체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업·평가·기록 일체화’는 수업과 평가, 그리고 기록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진행하는 수업입니다. 이를 위해 ‘거꾸로 수업’을 진행 중인데 수업시간 중 일부분을 할애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그 수업을 들으며 선생님들은 동시에 평가와 기록을 진행하는 겁니다. 학생이 주도한 수업에서 미진했던 부분은 나머지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보충 설명을 진행함으로써 학생들의 참여도와 호응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주도적이 되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학교가, 학교 수업이 즐거우면 자연히 성적도 오르지 않겠어요?”

Q. 교장선생님만의 교육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진행하는 이유는 단순히 입시 결과를 좋게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학교는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세워진 학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다는게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저희 학교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된다면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아이들이 자존감을 얻게 된다면 커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거라고 믿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고등학교 때까지의 교육 목적은 자존감을 갖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은 즐거운 학교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학교에 오는 것이 즐거워야 학생들도 열의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를 할 수 있고, 그러한 부분이 선순환을 이룰 때 학교의 분위기도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학교가 가기 싫은 곳이 아닌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Q. 숭실고를 대표하는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거꾸로 수업’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지금 저희 학교에서 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리로스쿨’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어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를 통해서 공지사항과 행사 진행 상황, 수행평가, 교내대회 등 각종 활동을 리로스쿨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자기 학교생활을 리로스쿨에 입력할 수 있고, 이것을 부모, 교사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록된 내용들은 후에 자기소개서나 면접, 학생부 기록 등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로는 아이들의 전반적인 학교 생활 관리가 가능해지고, 학생부 자료를 좀 더 풍부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
‘리로스쿨’의 효과는 입시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중위권 이상의 아이들이 약진하는 모습이 나타났는데, 올해의 경우 내신 2점 중반대의 학생이 내실 있는 학생부 내용을 통해 교대에 합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선생님들도 직접 겪으면서 아이들을 규격 안에 넣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경우에도 진로가 분명하다면 내실 있는 학교 활동을 통해 충분한 어필을 할 수 있고, 얼마든지 다른 비교과 요소들을 통해 내신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Q. 교장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현 입시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최근 우리나라의 입시 제도는 공교육 강화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도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 서울시의 오디세이 학교가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디세이 학교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학교로, 서울시는 이 학교를 통해 공교육 내에서 대안교육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학교 현장을 둘러보게 되면 우리나라 입시 정책은 수능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수능을 기준으로 교육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고, 달리 말하면 모든 교육 정책이 수능에 발목을 잡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수능은 20세기 정책이라는 점입니다. 사회는 이미 변했고, 교육청에서도 혁신 교육을 외치지만 수능은 옛날 방식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육청의 혁신정책에 맞추자니 입시성적이 안나오고, 입시에 맞추자니 시대에 맞지 않는 모순된 교육환경이 만들어져 버린 거죠.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Q. 교장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 교육제도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도 어려움이 많은데 고교 교장 입장에서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반계 고등학교 교장으로서 국가에 요청하고 싶은 부분은 학교가 학생 교육에 대해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 최근엔 인문계 교육을 받아야할 아이들과 직업 교육을 받아야 될 아이들이 공존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일반계 고등학교는 일반계 커리큘럼으로 짜여져 있는데, 현 제도 하에서는 소외되는 학생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커리큘럼을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융통성 있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우려되는 부분은 고등학교까지 의무과정이 되면 점점 더 정부 중심의 교육과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학교 교육과정에 있어 조금 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 우리나라 입시의 주체는 학교 · 학생 · 학부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모님들이 착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학원에 보내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착각입니다. 돈도 버리고, 시간도 버리고, 아이까지 망치는 길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저는 공부 못지 않게 중요한게 가족간의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물로 비유하자면 흙(토대)의 영양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식물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무엇보다 아이와 돈독한 신뢰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런 보이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나중에 성장함에 있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요건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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