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불사' 한유총 對 '강경대응' 정부, 대립 원인은?
'폐원불사' 한유총 對 '강경대응' 정부, 대립 원인은?
  • 백시현 기자
  • 승인 2019.03.04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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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개학연기 후 폐원불사 초강수…"정부 독선·불통 일관"
정부 "명백한 불법행위"…유치원 사유재산 인정여부가 쟁점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 교육부 제공)

[대학저널 백시현 기자] 개학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로 정부와 사립유치원 간 골이 더욱 깊어졌다. 현재 교육부는 강경대응을 고수 중이며, 사립유치원 측은 폐원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애꿎은 학부모와 원생들만 애가 타는 상황. 양측의 주장은 무엇이고, 국민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상세히 짚어봤다.

한유총 '개학 연기' 발표…보육대란 면했지만 정부와의 골 깊어져

이번 사태의 발단은 사립유치원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의 기자회견에서 비롯됐다. 연휴를 앞둔 2월 28일, 한유총은 1학기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는 준법투쟁을 전개할 것이라 밝혔다. 한유총 측은 회원의 60% 이상, 전국 2000여 곳의 사립유치원이 개학 연기할 것이라 예고했다. 이들은 개학 연기는 합법이라는 주장과 함께 현재 추진 중인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 요구에 나섰다.

기자회견 후 정부는 즉각 대응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의 즉각 철회와 동시에 이번 투쟁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휴업참여 시 강력한 시정명령과 행정처분, 우선 감사 실시라는 초강수를 뒀다. 결국 우려했던 보육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교육부 조사결과 개학 연기 사립유치원은 239곳으로 전체 사립유치원의 6.2% 수준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마련한 자체돌봄 서비스 신청자 수도 예상보다 적었다. 하지만 정부와 사립유치원 간 대립은 현재진행중이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4일 한유총 소속 유치원들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에듀파인(200명 이상 사립유치원의 회계관리시스템)‘ 도입, 폐원 시 학부모 ⅔이상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 연기를 강행했다. 한유총은 이날 오전 ’교육부와 한유총 누가 불법적인가? 입학연기도, 시설사용료 주장도 적법하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유은혜 장관은 한유총과는 단 한 번의 대화도 해보지 않은 채 독선과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학 연기에서 더 나아가 폐원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러한 한유총의 개학 연기에 대해 정부는 즉각적인 시정명령과 함께 형사 고발, 한유총 설립허가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한유총과 정부의 주된 갈등은 ’유치원 사유재산성 인정‘과 그에 따른 '시설사용료'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유총은 “개학 연기는 원장의 적법한 권한”이라며 “국·공립 유치원에서 인정되는 시설사용료를 사립유치원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정부는 사유재산성은 일부 인정할 부분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유치원 역시 비영리 교육기관인 ’학교‘인 만큼 시설사용료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은혜 “명백하게 불법 행동”, 한유총 “입학일자 결정권은 적법한 운영권”

한유총은 교육부의 강경 대응에 대해 입학일자 결정권은 원장의 적법한 운영권이며, 장관의 취소지시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유아교육법 제12조 및시행령 제12조에 따르면, 1년에 180일 범위 내에서 개학, 입학, 졸업 등 학사일정의 조정은 원장에게 주어진 정당한 운영권에 속하기 때문에 입학일을 연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에 즉각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5일에도 문을 열지 않으면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경기 용인교육지원청을 찾아 “일부 사립유치원의 개학 연기는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명백하게 불법적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 등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개학 연기 여부에 대해 무응답한 서울 도봉구의 한 유치원 입구에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장학사가 부착한 시정명령서가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편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개학 연기 투쟁‘을 주도한 한유총 설립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개학 연기가 실제 이뤄짐에 따라 한유총 설립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며 “세부절차를 검토 중이며 5일 오후 조희연 교육감이 이를 직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또한 “한유총은 일관되게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이며 헌법 23조에 따른 재산권 보호를 주장하고 있다”며 “사립유치원이 비영리 교육기관인 ’학교‘라는 전제에 대한 공감 없이는 한유총과 대화는 부적절하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한유총 “시설사용료를 교육목적비용으로 회계처리 가능케 해야”

한유총의 주장은 유아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설비, 인건비, 급식비, 교재비, 관리비 등이 필요하다며 이 가운데 시설비, 즉 시설사용료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한유총은 주장의 근거로 헌법 23조를 들고 있다. 헌법 23조 2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유재산인 토지·건물을 유치원 교육목적으로 제공해 정부가 할 역할을 사립유치원들이 대신하고 있는 만큼 정당한 보상으로 시설자산에 대한 사용 대가를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현재 수납한 교육비 내에서 시설사용료를 교육목적비용으로 회계처리를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2월 28일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법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우리나라 유아교육을 책임져 왔다”며 “정부가 비용을 전부 대지도 않고 일부 지원한다는 이유로 감사를 하고, 옳지 않은 재무회계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교육으로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게 아니고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유치원 종사자 전체가 비리·문제집단으로 낙인찍힌 상황에서 투명성이 제고돼야 하지만 사유재산이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도 어떤 형태든 공론화해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유치원도 교육기관…사립 초·중·고등학교들과 형평성 어긋나”

반면 교육부는 유치원 설립자가 자발적으로 설립기준에 따른 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스스로 유치원 교육 활동을 제공한 것인 만큼 헌법 23조의 보상요건인 ’강제성‘과 ’기본권 제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립 초·중·고등학교 등 다른 학교급과의 형평성에서도 어긋나기 때문에 한유총의 주장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치원은 ’사립학교법‘과 ’유아교육법‘상 ’학교‘인 만큼 자신의 교지·교사를 교육 활동에 제공하고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았음에도 수익을 보장해달라는 것은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 사립유치원에 시설이용료를 지급할 경우 사립 초·중·고교 등도 시설사용료를 요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사립유치원들은 이미 교육기관 지위를 고려해 취득세·재산세 85% 감면, 소득세 면제,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이미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들은 정부 주장 지지…성인 10명 중 8명은 “에듀파인 도입 찬성”

강 대 강으로 부딪히고 있는 정부와 한유총의 갈등에 대한 여론은 일단 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국민들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월 27일 리서치 회사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1049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3.1%가 “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관리시스템 도입을 찬성한다”고 응답했으며, “에듀파인 도입으로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있다”는 한유총의 주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3.7%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 여론조사 결과 (자료: 교육부)

이번 결과에 대해 교육부는 “연령·성별·이념성향(보수·진보·중도)를 막론하고 유치원 3법, 에듀파인 도입 및 개정, 국·공립유치원 확대 등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에 대해 찬성 비율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육아·보육의 주 계층인 여성 및 30~40대에서 다른 성별·연령층에 비해 특히 높은 찬성 비율을 보여 정부 정책의 정당성에 한층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선 정부와 한유총의 이러한 갈등이 설립자 수익 문제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설립자는 원장을 겸한 경우 원장 인건비 등으로, 그 외 가족을 유치원 경영에 참여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이익을 거둬왔다. 그러나 에듀파인의 도입 등으로 회계가 투명해지면 이런 방식을 통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시설사용료 명목으로 임대료 등을 받아 수익을 보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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